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코로나19 시절 뜨겁게 타올랐던 K-콘텐츠 산업이 올들어 주춤한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K-콘텐츠의 선두주자인 게임업계가 부흥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 국내 최대 게임 축제인 '지스타'가 성황리에 마무리됐으며, 전세계 e스포츠대회인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일명 롤드컵)'에서는 우리나라 SKT T1팀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대한민국 게임의 저력을 재입증했다.  

이에 게임업계는 지스타와 롤드컵 등 국제 행사를 통해 다시한번 부활을 기대하고 있지만,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녹록지만 않다. 

올들어 매출 하락으로 고전을 겪고 있는 게임업계는 실적 개선이라는 과제와 함께 최근 '아이템 확률 의무 공개'를 골자로 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 등에 대한 대비를 위해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에 <뉴스락>에서는 게임업계의 현 주소를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짚어봤다. 

왼쪽부터 이정헌 넥슨 대표, 권영식 넷마블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모습.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왼쪽부터 이정헌 넥슨 대표, 권영식 넷마블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모습.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부진한 실적에 게임업계 '울상'...'3N2K'이 아닌 '1N1K'로 판도 바뀌나

올해 3분기 국내 게임사들의 실적이 발표됐다. 코로나 특수를 누리며 상향곡선을 그리던 이전과 달리 엔데믹 이후 게임사들의 성적표를 우등생과 열등생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번 실적을 통해 국내 게임시장은 대형 게임사 '3N2K'가 주축으로 이끌었으나 '1N1K'로 판도가 바뀌어 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실제 올 3분기 실적 결과를 보았을 때 3N(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업체 중 웃음꽃을 피운 것은 넥슨 뿐이다.

넥슨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조913억 원, 4202억 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23%, 47% 증가했다. 현재 넥슨은 6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넥슨은 퍼스트 디센던트, 엠바크 스튜디오의 크리에이티브 플랫폼 등 신작 라인업을 더해 7분기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목표하고 있다.

반면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와 넷마블은 실적이 악화됐다.

엔씨의 3분기 실적은 매출 4231억 원, 영업이익 165억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89% 줄어들었다.

엔씨의 적자요인으로는 주력 게임 리니지의 유저들이 경쟁 MMORPG 게임으로 이탈하면서 생긴 매출 감소로 분석된다.

넷마블은 3분기 실적으로 매출 6306억 원으로 작년과 비교했을 때 9.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19억 원으로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넷마블의 경우 신작 수집형 RPG '신의탑: 새로운세계', 방치형 RPG '세븐나이츠 키우기' 등이 잇따라 흥행하고 있어 4분기에는 적자를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부터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왼쪽부터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코로나 시절 급부상한 게임업계 2K(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는 희비가 갈린다. 

올 3분기 크래프톤의 영업이익은 1893억원으로 30.9% 크게 증가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끌었다.

이번 크래프톤의 실적 반등으로는 인도판 배그 모바일 서비스 재개와 배틀 그라운드 시리즈가 업데이트로 인한 안정적인 성과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카카오게임즈는 작년과 비교했을 때 3분기 실적이 반토막났다. 카카오게임즈의 영업이익은 226억원으로 전 부문에서 매출 하향세가 이어졌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1분기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의 감소가 지속돼 지난 3월 아키에이지 워, 7월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등 신작 출시로 실적 반등을 노렸으나 자체 개발한 게임이 아닌 퍼블리싱만 진행해 수익성이 크지 않았다.

이처럼 게임업계 주요 기업들이 코로나 시절을 전후해 실적 희비 현상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 회장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고물가시대로 모든 산업군이 힘들어지면서 게임산업에도 여파가 미쳤다"며 "엔데믹 이후 사람들이 밖에 나오면서 게임업계의 실적 부진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안정된 IP(지식재산)와 이용자가 확보된 기업은 수익성에 큰 문제가 없으나 그렇지 않은 기업은 수익 창출이 힘든 게 사실이다"라고 진단했다.

