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정부가 신정책 추진을 통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으로 정비사업을 비롯한 주택시장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재편된 내용 중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재건축·재개발' 관련 정책이다.

기존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안전진단'과 '노후도 요건' 기준은 사업 진행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이에 정부는 안전진단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전으로, 노후도 요건을 60%로 낮추는 등의 전략을 제시했다.

정책 변화로 각종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사업은 한층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약 95만 호가 정비사업에 착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같은 대응안에도 시장 반응은 미지근하다. 재건축 승패를 '안전진단'이 아닌 '사업성'이 좌우하는 데다 급등한 공사비로 조합원들의 자금마련이 어려워졌고, 총선 표심잡기를 위한 즉흥 정책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는 탓이다. 

이에 <뉴스락>은 2024 부동산 대책 중 '재건축·재개발' 관련 정책을 집중 조명해봤다.

안전진단 규제 대폭 완화...95만호 공급 기반 확보

준공 30년 지난 아파트 현황. [뉴스락 편집]
준공 30년 지난 아파트 현황. [뉴스락 편집]

정부는 재건축사업의 대못으로 박혀 있던 '안전진단' 규제를 뽑아 들었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1232만 가구 중 준공 후 30년이 경과한 단지는 262만 가구로, 전체의 21.2%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50만 2820가구), 경기(52만 2216가구), 인천(19만 9053가구) 등 수도권에만 47%가 집중돼있다. 서울은 네 채 중 한 채가 재건축 대상이다.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 주요 내용 [뉴스락 편집]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 주요 내용 [뉴스락 편집]

정부는 준공 후 30년이 지난 단지의 안전진단 통과 시기를 사업시행 인가 전으로 늦췄다. 또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해 추진위가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 추진을 병행하는 '패스트트랙'도 단행한다.

재개발의 경우 노후도 요건을 완화해 신축빌라가 있어도 사업 착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요건을 기존 3분의 2에서 60%로 낮춰 건축물 비율(준공 30년 이후 단지)이 60% 수준에 이르면 재개발 추진이 가능해진다. 촉진지구로 지정된 대상지의 경우 50%가 추가 완화된다.

뿐만 아니라 구역지정·동의요건 등도 재편함으로써 부지 특성상 재개발이 불가능했던 지역도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국토교통부는 오는 4월 노후계획도시정비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마련했다.

시행령 제정안에 따라 전국 108개 지구, 215만 가구가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의 적용 대상이 돼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용적률도 법정 상한의 150%까지 상향했다. 

특히 1기 신도시 등 특별법에 따라 재건축을 추동하는 단지의 경우 안전진단이 면제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향후 3년 간 재건축 75만호, 재개발 20만호, 총 95만호의 공급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을, 원하는 시기에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들이 정부 정책을 체감할 수 있도록 대책 후속과제의 신속한 이행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부담금 수술 나선 정부, 1주택자 초과이익 부담금 70% 감면

기존 부담금 시뮬레이션. 국토교통부 제공 [뉴스락]
기존 부담금 시뮬레이션. 국토교통부 제공 [뉴스락]

정부는 재건축 부담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수술대도 마련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 시행령·시행규칙'을 발표했다. 개정된 시행령·시행규칙은 이달 29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내달 27일부터 적용된다.

먼저 재건축 아파트를 20년 이상 보유한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초과이익 부담금이 70% 감면된다.

부담금 계산시 초과이익에서 제외하는 비용 항목 또한 늘어나 부담금은 더욱 줄어들게 됐다. 추가 인정 비용은 신탁방식 운영비 등 제반 실집행 비용, 기부채납 토지 기여분 등이다.

또 60세 이상 조합원은 주택 처분 시까지 납부 유예가 가능하다.

A단지 사례. 국토교통부 제공 [뉴스락]
A단지 사례. 국토교통부 제공 [뉴스락]

국토부가 서울시 일원 A단지에 대한 재검축 부담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법 개정 전후로 1인당 부담금이 1인당 1억 1000만 원에서 5500만 원 수준으로 책정돼 절반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탁방식 비용과 공공임대 비용을 초과이익에서 제외할 경우 부담금은 4400만원으로 내려가고, 공공임대 비용 산정 과정에서 감정가로 반영할 경우 2800만 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20년간 장기 보유한 1주택자는 70%를 면제받아 최종 부담금이 900만 원 정도로 떨어진다.

아울러 정부는 사업의 변수로 자리하는 '공사비 갈등' 지원에도 나선다.

표준계약서 적용, 공사비 인상 시 검증 역할 강화, 갈등 조정 등 사업 단계를 기준으로 3가지로 구분해 지원할 계획이다. 

박용선 국토교통부 주택정비과장은 "국회에서 오랜 논의를 통해 신설된 장기감면 및 납부유예 조항에 따라 1주택 실수요자와 고령자들의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며 "공공주택 공공기여 토지가액의 현실화 등 '1.10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발표한 비용인정 확대 조치가 함께 마련돼 부담금이 추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대책 실효성 논란... '표심 잡기'용 비난도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 [뉴스락]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 [뉴스락]

정부가 시장 분위기 반전을 위한 카드를 꺼내들었음에도 시장의 반응은 고요하다. 조합 자금 부족, 사업성 여부, 총선용 정책 등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탓이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정비사업 3.3㎡당 평균 공사비는 687만 5000원으로, 전년(606만 5000원)과 비교해 13.4%(81만원) 상승했다. 3년 전인 2021년 평균 공사비(518만 7000원)와 비교해서는 32.5%가 오른 수치다. 

현재 시점에서는 가파른 공사비 증가로 인해 추진 속도 보다 개별 조합원들의 경제여력이 중요시된다. 이 같은 이유로 정책 변화를 통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사업의 핵심은 공사비다. 하지만 현재 조합은 가파르게 오른 공사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시공사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지는 사업 추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진행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사업성'에 관한 문제도 걸림돌로 남아있다.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되면서 안전진단을 넘지 못했던 단지들도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고, 모두 같은 선상에 놓일 경우 시행·시공사의 사업 선별 기준이 사업성에서 나눠져 우선순위가 밀리는 곳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다. 

또 소유자들의 가격상승 기대가 낮아진 현재 시점에서 정책을 통한 '활성화'가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진형 한국경영학회 회장은 <뉴스락>과의 인터뷰에서 "사업성이 떨어질 경우 가격상승 기대감이 낮아지기 때문에 사업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대책은 시장 상황이 너무 악화된 가운데 나왔다. 공급 대책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면이 있다"며 "정부에서 공급 확대 의지를 표명한다 하더라도 민간이 공급하는 정비사업 특성 상,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정부 대안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내놓은 '표심 잡기'용 정책이란 비난의 화살도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재건축 부담금이 전면 재검토되면서 추가적인 개선, 폐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발표한 '재건축 부담금 개선안'도 야당의 반대로 법 개정까지 1년이 넘게 걸렸고, 그마저도 원안보다 수위를 낮춘 합의안으로 개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정책이 재건축 조합원에 대한 희망고문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다만, 이번 정부의 정책 변화가 '최선의 선택'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규제 완화는 현시점에서 하는게 맞다. 시장에는 영원한 침체, 또 영원한 불황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안좋다고 해도 영원하지는 않다는 것"이라며 "추후 시장 상황이 나아졌을 때를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 변화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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