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최근 제약업계에 핫이슈가 터졌다. 글로벌 소재·에너지 전문기업인 OCI그룹과 국내 대표 제약기업 한미약품그룹이 지난 12일 그룹 간 통합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사업군에서 양사가 통합하는 일은 쉽게 보기 어려운 일이다.

때문인지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OCI그룹의 자금력과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능력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있는가하면, 고려아연 사례와 같이 동업자간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부정적 시선이 공존한다. 

한미약품그룹은 이번 양사 통합을 기점으로 석유화학기업에서 다국적 제약사로 변화에 성공한 독일의 '바이엘'을 롤모델로 삼아 한걸음 더 도약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다. 

<뉴스락>은 최근 파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에 대한 전반을 알아봄으로써 향후 행로를 예측해본다. 

송영숙 회장과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 한미약품 제공 [뉴스락]
송영숙 회장과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 한미약품 제공 [뉴스락]

 

한미약품, 또다시 최대 실적 달성 전망

한미약품그룹은 지난해 화려한 실적을 거두며 한해를 마무리했다.

지난 2018년 연 매출액 1조 원을 돌파한 이후 2021년에는 1조2,032억 원, 2022년 1조3,315억 원으로 매년 최대 실적 기록을 갱신한 뒤 올해에도 좋은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3분기 국내 매출은 2283억 원으로 전년대비 16%인 309억 원, 전년동기대비 10% 늘어난 210억 원을 기록했으며, 누적 실적은 6351억 원으로 전기대비 4%인 251억 원 증가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4분기 실적 역시 매출액은 15.7% 늘어난 4063억 원, 영업이익은 70% 상승한 660억 원을 기록하며 또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블록버스터' 제품 20종 원외처방액. 한미사이언스 제공. [뉴스락] 
'블록버스터' 제품 20종 원외처방액. 한미사이언스 제공. [뉴스락] 

한미약품은 지난해 6년 연속 국내 원외처방 매출 1위를 달성했으며, 처방 매출 100억 원 이상인 '블록버스터' 제품 20종 확보하기도 했다.

특히 블록버스터 제품 중 이상지질혈증 치료 복합신약 '로수젯'은 19.3%라는 급격한 성장률을 보이며 1788억 원의 처방 매출을 달성했다. 로수젯은 국내 제약회사가 독자 개발한 복합신약 단일품목으로는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높은 매출 기록이다.

대표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패밀리' 제품군 4종인 '아모잘탄'과 '아모잘탄플러스, '아모잘탄큐', '아모잘탄엑스큐'는 각각 892억 원, 309억 원, 113억 원, 105억 원 등 총 1419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특히 아모잘탄엑스큐 처방 매출은 작년 처음으로 100억 원을 돌파했다.

이에 2023년 한미약품의 원외처방 매출은 전년 대비 10% 성장한 9295억 원으로 확인된다.

한미약품이 언급한 블록버스터에 등극한 20개 제품 중 19개는 독자 개발한 제품이며, 나머지 1개 제품 역시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와 공동 개발한 제품으로 해외 도입 제품 없이 독자 개발했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성과로 비춰진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번 성과는 자체 개발 제품을 통해 달성한 R&D로 지속가능 성장을 이루는 혁신경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고품질 의약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R&D 중심 제약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전했다.

2024년 주요과제 '비만 신약'

올해 한미그룹 신년사에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은 지난해 혁신 성과로 ▲6년 연속 국내 원외처방 1위 달성 ▲처방 매출 100억 원 넘는 '블록버스터' 제품 22종 확보를 손꼽았다.이어 송 회장은 추가적인 혁신 성과들로 ▲한미의 레거시 '에페글레나타이드' 비만 치료제로 개발 ▲비만 신약 5종 'H.O.P 프로젝트' 가동 ▲해외 유명 학회서 'R&D 성과 40건' 발표 ▲신성장 동력 'CDMO 사업' 본격 추진 등도 함께 언급했다.
올해 한미그룹 신년사에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은 지난해 혁신 성과로 ▲6년 연속 국내 원외처방 1위 달성 ▲처방 매출 100억 원 넘는 '블록버스터' 제품 22종 확보를 손꼽았다.이어 송 회장은 추가적인 혁신 성과들로 ▲한미의 레거시 '에페글레나타이드' 비만 치료제로 개발 ▲비만 신약 5종 'H.O.P 프로젝트' 가동 ▲해외 유명 학회서 'R&D 성과 40건' 발표 ▲신성장 동력 'CDMO 사업' 본격 추진 등도 함께 언급했다.

한미그룹은 2024년도 경영 슬로건으로 '힘차게 도약하는 한미, 함께 하는 미래'를 내세웠다.

해당 슬로건에 걸맞게 올해 한미약품은 혁신 성과로 손꼽혔던 각종 신약 개발 본격화에 나서며 제약업계의 선두주자로 도약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한미약품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연구개발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과거 신약 구분 방식을 따라 '바이오'와 '합성'으로 이분화됐던 조직 구조를 없애고 '비만·대사', '표적·면역항암', '희귀질환' 등 질환 중심으로 세분화시킨 바 있다.

이에 올해 한미약품은 혁신 성과로 꼽힌 비만 신약 및 R&D 개발에 한걸음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한미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는 그룹사 미래를 위한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비만 관리'를 선정했다. 회사는 '비만' 프로젝트를 'H.O.P(Hanmi Obesity Pipeline)'라는 이름으로 브랜딩해 한미만의 차별화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H.O.P 프로젝트 이미지. 한미사이언스 제공. [뉴스락] 
H.O.P 프로젝트 이미지. 한미사이언스 제공. [뉴스락] 

H.O.P 프로젝트는 '경제적인 한국인 맞춤형 GLP-1 비만 치료제'로 개발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와 GLP-1 및 에너지 대사량을 높이는 글루카곤, 인슐린 분비 및 식욕 억제를 돕는 GIP를 활성화하는 '차세대 삼중작용제(LA-GLP/GIP/GCG)'를 포함한 5종의 치료제로 구축됐다.

