[뉴스락] 전쟁은 인류의 비극이자 산업의 기회다.

이러한 모순적인 현실은 잇단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쟁은 무역, 투자, 원자재 가격 등 한국 경제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에 변화를 일으킨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산업계의 경쟁력과 수익성에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전쟁으로 인해 일부 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다른 산업은 전쟁의 부정적인 영향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뉴스락>은 전쟁이 한국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 AFP 통신 제공 [뉴스락]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 AFP 통신 제공 [뉴스락]

러·우 전쟁 이어 이·팔 전쟁까지... 정유·석유화학업계 ‘비상’

최근 3개년도 정유 4사 매출 및 영업이익. [뉴스락 편집] 
최근 3개년도 정유 4사 매출 및 영업이익.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제공 [뉴스락 편집]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신중동전쟁 위기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산업계는 원유 가격 상승과 공급의 불안전 등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은 중동에서 대부분의 원유를 수입하는 경제 원유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로,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수익 악화와 원료 조달 문제에 노출되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의 대(對)중동 원유 수입 비중은 67.4%로 전년 대비 7.6%p 증가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는 원유의 70% 정도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 정유 4사의 실적을 살펴보면 SK에너지가 매출 50조 3323억원, 영업이익 2조 6007억원을 기록해 2021년 대비 각각 89%, 265%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GS칼텍스는 매출 58조 5320억원, 영업이익 3조 9795억원으로 각각 69%, 82% 증가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매출 34조 9550억원, 영업이익 2조 7897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대비 각각 74%, 87% 상승한 수치다.

에쓰오일은 매출 42조 4460억원 영업이익 3조 4051억원으로 각각 53%, 58% 상승했다.

DL이앤씨가 수주한 가즈프롬네프트의 러시아 모스크바 정유공장 현대화 프로젝트 현장 전경. DL 이앤씨 제공. [뉴스락]
DL이앤씨가 수주한 가즈프롬네프트의 러시아 모스크바 정유공장 현대화 프로젝트 현장 전경. DL 이앤씨 제공. [뉴스락]

그러나 올해 상반기 실적을 봤을 때, 정유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크게 감소했다.

SK에너지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20조 7042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1316억원으로 104% 감소했다.

GS칼텍스는 매출 22조 6469억원, 영업이익 2875억원으로 각각 17%, 91.1% 줄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매출 14조 3711억원, 영업이익 29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 89% 줄어들었다.

에쓰오일은 매출 16조 8972억원, 영업이익 5521억원을 기록해 각각 18%, 84.4% 하락했다.

정유사들의 실적 악화는 유가 상승과 정제 마진 하락 등 여러 요인에 의한 것이다.

전쟁이 발생하면 정유사들은 재고 평가 이익이 발생해 일시적으로 좋을 수 있지만, 고유가가 지속되면 정유 수요가 감소해 정제 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러·우 전쟁 당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정제마진도 상승해 국내 정유사들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지만,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수요가 축소되자 정제마진도 약화돼 정유업계 실적은 감소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연간 영업이익보다 높았으며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의 경우도 상반기 영업이익이 연간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상반기에 실적이 집중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7일 '유류세 탄력세율 운용 방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뉴스락]
기획재정부는 지난 17일 '유류세 탄력세율 운용 방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뉴스락]

정유업계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17일 기획재정부는 현행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오는 12월 31일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한 '유류세 탄력세율 운용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사우디·러시아의 원유 감산 조치가 연장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국제 유가가 오르자 기존 인하 조치를 연장한 것이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스라엘ㆍ하마스 사태의 진전에 따라 에너지·공급망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재차 확산할 수 있다"며 "기업들의 경영활력 제고를 위한 내수ㆍ수출 촉진 지원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유사로부터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나프타(납사)와 콘덴세이트를 조달받는 석유화학업체들의 수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LG화학, 금호석유화학 등은 국내 정유사뿐 아니라 중동에서 원료를 일부 납품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 회사가 생산하는 합성수지는 이스라엘로 수출하는 주요 물품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의 정세가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 산업계는 원유 가격과 수급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쟁의 양면성 : 방산업계는 '흥행', 건설업계는 '불안'

최근 3개년도 방산 4사 매출 및 영업이익.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제공 [뉴스락 편집] 
최근 3개년도 방산 4사 매출 및 영업이익.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제공 [뉴스락 편집]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원유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국제 무역과 투자를 위축시켰다.

