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최근 정부는 대형마트 영업규제 개선을 필두로 단말기 유통법 폐지와 도서정가제 개선 등 3개 주제에 관해 정부 개선 방향을 보고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를 가졌다.

해당 민생토론회에서 정부는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으로 시행되고 있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공휴일 지정 원칙과 새벽배송 불가 규제에 대해 개선하겠다고 발표해 유통업계가 일제히 들썩였다.

현재 유통법상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10시까지 영업이 불가하고, 월 2회 공휴일에 의무휴업을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이번 생활규제 개혁안을 통해 매장 내 소비 활성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마트 노동자들이 공휴일에 쉴 수 있는 권리를 박탈했다는 의견과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시행됐던 방안이 무너졌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이번 개정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뉴스락>에서는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 등이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생활규제 개혁 분야 민생토론회 사후브리핑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 합리화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생활규제 개혁 분야 민생토론회 사후브리핑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 합리화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대형마트업계 '웃음' vs 전통시장 '울상' 

지난 22일 정부는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생활규제 개혁을 주제로 열린 다섯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해당 토론회에 참석한 충북 청주 시민과 대구 시민은 현재 대형마트 휴무일이 평일로 전환될 경우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춘천 시민은 유통법으로 인해 새벽 배송이 어려운 점에 관해서 불편함을 호소했다.

실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은 지난 2012년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도입됐으나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의견들이 다수 차지하며 지속적인 실효성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해당 법이 시행된 이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상생하기보다는 온라인 쇼핑 이용 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오히려 대형마트의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산업자원부의 유통 업태별 매출 비중 현황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비중은 2014년 28%에서 2021년 16%로 크게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유통법 개정으로 의무휴업 평일 전환을 가속화하고,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새벽 배송 가능 지역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서 홈플러스 전경. 현유진 기자. [뉴스락] 
강서 홈플러스 전경. 현유진 기자. [뉴스락] 

다만 정부의 발표에 현장에서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소상공인들과 마트 노동자들은 골목 상권을 외면하고, 휴식권을 축소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으나 오프라인 마트업계 관계자와 소비자들은 이번 개정을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에서 근무하는 김 씨는 "사실 마트 노동자들은 주부들이 일하는 경우가 많아 공휴일에 쉬기를 원하는 분들이 많은데 의무휴업일일 때는 의무적으로 주말에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었다"며 "공휴일 휴업 폐지가 이뤄지면 많이 불편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주말 근무시 추가수당 등과 같이 보장되는 부분들이 있다면 좋겠으나 따로 지급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강서구 화곡본동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김 씨 역시 "시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적어지게 되면 실질적으로 규모가 큰 시장은 타격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강서 화곡본동시장 내부 사진. 현유진 기자. [뉴스락]

정부는 이번 민생토론회에서 유통법 개정으로 인한 마트 노동자와 전통시장 분들의 우려가 해소될 수 있도록 대형마트 및 관계부처와 협력해 지원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전통시장 하루 평균 방문 고객수는 2019년 5,413명에서 2022년 4,536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법을 시행하던 당시보다 현재 전통시장의 쇠퇴는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소상공인과 마트 노동자들의 우려를 잠식시킬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기 전까지 해당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인협회 vs 소상공인연합...대립 의견 지속돼

강서 홈플러스 내부 사진. 현유진 기자. [뉴스락] 
강서 홈플러스 내부 사진. 현유진 기자. [뉴스락] 

대형마트 의무휴업폐지에 따른 각 단체의 의견은 계속 대립되는 양상이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76.4%의 소비자는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조사자 중 32.2%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33.0%는 평일 의무휴업 실시 등 규제완화를, 11.2%는 의무휴업일 및 심야 영업금지 시간에 온라인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행 의무휴업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3.6%로 조사됐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생필품 대체 구매처와 관련한 질문에는 슈퍼마켓·식자재마트(46.1%)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대형마트 영업일 재방문(17.1%), 온라인거래(15.1%), 전통시장(11.5%), 편의점(10.2%) 등의 순서로 확인된다.

한경협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생필품 구매를 위해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응답이 10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에 따른 전통시장 보호 효과는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실제 강서구 홈플러스를 이용하는 손 씨 역시 "그동안 주말에 대형마트가 휴무일 경우 기다렸다가 주말에 운영하는 시간에 방문하곤 했다. 오히려 이번 개정으로 인해 마트 방문하기가 편해졌다"며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른 방안이 필요해보인다"고 언급했다.