실적 개선 '답'은? 자체 IP 보유

업계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게임사의 실적 부진이 게임사 내 자체 IP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외부 IP를 빌리는 게임사들을 매출 대비 발생하는 로열티가 지급되므로 상대적으로 영업이익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올 3분기 실적에서도 자체 IP를 보유한 넥슨과 크래프톤은 좋은 실적을 거뒀으나 외부 IP에 의존하는 넷마블 등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넥슨의 자체 IP 게임 '메이플스토리M' 캐릭터 '호영' 이미지. 
넥슨의 자체 IP 게임 '메이플스토리M' 캐릭터 '호영' 이미지. 

특히 넥슨은 사업 전략 중에 'leverage our own IP'를 언급할 만큼 자체 IP를 보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게임사다.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 등 자체 IP 기반의 장기 흥행 게임들은 넥슨의 호실적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넥슨 관계자는 "FC 온라인과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PC온라인 스테디셀러의 안정적 성과와 '데이브 더 다이버' 등 신규 IP가 북미와 유럽에서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의 자체 IP 게임'배틀그라운드' 게임 관련 이미지. 크래프톤 제공. [뉴스락] 
크래프톤의 자체 IP 게임'배틀그라운드' 게임 관련 이미지. 크래프톤 제공. [뉴스락] 

크래프톤 역시 자체 IP 게임인 '배틀그라운드'가 영업이익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올 3분기까지 총 13개 글로벌 스튜디오에 지분을 투자해 퍼블리싱 역량 강화와 신규 IP 확보에 집중하기도 했다.

배동근 크래프톤 CFO는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의 지속성장가능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크래프톤은 자체 개발과 세컨드 파티 퍼블리싱을 통한 IP 확보 등 공격적인 파이프라인 확장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게임업계, 지스타2023서 장르와 플랫폼의 다양화 선봬...자체 IP 게임도 

 넷마블 지스타 2023 현장 사진. 넷마블 제공. [뉴스락] 
 넷마블 지스타 2023 현장 사진. 넷마블 제공. [뉴스락] 

넥슨의 독주와 크래프톤의 약진 이외에 전반적인 게임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 2023이 개최했다.

이번 지스타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인 42개국 1037개사 참여한 3천328부스 규모로 열리며 눈길을 끌었다.

행사 규모가 늘어난만큼 사람들의 주목도도 높아졌다. 올해 지스타 관람객의 수는 지난해 방문한 것보다 7% 가량 늘어 약 19만 7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지스타 개막식에서 강신철 지스타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지스타'는 슈퍼얼리버드 신청 당일 제1전시장에 신청 가능한 BTC 대형부스가 소진됐다. 소형부스도 BTC관 및 BTB관 구분없이 7월 말 조기 마감되는 등 게임과 유관업계의 관심으로 최대 규모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지스타에서는 각 게임사마다 실적 반등을 노리기 위한 무기로 MMORPG 외에 여러 장르의 게임들이 신작으로 선보였다. 플랫폼의 다양화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지스타 2023 행사에서 엔씨소프트의 'TL' 무대 행사 사진. 엔씨소프트 제공. [뉴스락] 
지스타 2023 행사에서 엔씨소프트의 'TL' 무대 행사 사진. 엔씨소프트 제공. [뉴스락] 

8년 만에 지스타에 복귀한 엔씨소프트는 신작 3종을 통해 부진한 실적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엔씨소프트는 주력 게임 장르였던 MMORPG가 아닌 ▲슈팅 'LLL' ▲난투형 대전 액션 '배틀크러쉬' ▲수집형 RPG '프로젝트 BSS'을 출품했다. 게임 플랫폼은 PC와 닌텐도 스위치, 모바일 등 다양화했다.

크래프톤이 시연한 신작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인조이'도 각각 익스트랙션 RPG와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여러 장르 게임을 선보였다.

특히 2024년 출시 예정인 '인조이'는 기존 이용자층이 두터웠던 '심즈' 게임을 지향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넷마블 출품작 3종. 넷마블 제공. [뉴스락] 
넷마블 출품작 3종. 넷마블 제공. [뉴스락] 

지속적인 적자로 인해 실적 반등이 절실한 넷마블 역시 지스타에서 각기 다른 장르와 플랫폼의 신작 3종을 내놓았다.