그러나 러·우 전쟁은 세계 각국이 군사력을 강화하려는 계기가 되면서 국내 제작 무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이로 인해 국내 방산업계의 실적도 크게 상승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6조 5396억원의 매출을, 영업이익 3772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각각 18%, 36% 증가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3조 7249억원, 영업이익 3114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로템은 10% 증가한 매출 3조 1633억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474억원으로 83% 늘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 6712억원 영업이익 991억원을 달성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매출은 2조 7868억원, 영업이익은 1416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8%, 143% 증가했다.

KAI는 매출 1조 3021억원 영업이익 277억원의 상반기 매출을 달성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1% 증가해 2조 220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넘은 것이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84% 증가한 1791억원을 달성했다.

LIG넥스원은 상반기 매출 1조 925억원 영업이익 1084억원을 기록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 소식으로 또다시 방산시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전쟁으로 인한 상황변화에 예의 주시 중"이라면서도 "전쟁의 영향으로 인해 방산업계의 실적 변화는 거의 없을 것 같고 현재는 폴란드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전쟁 이후 방산주가 많이 올랐는데 이는 세계 정세가 방위산업에 주목하고 주가가 반영한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러·우전쟁부터 이어지는 신냉전체제가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군비 경쟁이 활발해지고, 이로 인해 방위산업에서 수주의 기회가 늘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건설사들이 사우디 ‘네옴시티’ 등 중동 지역의 해외 건설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며 현지 기업, 기관들과 협력을 다각화 하고 있다. [뉴스락]
국내 건설사들이 사우디 ‘네옴시티’ 등 중동 지역의 해외 건설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며 현지 기업, 기관들과 협력을 다각화 하고 있다. [뉴스락]

국내 건설업계도 이·팔 전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업계에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이번 전쟁도 업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측은 현재까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국내 건설사들에게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에서 사업 중인 국내 건설사는 중소기업 한 곳뿐이며, 팔레스타인에서 사업 중인 국내 건설사는 없다고 알려졌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이웃국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지만, 이번 전쟁으로 인한 피해나 부정적 영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내 건설사들이 사우디 ‘네옴시티’ 등 중동 지역의 해외 건설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이 장기화되면 사업 수주의 지연이나 차질, 유가 및 자재 가격의 상승 등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분쟁지역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가 없어 피해가 없는 상황이고 아직까지 영향도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러나 중동 내 건설과 관련한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진출한 산업계, 귀국·재택근무 등 대응책 마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도 현지 사태의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뉴스락]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도 현지 사태의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뉴스락]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사태의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인접국 레바논을 넘어 주변국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있어 한국 기업에도 경제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이번 전쟁으로 인해 현지에 있는 한국 기업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은 없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진출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피해 여부를 계속 점검하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기업들이 포진돼 있으며, 일부 기업은 현지 주재원 등을 즉각 귀국시키거나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스라엘에 연구개발 센터와 삼성리서치 이스라엘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텔아비브 지역에서 낸드플래시 관련 판매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현지 직원 전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했으며, 직원 안전 등 현지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이스라엘 현지에 생산공장을 구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적을 것"이라면서도 "공급망과 D램 공급 등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스라엘에서 대리점 등 판매망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와 기아 관계자는 "현지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현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수출 비상대책반’ 구성... 현지 동향 파악

지난 12일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민관합동 긴급 수출상황 점검회의'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뉴스락]
지난 12일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민관합동 긴급 수출상황 점검회의'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뉴스락]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이 심화되면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수출에 미칠 영향에 대비하기 위해 동분서주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일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관련 수출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수출 비상대책반’을 설치했다.

비상대책반은 현지 무역관을 중심으로 현지 동향을 실시간 파악하고, 현지 진출 기업과 국내 수출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해결하는 임무를 맡는다.

산업부는 현재까지 중동 무력 충돌 사태가 한국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향후 사태 추이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고, 이란 등 주변국으로 확전 시 우리 수출의 약 3%를 차지하는 중동으로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수출 유관기관과 함께 최근 우리 수출의 개선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체계를 즉각 구축해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수출 반등 조짐, 서비스업·고용 개선 지속 등으로 경기둔화 흐름이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으로 인해 세계 정세의 불안이 높아지는 데 대해서는 아직까지 국제유가나 금융시장 등 국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 태세를 갖춰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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