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국내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는 지난해 수주 호황에 힘입어 흑자 전환을 이뤘고, 올해도 신조선가와 후판 가격 인하 등으로 이익 개선이 기대된다 .

하지만 선박 수주량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2020년까지 3년 동안 선박 수주에서 세계 1위를 지켰던 한국은 중국에 밀려 3년째 2위로 내려앉았다.

인력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어려움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조선업계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와 인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뉴스락>은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조선 3사의 지난해 전략과 올해 전망을 분석한다.

(왼쪽부터)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대표,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 권현웅 한화오션 대표. 사진=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왼쪽부터)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대표,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 권현웅 한화오션 대표. 사진=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조선 빅3’ 희비... HD한국조선해양만 수주 목표 달성

조선 3사 2023년 수주 목표와 수주량. 자료=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조선업계가 역대급 수주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조선 3사 중 HD한국조선해양만  유일하게 지난해 수주 목표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연내 계약이 예상됐던 카타르 2차 프로젝트 물량 협상이 지연되면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총 223억 2000만 달러(약 29조원)의 선박을 수주했다. 이는 연간 수주 목표인 157억 4000만 달러(약 20조 4000억원)의 141.8%에 달하는 수치다.

반면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해 세운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삼성중공업은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 2척을 수주한 것을 포함해 지난해 68억 달러(약 8조 8000억원)의 선박을 수주했다.

이는 연간 목표인 95억 달러(약 12조 3000억원)의 71.6%에 불과하다.

한화오션의 경우에도 목표액인 69억 8000만 달러(약 9조 1000억원)의 57.3% 수준인 40억 달러(약 5조 2000억원)의 선박을 수주했다.

당초 연내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됐던 카타르 2차 수주 계약이 늦어지면서 양사의 목표 달성에 영향을 줬다.

현재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10척 이상의 선박 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나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올해 국내 조선 3사는 수주 목표를 낮추거나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 연간 수주 목표치인 157억 4000만 달러보다 약 14.2% 줄인 135억 달러로 정했다.

삼성중공업은 아직 목표치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HD한국조선해양과 같은 방식으로 수주 목표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올해부터 연간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2의 부흥기 맞은 조선업계, HD한국조선해양이 앞장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건조해 인도한 초대형 LPG 운반선 시운전 모습. HD현대중공업 제공 [뉴스락]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건조해 인도한 초대형 LPG 운반선 시운전 모습. HD현대중공업 제공 [뉴스락]

최근 조선업계는 수년간 이어진 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 부흥세를 타고 있다.

특히 석유 대비 탄소 배출량이 적고 석탄의 대체제로 떠오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고부가가치 선반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카타르에너지와 5조 2511억원 규모의 LNG선박 17척을 한꺼번에 수주하기도 했다.

이는 세계 LNG선박 시장 점유율 1위인 카타르 선주로부터의 대규모 발주로, HD한국조선해양의 기술력과 신뢰도를 인정받은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수주 성과는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선업 불황으로 2021년에는 1조 3848억원, 지난해에는 35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지난해는 2020년 이후 3년만에 흑자 전환을 이뤘다.

HD한국조선해양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15조 3072억원, 영업이익은 1211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매출은 5조 9367억원, 영업이익 1851억원을 추가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4년 치에 달하는 수주잔량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종 위주의 선별 수주를 강화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각광받는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은 고부가가치 선박”이라며 “이미 3년치 일감을 확보해 수익성 위주로 선별 수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상선 건조 협력으로 ‘원팀’ 결성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CI. [뉴스락 편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CI. [뉴스락 편집]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상선 건조 분야에서 협력에 나서 국내 조선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이번 협력은 두 회사가 각각 겪고 있는 수주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다. 

삼성중공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 조선소와 계약한 LNG 운반선 계약이 일시 중단됐고, 한화오션은 지난해 탱커선과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삼성중공업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 5조 5762억원, 영업이익 1543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3분기 5조 1773억원의 누적 매출과 1476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회사는 상선 건조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결정했다. 한화오션은 삼성중공업에 상선용 블록을 제작해 공급한다.

블록은 선박을 건조하는 데 가장 기초적인 부품으로 블록을 통해 선박의 구조·설계 등 중요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상의 이유로 공유하는 것이 금기로 여겨졌다.

이번 계약은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간의 협업이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는 HD한국조선해양과 비교해 규모가 더 작지만,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블록을 공동으로 제작해 선박을 건조한다는 것은 선박의 설계도를 공유한다는 것"이라며 "양사의 사업적인 이해관계가 우선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주 목표 낮춰도 실적 개선... 조선 3사, ‘질적 성장’ 전략 통할까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가상 조선소 ‘트윈포스’를 통해 조선소 공정 상황을 실시간으로 살펴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뉴스락]

'질적 성장’ 전략을 수립한 국내 조선 3사는 올해 수익성을 높이고 세계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 목표를 넘어서고 3년 이상의 작업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올해는 선가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에서 우선순위를 두고 수주할 계획이다.

또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 야드 구축과 성과급 지급 등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소의 자동화 수준을 높여 고숙련 노동자 부족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과 사업장 안정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251% 상당을 주기로 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흑자전환으로 올해 초 성과급 지급이 예상되고, 한화오션은 지난해 일정 매출을 달성하면 올해 2월 기준 임금의 300%에 해당하는 성과급(현금 150%·주식 150%)을 주기로 했다.

조선 3사는 지난해 경영진을 부회장 체제로 바꾸면서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혁신을 추진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정기선·김성준 투톱 체제를 구성했고, 삼성중공업은 기존 공동체제에서 최성안 부회장 단독체제로 변경했다. 한화오션은 권혁웅 부회장 체제를 유지하면서 성과를 이어갔다.

정부도 조선산업의 재도약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장기간 이어진 불황을 털어낸 기업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K-조선 차세대 선도 전략'을 내놨다.

2028년까지 71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전세계 조선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겠다는 목표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우리 조선산업이 과거 불황을 딛고 재도약을 위한 기회가 크게 열렸다”며 “K-조선이 세계 1위 산업으로 차세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아 경쟁력 강화에 모든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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