전임상을 통해 확인했을 때 LA-GLP/GIP/GCG가 수술적 요법에 따른 체중감량 효과(25% 내외)에 버금가는 강력한 효능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0월 한미약품은 H.O.P의 첫번째 상용화 모델로써 비만 치료제를 위해 자체 개발한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약물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 계획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획득했다.

이후 지난 15일에는 국내 성인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3상 시험에 참가할 첫 환자를 이달 초 등록했다고 밝혔다.

임상 3상 시험은 국내 대학병원에서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 환자 42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해 이중 눈가림, 위약 대조, 평행 비교 방식으로 진행되며 2026년 상반기 임상 종료 후 3년 내로 국내에 상용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미약품 바이오 분야 연구원들이 제조 공정에 관한 데이터를 확인하며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제공. [뉴스락] 
한미약품 바이오 분야 연구원들이 제조 공정에 관한 데이터를 확인하며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제공. [뉴스락]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의 최첨단 바이오의약품 전용 공장 '평택 스마트플랜트'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향후 국내 비만 환자들에게 경제적 비용의 안정적 공급을 통해 약물 접근성과 지속성을 대폭 높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미는 GLP-1 제제 사용시 나타날 수 있는 근육량 손실을 방지해 체중 감량의 퀄리티를 개선하고 요요 현상 억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바이오신약과 폭식 등 섭식장애를 개선할 수 있는 후보물질도 최근 도출하는 등 활발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경구용 펩타이드 플랫폼 기술 개발에도 착수해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먹는 형태의 GLP-1 제제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미약품과 OCI 이종 기업 통합...'득과 실' 줄다리기

한편, 작년 한해동안 실적 및 각종 신약 개발 연구 결과 등을 통해 많은 결실을 보이며 미래성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한미약품은 올해 1월 OCI그룹과 동반 상생 경영체제로 통합하겠다고 밝혀 업계에는 큰 파장이 일었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통합에 대해 OCI그룹의 규모와 한미약품의 전문성을 통해 큰 시너지를 낳을 것이라는 기대와 한미약품이 추진하던 신약 개발 등과 같은 회사의 특수성을 잃어버리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함께 들려오고 있다. 

지난 12일 한미약품그룹은 이번 주식 양수도 계약을 통해 OCI홀딩스와 대주주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전격적인 통합을 진행했다.

양사 통합이 이뤄지면서 OCI홀딩스는 통합법인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한미사이언스는 제약 바이오부문의 중간지주사를 맡게 된다.

계약상 OCI홀딩스가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취득하며 한미사이언스 구주와 현물출자로 18.6%, 신주발행으로 8.4%를 확보한다. 총 규모는 7700억 원이다.

임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전량 매각한 돈으로 OCI홀딩스 지분 10.4%를 확보해 OCI홀딩스의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OCI홀딩스는 각 그룹별 1명씩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우현 회장과 임주현 한미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게 된다.

(왼쪽부터)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각 사 제공. [뉴스락] 
(왼쪽부터)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각 사 제공. [뉴스락] 

이번 양 그룹별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두 그룹이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통합되며 후속 사업조정 등을 거치면서 '제약/바이오'와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사업군을 기반으로 상생 공동경영을 할 방침이다.

OCI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양사 통합으로 양 그룹은 이사회 중심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통해 사업과 관리의 통합을 이뤄내 각 부문 전문성이 더욱 강화되고, 신규 사업 추진에 대한 강력한 동력을 마련하게 됐다"며 "양 그룹 전체 주주와 임직원 이익 보호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양사의 통합에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다른 사업을 하는 두 그룹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 통합이라기보다는 상속을 위한 지배주주의 꼼수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이 통합 성공시에 다음 세대에 경영권을 승계할 때 상속세 할증 적용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미그룹은 최대주주 가족이 2020년 말 5400여억 원의 상속세를 부과받고 지난해까지 절반을 납부했으며, 이후 절반에 대한 부분도 규정에 따라 향후 3년 내 할증 세액으로 납부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한미약품 오너일가는 지난 2020년 창업주 임성기 회장 별세로 5400억 원 대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배우자 송영숙 회장과 슬하 2남 1녀가 대상으로 납부할 세금이 2000억 원 가량 남아있다.

송 회장은 이번에 OCI에 지분을 팔아넘긴 금액을 단기적으로는 상속세 납부에 사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신약개발 투자를 강화하는데 투자할 예정이다.

또한 한미 오너일가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인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통합에 반대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한미그룹 내 이종 기업 통합에 대한 진통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통합과 관련해 여러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양사 통합 계약을 주도한 라데팡스파트너스는 해당 계약은 다른 목적이 아닌 양사의 통합과 공동경영을 통한 선진지배구조 완성을 목적이었다고 의견을 전했다.

라데팡스파트너스는 "두 그룹 각자 대표이사 및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추천해 공동으로 통합지주회사인 OCI홀딩스의 이사회를 구성할 예정이다"며 문제를 일축했다. 

이번 이종 기업 통합과 관련해 박재경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간에 사업적 시너지가 발생하긴 어렵다"며 "OCI의 현금 창출 능력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에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과 OCI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은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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