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태영발(發) PF리스크, 원가 상승 등으로 불어난 악재에 건설업계가 난관에 봉착한 가운데 비상장 3사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수 건설사의 실적 부진에도 3사(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호반건설)가 사상 최대 실적과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기조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지난 2022년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 실패 이후 IPO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이 전무했다. 때문에 이들의 호실적은 '2024 건설 IPO 주인공'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낸다.

올해 IPO 시장에도 용의 기운이 감돈다. IPO 예정 기업 수가 약 150개 정도로 예견되면서 최근 3개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활기가 도는 시장에도 건설업계의 IPO는 여전히 미지수다. 

기존에 드리워진 먹구름에 더해 태영發 PF 위기마저 수면 위로 떠올라 업계를 향한 부정적 시선이 걷히지 않는 탓이다. 

이에 <뉴스락>은 IPO 후보 3사를 조명해 비상장 3인방이 업계 위기를 극복하고 '건설 IPO 잔혹사'를 끊어낼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살펴봤다.

뉴스락 특별기획. [뉴스락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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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실적올린 현대 ENG, 신사업이 '관건'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및 사옥 전경 [뉴스락 편집]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및 사옥 전경 [뉴스락 편집]

한 차례 IPO 고배를 마셨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해외 사업 등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상장 재도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개인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의 '키(Key)'로 분류되는 계열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22년 실적악화와 시장침체에도 현대차그룹의 전사적 지원에 힘입어 상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첫 도전 당시 75%에 달하는 높은 구주 매출 비중을 설정해 정의선 회장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비판 여론에 직면한데 이어, 최악의 대내외 여건 속 무리한 상장 진행으로 흥행 참패를 맞고 끝내 상장 철회를 공시했다.

쓰디 쓴 IPO 실패에도 다시금 재도전에 대한 예측이 떠오르는 이유는 고공행진 중인 실적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해 3분기(누적연결기준) 매출액은 9조 165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매출액인 6조 3194억 원보다 45% 상승했다. 위태롭던 영업이익도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1703억 원으로 전년 동기(1136억) 대비 약 50% 올라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같은 호실적을 이끈 요인으로는 먼저 해외사업이 꼽힌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건설사 중 해외수주 순위 3위(지난해 11/30기준)를 달성했다. 약 6조 7706억 원의 해외 수주를 달성함으로써 어두워진 국내 시장을 탈피할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발주한 공사를 대거 수주한 것도 수익성 개선 근거로 지목된다.

국내에서는 ▲울산공장 전기차 신공장▲GBC 신축공사▲AutoLand화성 미래사업전환 프로젝트 등의 시공권을 따내고, 해외에서는 ▲미국 SK배터리공장 ▲미국 HMGMA 현대차공장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확보하면서 곳간 채우기에 성공했다.

좋은 성적을 나타낸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신사업'이 IPO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를 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좋지 못해 투자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는 신사업이 주목되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IPO 철회 이후에도 신사업 확장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현재 △수전해 기반 수소생산기지 구축사업 △소형모듈원자료 SMR·초소형원자로(MMR) △합성연료 생산(합성디젤‧합성납사 등) △모듈러 공동주택 △폐플라스틱 자원화 △암모니아 수소화 △이산화탄소 자원화 등을 추진중이다.

특히 조명할만한 사업은 SMR·MMR 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22년 미국기계학회(ASME)로부터 원자력 시공분야 인증을 취득하고 지난해 우크라이나, 미국, 캐나다, 우즈베키스탄 등 국가들과 SMR 사업 논의에 돌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공식적인 상장 준비를 예고하고 있지는 않지만, 신사업들을 본궤도에 무사히 안착시킨다면 재상장 추진의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체질변환한 SK에코플랜트, 사업다각화로 IPO 청신호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 및 사옥 전경. [뉴스락 편집]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 및 사옥 전경. [뉴스락 편집]

SK에코플랜트는 최근 지주사의 투자·재무 전문가인 장동현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해 각자대표체제를 구축하며 IPO를 향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SK에코플랜트는 사업다각화, 체질변환, 인사재편 등을 통해 IPO 성공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지난 2021년 박경일 대표 체제 아래 ESG경영 트렌드에 맞춘 체질변환을 선언하고 환경에너지사업을 중심으로 이익을 늘리는 등 기업가치 확대에 주력해왔다.

회사의 환경과 에너지 사업 부문 매출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35%로, 직전해 같은 기간 대비 10% 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환경기업으로 전환하면서 유사기업과의 인수합병을 뜻하는 '볼트온(Bolt-on)' 경영전략도 제시했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기업 SK오션플랜트와 글로벌 E-waste 전문기업인 테스를 인수한데 이어 말레이시아 환경기업 센바이로,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기업 어센트엘리먼츠 지분인수도 단행했다.

환경기업으로의 변모와 사업다각화에 따른 결과는 SK에코플랜트의 성적표로 나타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지난해 3분기(누적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매출액인 4조 8942억 원보다 33% 오른 6조 5139억 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 또한 29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영업이익인 1692억 원보다 76%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환경·에너지 등 신사업 매출은 더 좋다. 지난해 매출액이 2조 2846억 원으로 전년 동기(8337억) 대비 174%나 증가했다. 그 중 에너지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3080억)의 4배를 웃도는 1조 3573억 원 가량을 기록했다.

