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본사 전경 및 (왼쪽부터)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한미약품 제공 [뉴스락 편집]
한미약품 본사 전경 및 (왼쪽부터)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한미약품 제공 [뉴스락 편집]

[뉴스락]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갈등이 다음달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12일 한미그룹은 글로벌 소재·에너지 전문기업 OCI그룹과의 통합 계획을 밝혔다. 해당 계획은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주도했다.

당시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개인회사 코리그룹의 공식 SNS를 통해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에 관련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를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불만을 표했다.

그로부터 한 달의 시간이 지난 시점, 한미약품그룹과 OCI 그룹의 통합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던 임종윤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그룹 통합을 반대하며 한미사이언스에 주주제안권을 행사하고 한미그룹에 이사와 대표이사로 경영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3일 임종윤·종훈 형제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그룹 경영복귀를 선언했다.

지난 8일 형제가 3월 진행 예정인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 자신들을 포함한 새로운 이사 후보 6명의 선임 안건을 상정하겠다며 주주제안권을 행사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형제는 주주제안의 목적에 대해 "단순 이사회 진입이 아닌 선대 회장의 뜻에 따라 지주사와 자회사의 각자 대표이사로 한미그룹을 경영하겠다는 분명한 의지 표명"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현 경영진이 밀실 경영을 통해 기업 가치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20년 임성기 선대회장 작고 이후 현 경영진이 미래 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피인수합병 결정으로 한미사이언스의 지주사 지위를 상실케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인수합병으로 선의의 주주들이 입는 직접 손실액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하면 주주제안은 자동으로 주주총회에 상정된다. 현재 두 형제를 비롯해 그들의 배우자와 자녀의 지분을 더하면 28.4%에 달한다. 이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형제 측은 이사회가 성공적으로 구성되면 주가회복 및 이사회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초격차 지배구조 완성으로 선대회장님의 유업인 전통과 혁신의 한미 신약개발 역사가 불손한 외부세력으로부터 훼손되는 것을 막겠다"고 말했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주주제안을 행사하고 경영복귀를 선언하자, 한미약품그룹은 반박자료에서 한미사이언스에 행사한 주주제안과 관련해 "사익(私益)을 위해 한미를 이용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했다.

한미그룹 측은 임종윤 사장이 개인 사업에만 몰두했을 뿐 정작 한미약품 경영에는 소홀했던 지난 행보를 생각했을 때 이번 주주제안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근거로는 지난 10년간 임종윤 사장이 한미에 거의 출근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5차례 진행된 한미약품 이사회에 임종윤 사장의 참석률은 20%에 그쳤다.

또 그룹 측은 임종윤 사장이 상속받은 한미사이언스의 주식 대부분을 본인 사업과 개인 자금으로 활용해왔고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한미사이언스가 DX&VX와 코리그룹을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을 수차례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유로 임종윤 사장이 경영권 분쟁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본인의 채무를 해결하는 동시에 한미그룹을 본인의 개인회사에 활용하려는 사익 추구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한미에 거의 출근하지 않으면서 개인 사업에만 몰두해 왔던 임종윤 사장이 갑작스럽게 한미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회사를 공격하고 있어 매우 의아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법률과 절차에 따라 OCI그룹과의 통합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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