대형마트 대형마트 규제 관련 조사.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뉴스락] 
대형마트 대형마트 규제 관련 조사.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뉴스락]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대규모점포의 영업·출점제한은 소비자권익을 침해하고, 납품기업과 농수산물 산지 유통업체의 피해를 초래하지만 그와 대비해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본부장은 "세계 유통산업이 시간과 국경을 초월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상황이므로 국내 유통정책은 규제보다는 소비자 편익과 유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육성 중심으로 재조정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경협에서 소비자의 권리와 편익을 주장하며 이번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를 찬성하는 것과는 달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마트산업노조(이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와 소상공인연합회 등에서는 마트 노동자들의 건강과 소상공인들의 상생을 요청하며 반대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18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에 따른 노동자의 건강과 삶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부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변경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발표한 실태조사는 지난해 5월 충북 청주시는 월 2회 일요일로 정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수요일로 변경한 뒤 노동자의 건강 변화를 확인하고자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워라밸 만족도'를 묻자 변경 전 조사에선 70%가 부정적 답변을 했던 데서 일요일 휴업이 사라진 뒤 무려 96%가 "불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전반적 건강상태가 나쁘다'라는 질문에는 휴무일 변경 전 54%에서 변경 뒤 66%로 비율이 늘었다.

조건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청주 마트 노동자의 직무 스트레스 회복 점수는 변경 전 60점에서 변경 뒤 50.31점으로 낮아졌다"며 "일요일 근무가 휴일 스트레스 회복 기능을 떨어트린다는 기존 연구 결과들과 부합하는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13일 대구 중구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열린 ‘대구 일요일 의무휴업 사수 마트노동자 결의대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과 연대단체 회원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에 반대하며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13일 대구 중구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열린 ‘대구 일요일 의무휴업 사수 마트노동자 결의대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과 연대단체 회원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에 반대하며 도심을 행진하고 있다.

청주 마트와 같이 현재 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가 공식적으로 이뤄지진 않으나 지방을 중심으로 휴일 의무를 지키지 않는 곳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유통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이 이해당사자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

이에 2022년 대구시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이후 충북 청주, 서울 서초구 등 일부 지자체는 자치단체장과 이해당사자들이 협의를 통해 의무휴업일을 평일휴무로 진행했다.

이러한 흐름에 당시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 추진에 대해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현재 상황은 고금리 부담·신규 대출 불가 등으로 소상공인들의 체력이 고갈됐다"며 "대형마트와 소비자들의 권리, 소비자 편익도 중요하지만 소상공인들의 생존권과 입장 역시 지켜주고,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 앞두고 정치권은 표심 잡기 일환으로 사용?

현재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유통업계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민생토론회에서의 정부 발표 이후 여러 정당에서는 제각기 자신의 의견을 드러냈다.

지난달 24일 송경남 국회의원 예비후보(제주시을, 진보당)는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에 대해 반대하는 논평을 냈다.

송 예비후보는 "연일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에 관한 뉴스가 계속 보도되고 있다"며 "국민이 주말에 장보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공휴일 지정 폐지, 영업 제한시간 온라인배송 허용 등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마트노동자들의 오랜 투쟁 끝에 겨우 한 달에 두 번 주말에 쉴 수 있게 됐으나 정부는 마트노동자들의 휴식권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며 "골목상권 역시 대구시에서서 휴무일 변경 이후 소매업종의 80%이상이 페업, 전업, 업종전환을 하는 등 초토화되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승재 국회의원(비례대표, 국민의힘) 역시 지난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 방안' 철회를 강하게 촉구했다.

정부의 방침에 최 의원은 "가뜩이나 위축된 소상공인 경기와 얼어붙은 700만 소상공인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성급한 결정"이라며 "직접 당사자인 소상공인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이 방침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형마트가 연간 약 7,000억~1조원의 매출 증대 효과가 발생한다고 하나 대기업에게 연간 최대 1조원 매출 상승은 결국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의 1조원 매출감소로 이어진다"며 "중기부는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제도가 소상공인, 전통시장의 경제적 매출 증대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자료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전경선 전라남도의회 부의장(목포5, 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 즉각 철회 건의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기도 했다. 이번 건의안은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 방침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전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전경선 부의장은 "2012년, 법을 개정한 근본적인 이유를 다시 한번 상기하라"며 "정부의 이번 결정은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소상공인들을 위협하고, 대형마트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살 권리를 빼앗는 터무니없는 행위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치권의 행보에 올해 4월에 있는 총선을 앞두고 '표심 잡기의 일환'으로 나아가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서용구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을 수 있으나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일 폐지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원하는 사항이라 지속적으로 이야기가 나왔던 부분"이라며 "정치적인 논리로 이야기해서 규제완화가 안됐던 논의가 현재 물살을 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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