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시멘트 업계가 실적 부진을 척결하고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골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이 연출되고 있다. 

업계가 시멘트 가격 인상 등 전화위복을 위한 전략을 펼치면서 올해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3부 능선에 막혀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멘트업계는 정부의 탄소 중립 로드맵에 따라 친환경에 사활을 걸고 실적, 친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발걸음을 띄었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가 '막대한 투자 금액'과 업계를 향한 '그린워싱' 오명 등으로 되려 업계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또한 전기료, 유가 상승으로 인한 기본 운영비가 증가되면서 시멘트업계는 '설비투자', '그린워싱', '운영비 상승'이라는 3가지 고난에 봉착했다. 

<뉴스락>은 시멘트 업계 빅 3 '쌍용C&E,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를 중심으로 시멘트 업계가 헤쳐나가야 할 3부 능선을 짚어봤다.

시멘트 'BIG 3' 가격인상으로 실적 회복...일시적 위기 모면

이현준 쌍용C&E 대표이사 및 사옥, 전근식 한일시멘트 대표이사 및 사옥, 임경태 아세아시멘트 대표이사 및 사옥 전경.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이현준 쌍용C&E 대표이사 및 사옥, 전근식 한일시멘트 대표이사 및 사옥, 임경태 아세아시멘트 대표이사 및 사옥 전경.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시멘트 BIG 3 기업이 정부의 물가상승 압박 딜레마에도 우선적으로 '생존'을 택하고 아슬아슬한 실적 회복을 이뤄냈다. 

지난해 시멘트 업계는 원가 상승 고난으로 거센 실적 파고를 겪었다.

쌍용 C&E는 지난해 1327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직전년도 영업이익인 1829억 원보다 27.4% 떨어진 수치를 기록했다. 

한일시멘트 또한 영업이익(지난해)이 814억 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7% 줄었다. 

아세아시멘트의 경우 영업이익(지난해)이 741억 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상승했지만, 당기순이익은 495억 원으로 13% 감소했다. 

시멘트업계 2021~2022년 실적 표. 한국시멘트협회 제공 [뉴스락]
시멘트업계 2021~2022년 실적 표. 한국시멘트협회 제공 [뉴스락]

업계는 위기 탈출의 활로로 '시멘트 값' 인상을 택했다. 

지난해 11월 한 차례 시멘트 가격을 인상한데 이어 지난 5월 다시 시멘트 가격을 올린 것이다. 

가장 먼저 카드를 꺼내든 것은 쌍용C&E였다. 

쌍용C&E는 지난 5월 6.9%로 시멘트 가격을 높였다. 뒤를 이어 한일시멘트가 6.8%로 시멘트 가격을 올리고 아세아시멘트 또한 가격을 6.4% 인상하는 등 국내 7개 시멘트사가 시멘트 가격 조정에 나섰다.

시멘트 업계는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를 성적표를 통해 체감하고 있다.

업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쌍용 C&E는 지난 9일 공시를 통해 3분기 실적(연결기준)을 발표했다.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204억 원, 47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매출액), 81.4%(영업이익)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1~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15.1%(매출), 15.7%(영업이익) 오른 1조 3186억 원, 784억 원을 달성하면서 눈에 띄게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일시멘트도 역사적인 영업이익 개선률을 보이고 있다.

한일시멘트는 올 상반기 매출액 1조 3057억 원, 영업이익 181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실적인 1조 674억 원(매출액), 855억 원(영업이익)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상승한 영업이익을 거둔 것이다.

아세아시멘트 역시 올 상반기 매출액 8864억 원, 영업이익 1067억 원을 기록하면서 지난 동기 대비 매출(7449억원)이 약 19%, 영업이익은(808억원) 32% 증가한 수치를 나타냈다.

시멘트업계의 상승세는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지연됐던 출하량이 몰린 것과 유연탄 가격하락, 시멘트 가격 인상 등의 요인이 맞물려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추가로 인상된 시멘트값 적용으로 원가율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올 4분기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올해 전망은 '맑음'이지만,  업계가 극복해야 할 다양한 과제들로 실적개선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올해 간신히 실적을 회복했으나 운영비 상승, 설비 투자 등으로 앞으로 올해 같은 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수익성 저하를 예견하고 있다"고 전했다. 

'친환경'과 '실적' 기로 놓인 시멘트업계

시멘트업계 설비투자 규모. [뉴스락 편집]
시멘트업계 설비투자 규모. [뉴스락 편집]

시멘트업계가 정부의 탄소 중립 선언에 따른 '친환경' 설비 투자로 '사면초가' 위기에 놓였다. 

BIG 3 기업을 포함한 시멘트 기업들이 잇단 시멘트 가격 인상으로 실적 개선에 첫 숨통이 트였지만, 시대적 과제인 '탄소중립'과 '친환경' 발걸음에 맞추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설비 투자금이 요구되서다. 

시멘트 3사는 정부의 탄소중립 로드맵에 맞춰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바 있다.

쌍용 C&E는 2030년까지 약 8000억 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통해  탄소배출량을  25% 이상 감축시킨다고 밝혔다. 

한일시멘트는 기존 순환자원부서를 'ECO 사업부'로 변경해 친환경 전반의 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한 '2050 넷제로'를 선언했다. 

아세아시멘트 또한 2025 ECO 비전을 발표하고 ▲대기 배출 오염 저감을 위한 NOx 배출농도 감소 ▲대체연료 증대를 통한 탄소저감 ▲통합환경관리체계 구축 ▲안전강화를 위한 설비 개조 등 친환경 설비 투자에 530억 원을 쏟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시멘트업계 당기순이익 대비 설비투자 동향. 한국시멘트협회 제공 [뉴스락]
시멘트업계 당기순이익 대비 설비투자 동향. 한국시멘트협회 제공 [뉴스락]

업계는 2027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시멘트 업체들이 연간 최대 2조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한다. 