다만, SK에코플랜트는 리스크 해소가 과제로 남아있다.

체질변환과 함께 추진한 볼트온 전략으로 인해 순차입금이 날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종업계 기업을 인수해 몸집을 키우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외형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대규모 자금을 지출하는 과정에서 불어난 순차입금이 재무 부담을 확대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지난해 3분기(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5조 7117억 원으로, 그 중 순차입금 규모는 약 4조 5033억 원이다.  친환경 옷을 입기 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총차입금이 4조 6481억 원 늘고 순차입금 또한 4조 2980억 원 증가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전사 사업계획에 맞춰 전략적으로 투자한 건으로 차입 규모는 관리 가능한 범위"라며 "환경·에너지 사업 밸류체인 완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는 대부분 마무리가 됐고 재무건전성 개선 및 내적성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외 경제, 증시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안정적 현금 관리 빛난 호반건설, 부채비율 56% 불과... 상장 의지는 '글쎄'

박철희 호반건설 대표 및 사옥 전경. [뉴스락 편집]
박철희 호반건설 대표 및 사옥 전경. [뉴스락 편집]

현대엔지니어링과 같이 상장 철회의 경험을 가진 호반건설의 재도전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호반건설은 지난 2020년 상장 추진을 철회했다.  코로나 19사태 여파로 혼란이 초래된 국내증시 등에 주관사단이 인력을 철수한 뒤 호반건설의 상장은 감감무소식이었다.

호반건설은 엎어진 상장과 더욱 고도화된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다시 한 번 IPO 후보군에 이름이 올랐다.

호반건설의 무기는 다른 2사와 달리 '재무안정성'에 있다.

호반건설의 지난 2022년 실적(연결기준)은 3조 2071억 원으로 직전 동기(2조 3310억) 대비 37.6% 올랐고, 영업이익도 5973억 원으로 동기 대비 (3904억) 53% 상승했다.(호반건설은 별도의 분기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아 2022년도 기준으로 작성)

아울러 지난해 2022년 상반기까지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자기자본 비율이 1대 1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 리스크 또한 적은 편에 속한다.

대다수의 건설사가 허덕이는 '부채비율'의 경우도 56.8%에 불과하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6.4% 수준으로 안정적이다.

이같이 탄탄한 재무 관리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은 호반건설의 '무차입 경영 원칙'에 따른 보수적 사업 전략의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호반건설은 IPO가 간절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자금 상태를 갖추고 있어 외부 자본 유치의 필요성이 낮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신사업 추진과 포트폴리오 다각화 동력도 미미하다.

호반건설의 경우 매출 캐시카우가 '주택사업'이기 때문이다. 2022년 매출 3조 2071억 원 중 주택 사업 관련 매출이 2조 8893억 원으로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이러한 이유에 더해 지난해 일감몰아주기와 공공택지 벌떼입찰 등 논란에 휩싸여 호반건설의 IPO 가능성은 '후보'에만 그칠 것으로 보인다. 

IPO시장 '활기'에도 건설업계 향한 시선 '부정적'

사진= 게티이미지뱅 제공. [뉴스락]
사진= 게티이미지뱅 제공. [뉴스락]

청룡의 해를 맞아 IPO 시장에서는 활기가 돌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를 보는 시선은 여전히 싸늘한 기운이 감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2024년 IPO 시장은(공모기업수 기준) 최근 3개년 평균 수준을 넘어 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 금액의 경우에도 지난해 금액을 추월할 것으로 추측된다. 

IPO 예정 기업 수는 약 140~150개 수준으로, 공모금액은 8조~10조 5000억 원을 웃돌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에는 약 15~20개, 코스닥에는 약 110~120개 기업의 상장이 예견된다. 

코스피 시장의 예상 공모금액은 5조~7조원 수준으로 지난해 1조3000억원 대비 크게 올랐다. 이는 최근 5년 평균(7조 4000억)에 육박한 규모다. 

코스닥 IPO 예상 기업 수는 약 110~ 120개,  공모 규모는 3조~3조 5000억 원 수준을 달성할 전망이다. 

이처럼 올해 IPO 시장 전망은 '맑음'이지만, 건설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은 좀 처럼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장 후보군으로 거론된 몇몇 건설사로 인해 '건설업계 IPO 잔혹사 종결'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업계 전체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이 최종 문턱으로 남아있다. 

최근 업계에 불거진 태영發 PF 리스크는 불안한 시선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이에 각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와는 별개로, 건설업계의 IPO 성공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주선 미래에셋증권 IPO 팀장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투자자들은 미래를 보고 투자결정을 한다. 건설업계의 경우 업황 악화로 투자자들의 시선이 좋지 못하다. 태영발 PF 부실화 등 특정기업의 부정적 이슈들이 업계 전반으로 번지는가도 쟁점이다"며 "태영사태로 인한 신용리스크가 어느정도 안정된다고 해도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관심이 가질만한 섹터인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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