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최근 서울 소재 한 병원에서 중견 제약사가 외국제약사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아 국내에서 최종 제조·생산한 투약용 스테로이드 주사제에서 다량의 검은 이물질이 발견돼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해당 제품은 정맥에 주사하는 스테로이드인 이연제약의 프레디솔주사제(성분명 프레드니솔론)였다. 병원 측은 “오염된 이물질이 약물과 함께 투여됐을 경우 환자들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었다”며 이연제약에  항의했다. 

이에 조사에 착수한 이연제약은 “성분 분석 결과 바이알 뚜껑의 고무전 파편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생산라인 조사 결과 제조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고 같은 기간 다른 공급처에 판매한 같은 제품에서도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약물 오염 등 제품 하자가 원인이 아니라 주사제 사용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같다”며 “주사바늘 굵기나 각도에 따라 파편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놓기도 했다.

이연제약은 이같은 조사 내용을 대전식약처에 제출했고, 식약처는 “제품 사용 부주의로 판단하고 있으나 내용을 검토 중이고 필요하다면 조사에 돌입할 수도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모든 제품이 일률적인 것은 아니지만 고무 뚜껑으로 돼있는 바이알 병은 주사바늘을 통해 제품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용이해 무수히 많은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제약용기다. 이는 우리가 병원의 주사실에서 주사를 맞을 때도 흔히 볼 수 있다.

이연제약의 이번 조사결과대로라면 전국의 무수히 많은 병원에서 사용 중인 고무 뚜껑으로 밀봉돼 있는 바이알 병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한 셈이 된다.

주사기의 굵기나 사용각도에 따라 예외적으로 발생한 드문 사례라고 하더라도 이를 사전 고지해야 하는 법적 의무조차 없었기 때문에, 전국의 어느 병원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주사기를 바이알 고무 뚜껑에 사용했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식약처는 이연제약의 자체조사 보고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며 이번 사태를 ‘제품 사용 부주의’로 인지하고 내용 검토만을 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조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을 뿐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조사계획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처음 제품 하자를 인지하고 민원 접수를 했을 시점이 환자에게 투약된 이후일 가능성도 있는데도 말이다.

환자의 피해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식약처의 조사는 신속하고도 정확해야 한다. 하지만 식약처 늑장대응에 대한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이른바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 식약처는 앞선 조사 결과에서 안전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가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자 재조사 이후 결과를 번복했다.

이보다 더 앞선 2016년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 중인 치약 11종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CMIT/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 성분이 검출됐음에도 이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지적한 후에야 뒤늦게 움직여 논란이 된 바 있다.

물론 이연제약 역시 책임회피성 자체조사결과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원인 규명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품이 이미 납품됐고 사용됐다는 정황이 분명한 상황에서 피해사례 조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은 당연하다.

직접적인 피해자가 나타나야만 그 후 조사에 돌입하는 그간의 문제점이 더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태는 더 이상 지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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