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세계 안보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이 방위 산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K-방산 역시 마찬가지.

K-방산은 뛰어난 성능과 저렴한 가격으로 유럽, 동남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K2 흑표 전차, K9 자주포, 천무, 수리온 등 K-방산품을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방산비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면서 K-방산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방산비리는 단순한 부패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안보와 경제를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다.

<뉴스락>은 주요 방산비리 사례를 통해 뿌리 깊게 박힌 방산비리의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뉴스락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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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산업의 성장과 과다경쟁, 그리고 비리의 연쇄

국내 방위산업 주요 지표. 방위사업청 제공 [뉴스락]
국내 방위산업 주요 지표. 방위사업청 제공 [뉴스락]

방위산업(방산) 비리는 국내에서 개발하는 무기체계의 연구개발, 생산 및 납품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리를 말한다.

방산비리는 △군사기밀 유출 △원가비리 △공문서 위조 △부실한 군수품 획득 및 납품 △특정한 업체와 유착 및 편의 제공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국가안보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방위사업청이 지난해 7월 발간한 ‘2023~2027 방위산업발전 기본계획’에 따르면 방산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가동률 등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2022년 방산수출 수주액이 역대 최고치인 170억 달러(약 22조 7256억원)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방산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뒷면에는 업체 간의 과다경쟁과 비리의 연결고리가 숨어있다.

방산비리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는 방위산업의 집중화다.

소수의 방산 대기업들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중소·중견 방산업체들이 줄어들고 있다.

경쟁이 심화될 경우, 선의의 경쟁기업들이 몰락하고 소수 기업들이 오히려 시장을 독점해 가격담합 또는 불규칙한 가격조작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다른 원인은 방산정책의 비현실성이다. 정책당국은 방산 사업의 개발일정이나 개발비용, 원가 등을 현실성 없이 낮게 책정하고 있다.

이는 방산업체들이 정상적인 사업 수행을 하기 어렵게 하고, 비리를 저지르는 유인을 제공한다.

2015년 현궁 개발 사업을 담당한 국방과학연구소는 LIG넥스원이 납품한 불량품을 묵인하고 서류 위조 및 허위서류 작성 등으로 업체에 편의를 봐준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2017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구매본부장은 T-50 고등훈련기 등 군수 장비의 전장계통 부품 원가를 약 100억원 가량 부풀린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달 24일에는 SNT모티브를 퇴사한 직원이 회사 정보를 부정 이용해 총기 부품을 불법 수출한 혐의로 부산 세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국방부와 방사청 퇴직공직자의 재취업 문제도 방산비리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방산비리, 구조적 문제로 반복되는 적폐의 연속

방산비리 유형. [뉴스락 편집]
방산비리 유형. [뉴스락 편집]

국가의 안보와 관련된 특수한 산업인 방위산업에서는 구조적이고 복잡한 비리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방산비리는 국방 무기체계를 획득하고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일종의 개인 비위사실에 따른 개인의 비리 유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불법행위의 뇌물 또는 재취업 등 대가성 비리가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방산비리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뿐 아니라 방위산업의 제도상 결함이나 구조적인 허점으로 인해 반복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의 방산비리 수사는 대부분 개인 비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구조적 비리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복잡한 사업추진 절차와 장기간에 걸친 사업구조 등이 방산비리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며 “복잡한 사업추진 절차를 간소화하고 법률이나 제도 등도 단순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행위나 업체의 부정을 넘어서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방산의 비리를 사후에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산업자체를 구조적으로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사후 제재 아닌 사전 예방이 답, 해외 사례 참고해 재정비해야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정활동 모습. 민홍철 의원 페이스북 제공 [뉴스락]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정활동 모습. 민홍철 의원 페이스북 제공 [뉴스락]

방산비리는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세금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외 국방분야 부패 근절 시스템 사례를 참고해 우리 방위산업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독일은 예산, 입법 감시, 획득규정 및 조직 측면에서 국방분야 반부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핀란드는 국방분야 반부패를 위해 헌법 기반 정보 접근성 보장, 엄격한 옴부즈맨 제도 운영 등 다양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방산업체들 역시 납품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고강도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화, KAI 등 방산업체들은 협력사와 공조해 발생할 수 있는 방산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원가 관리시스템을 도입했고, 경영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을 통해 구매관리 분야 등에서 합리화를 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방위사업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비리 예방과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0년 비리 예방과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업체 대표·임원뿐만 아니라 직원 비리행위에도 5년간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하고 국방부와 방사청 퇴직공직자의 취업 이력을 15년간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방산비리 제도의 근본적인 허점을 보완하지 않고 비리에 대한 처벌만을 강화하면 방산비리를 예방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비리 범죄에 대한 처벌강화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방산비리 예방을 위한 전담법령 제정 등 법제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

최기일 상지대학교 국가안보학부 교수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방산비리 근절을 위해 사후적 제재보다는 사전적 예방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미국의 리니언시(Leniency)와 같은 내부고발자 제도 등을 참고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비리 행위자를 국방시장에서 퇴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 제도를 적용하고, 국방획득대학 설립과 국방획득인력자격법을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며 “방산비리는 해외 무기 구매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므로, 국내 에이전트나 오퍼상 관련 정부의 관리와 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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