넷마블의 출품작은 ▲수집형 RPG인 '데미스 리본' ▲SF MMORPG 'RF 온라인 넥스트'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수집형 RPG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총 3종이다. 넷마블 역시 다양한 장르와 PC, 모바일, 콘솔 등 여러 가지 플랫폼을 선보였다.

특히 이번 넷마블의 출품작 중 눈여겨볼 점은 신작 3종 중 2종으로 자체 IP를 활용한 게임을 출품했다는 점이다.

'데미스 리본'은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가 개발한 '그랜드크로스' IP를 기반으로 제작했으며, 'RF 온라인 넥스트'는 넷마블이 20년간 서비스해온 IP를 살려 새롭게 만들었다.

3분기 게임업계의 악화된 실적 요인으로 외부 IP 게임에서 빠져나가는 로열티 등이 꼽힌 것처럼 넷마블은 이번 신작 게임들을 자체 IP 게임 위주로 편성하며 악화된 실적을 쇄신하고자 고군분투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스타 미디어 공동 인터뷰에서 문준기 넷마블 사업본부장은 "그동안 다수의 MMORPG를 서비스했는데 자체 IP로 출시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게임산업...정치권에서도 '큰 관심'

19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을 관람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뉴스락] 
19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23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을 관람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뉴스락] 

지스타 2023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릴 뿐만 아니라 특별히 정치권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이번 행사에 윤석열 대통령은 축전 영상을 전달했으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지스타 행사 전 현장을 방문했다.

지스타에 전달한 축전 영상에서 윤 대통령은 "게임산업은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의 70%를 차지할 만큼 디지털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엄청나다"며 "정부는 게임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시장을 선도하도록 제작 지원부터 제도 개선까지 뒷받침하겠다"고 언급했다.

지스타 개막 전날 현장을 둘러보며 직접 출품작을 시연하던 유인촌 장관도 현장에서 게임산업의 재도약기회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019년 박양우 전 문체부 장관이 지스타 현장을 방문한 것이 마지막이었던 만큼 이번 정치권의 관심은 추후 게임산업의 발전과 큰 관계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유 장관은 지스타 행사 뿐 아니라 같은 날 진행된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에도 자리했다.

이날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유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거론하는 등 게임산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정부의 애정이 현장에서 꽃피울 수 있도록 여러분과 함께 뛰고 진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례적인 게임업계를 향한 정치권의 응원 행보에 많은 이들이 향후 게임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다.

다만 유 장관이 "윤 대통령이 언급했다"고 말한 '확률형 아이템'과 같이 게임산업에는 전전긍긍하고 있는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확률형 아이템 시행령 주요 내용.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뉴스락] 
확률형 아이템 시행령 주요 내용.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뉴스락] 

지난 13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이템 확률 의무 공개를 골자로 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안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를 캡슐형·강화형·합성형 3가지로 규정하고 구체적인 표시 방법을 지정했다.

이어 숱한 확률 조작 논란에 휩싸인 '변동 확률'과 사행성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 '컴플리트 가챠'(특정 아이템 조합 완성시 추가 보상을 주는 시스템)가 게임에 포함됐을 때 추가적으로로 명시하도록 했다.

게임 내부와 홈페이지 및 광고물에는 '확률형 아이템이 포함돼 있다'는 취지의 문구도 포함해야 한다.

이에 비용을 들일수록 게임 진행에 유리한 페이투윈(Pay to Win, 이하 P2W)이 주가 됐던 게임업계의 수익모델(BM)이 빠르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스타에서 예고했던 게임업계의 장르 다각화는 이러한 P2W식 과금 유도에 맞춰 설계된 확률형 아이템을 탈피하고자 하는 업계의 움직임으로도 보인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 회장은 <뉴스락>에게 "그동안 게임 유저들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거부반응이 점차 커지며 피로도가 많이 쌓인 상태다"며 "이번 게임산업법이 시행되면 게입업계는 그동안 유지했던 BM에서 한발자국 물러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 학회장은 "이제 업계가 변혁을 꾀해야 할 시기"라며 "지스타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다양화된 장르와 플랫폼을 통해 확률형 아이템의 의존도를 줄이며 새로운 BM을 구축하고 정부도 변화를 시도하는 게임업계를 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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