또한 2030년 온실가스 12%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설비투자 2조 4천억 원과 연구개발비 8천억 원 등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선택적촉매환원시설(SCR) 설치에도 한 대당 약 300억 원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LPG, LNG 연료 사용으로 한 해 운영비만 한 대당 250억 원이 초과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이 시멘트 업계가 정부와 사회에서 요구하는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라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 금액이 요구된다. 

업계는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친환경도 놓을 수 없고, 안정적인 실적개선을 위해서는 설비투자 금액을 감축시켜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여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환경 규제에 따라 대규모 시설 투자 등이 동반돼야 하지만, 업계 자체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늬만 친환경' 오명..."정보 불투명해" 지적 이어져 

시멘트 업계가 친환경 설비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그린워싱' 이 아니냐는 오명을 입었다. [뉴스락]
시멘트 업계가 친환경 설비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그린워싱' 이 아니냐는 오명을 입었다. [뉴스락]

친환경 설비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시멘트 업계가 따가운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가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 ESG경영과 탄소 중립을 도모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그린워싱' 기업이 아니냐는 의심이 피어나서다.

그린워싱이란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환경부 중앙환경단속반과 지방환경청은 전체 시멘트 기업 10곳을 대상으로 폐기물 처리에 관한 전수조사를 착수했다.

그 결과 6곳에서 위반사항 총 14건이 적발됐다. 

쌍용C&E는 위반 사항 4건이 발각됨으로써 위반 기업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쌍용C&E는 ▲지정폐기물 부적정 보관 ▲수탁폐기물 부적정 보관 ▲수탁폐기물 허용보관량 초과 ▲ 폐기물 수탁재활용관리대장 부실입력 등 위반사항 4건이 확인되어 고발조치와 함께 과태료 50만원 처분을 받았다.

한일시멘트도 다르지 않았다.

한일시멘트는 ▲지정폐기물 보관기준 위반 ▲폐기물 재활용 관리대장 부실 등 2건이 적발돼 고발 및 과태료 50만원 처분을 받았다.

이외에도 한일현대시멘트가 폐기물 수탁재활용관리대장 부실입력으로 과태료 50만원 처분을, 성신양회(충북 단양)는 지정폐기물 사전분석 미이행으로 과태표 300만원 처분을 받았다.

또한 최근 2년간 쌍용C&E의 폐기물처리 매출액은 매해 1000억 원을 넘길 정도로 급격히 오르고 있다. 

2021년에는 직전 해 710억 원이던 폐기물처리 매출액이 1211억 원으로 70.6% 증가했고, 2022년에는 1724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3% 이상 상승했다. 

이에 소비자주권은 쌍용C&E에 폐기물 처리 내역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멘트 업계의 '그린워싱' 의혹은 비단 올해 뿐이 아니다.

지난 2022 국정감사에서는 시멘트업체의 염소더스트(중금속 함유 부진, 지정폐기물) 불법 처리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노웅래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시멘트 공장별 염소더스트 유해물질 지정폐기물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쌍용C&E, 삼표시멘트의 염소더스트 발생량, 처리량 실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등 업계를 향한 질타가 이어졌다. 

'무늬만 친환경' 의혹에 시멘트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이같은 논란이 이어지자 환경부는 지난 2월부터 산업계 관계자와 기후솔루션·녹색소비자연대 등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 작업반을 꾸리고 그린워싱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논의에 돌입했다. 

환경부는 그린워싱 예방을 위한 지침서를 발간 및 적용하는 등 친환경 위장 경영활동을 엄중히 관리할 방침이다. 

장기복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은 "이번 지침서는 기업의 친환경 경영활동 노력이 국민에게 정확하게 전달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침서와 함께 친환경 위장 경영활동 표시·광고 활동의 자발적 차단 여부도 함께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시멘트업계, 기본운영비용 상승으로 3중 파고 맞아

폐합성수지 투입 관련 설비. 쌍용C&E 제공 [뉴스락]
폐합성수지 투입 관련 설비. 쌍용C&E 제공 [뉴스락]

시멘트업계가 넘어야 할 마지막 능선은 '운영비용'이다.

업계는 최근 전기료 인상, 유가 상승 등으로 기본 운영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먼저 올 4분기 예정된 전기요금 인상이 업계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최근 한국전력공사는 ㎾h당 26원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내놨다.

이는 시멘트 가격 인상안 합의 당시 쌍용C&E가 제시한 적정수준의 전기요금 인상폭인 ㎾h당 10원 안팎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익명을 요청한 시멘트기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산업용 전기료가 오름에 따라 13.5원 가량 정도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다. 시멘트 업계 공장들은 그 정도 수치로 인상될 경우 10%이상의 전기 요금이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또한 대규모 설비 투자도 업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설비가 늘어남에 따라, 운영에 사용돼야 하는 전기량도 급증해서다. 

아울러 수직 상승 중인 유가도 시멘트 가격 인상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요소로 제기된다.

유가는 장기화의 조짐이 보이는 이-팔 전쟁이 길어지면서 더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멘트 원가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유연탄 가격은 유가에 영향을 받는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유연탄 가격이 증가할 경우 경영 불안은 더욱 커진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유연탄 가격은 톤당 94.45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평균 대비 약 6% 오른 수치다.

이처럼 기본적인 '운영'에 투입돼야 하는 자금마저 위기에 봉착하면서 업계는 답답한 처지에 놓였다. 

익명을 요청한 시멘트기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일부 원가 상승 요인 부분이 전년 대비 안정화 된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운영비용의 잇단 상승세는 기업 운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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