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황동진 기자] 최근 대기업들 사이에서 사정기관 고위직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모시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오너리스크가 존재하는 기업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하다.

대기업, 세무․법조계 고위직 출신인사 대거 등용

21일 재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주총 시즌을 맞아 대기업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 사정기관 고위 임원 출신 인사들은 부지기수다.

LG전자는 지난 20일 주주총회를 열고 백용호 전 국세청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백 전 청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공정거래위원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으며, 현재 세무법인 T&P 고문과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대차도 지난 17일 주주총회에서 대전고등법원장 출신의 최은수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변호사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했다.

대기업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들의 출신 성분은 크게 교육계 인사를 제외하고 ‘세무(금융)’와 ‘법조’ 두 갈래로 나뉜다.

국세청 출신 인사로는 백용오 전 국세청장(LG전자), 이병국 전 서울국세청장(LS산전), 임창규 전 광주지방국세청장(현대글로비스), 박용준 전 국세청 차장(CJ), 이전환 전 국세청 차장(이마트), 김문수 전 국세청 차장(신세계인터내셔날), 이병대 전 부산국세청장(현대위아), 김덕중 전 국세청장(기아차,24일 주총 예정) 등이 최근 대기업 사외이사로 선임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법조계 출신 인사로는 최은수 전 대전고등법원장(현대차), 조성국 전 공정위 약관제도과장(현대위아), 이귀남 전 법무부장관(기아차,24일 주총예정), 이천세 전 인천지검 부천지청 차장검사(SK네트웍스), 정동민 전 서울서부지검장(LG화학) 등이 사외이사로 선임됐거나 선임될 예정이다.

일반 대기업뿐만 아니라 금융, 건설, 제약업계 등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금융업계에서는 이장영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변찬우 전 광주지검장, 김선규 전 대한주택보증 사장, 최한묵 전 금융감독원 검사기법연구소장은 등이 오는 24일 NH투자증권 주총에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서남철 전 인천지법 판사(SK증권), 권태균 전 조달청장(미래에셋대우, 24일 주총 예정), 손인옥 전 공정위 부위원장(HMC투자증권), 강보현 법무법인 화우 고문(부국증권,24일 주총예정),윤인태 전 부산고등법원장(BNK금융지주), 하종화 전 대구지방국세청장(DGB금융지주), 정중원 공정위 정책국장(롯데손해보험) 등이 신규로 선임됐거나 선임될 예정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이충훈 법무법인 씨엠 대표변호사(대림산업,24일 주총 예정),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회 원장(현대산업개발,24일 주총 예정), 이혁 법률사무소 리앤리 대표변호사(대우건설,28일 주총 예정), 최규윤 전 금융감독원 국장(대우건설, 28일 주총 예정), 김영주 법무법인 세종 고문(두산건설, 31일 주총 예정) 등이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정동민 전 서울서부지검 검사장(LG화학), 경찰 출신인 탁병훈 전 대통령실 민정비서관(휴온스그룹), 박형철 전 부산고등검찰청 검사(JW생명과학) 등이 대표적이다.

‘오너리스크’ ‘최순실 게이트’ ‘분식회계’ ‘리베이트’ 등 악재 대비한 방패막이 역할?

경제시민단체 등 “‘소액주주 권리 보호’ 등 사외이사 본래 취지 변질” 지적..."제도 개선해야"

초 불확실성의 시대, 방패막이 역할...5월 이후를 예측한 조치?

사외이사제도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사외이사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대주주(오너)를 견제하고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경영활동을 감시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하지만 대(對)정부 로비나 외풍 차단 목적으로 권력기관 출신의 인사를 사외이사로 두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어 제도 도입 취지가 변질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일반 대기업의 경우 현대차, CJ, 롯데, 두산, SK, 신세계 등은 ‘비자금 조성’ ‘횡령․배임’ ‘차명계좌’ 의혹 등 오너리스크에 더해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돼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거나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금융 기업 역시 ‘이영복 게이트’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거나 수사 받을 가능성이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분식회계’ 논란과 제약업계에서는 ‘불법 리베이트’ 수사가 진행되고 있거나 진행될 예정이어서 이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사외이사로부터 기대할 가능이 크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국세청이 어수선한 시기에 올해 세무조사 유예를 밝혔지만, 5월 대선 이후의 정세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국세청 출신인사들을 대거 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일 재벌전문사이트인 재벌닷컴이 발표한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상장회사를 중심으로 사외이사 및 감사의 독립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48개 그룹 소속 248개 상장회사 사외이사 785명 가운데 189명이 독립성이 의심되는 사례였다. 전체의 24.08%에 해당한다.

지난해는 53개 그룹 상장회사 248개사 사외이사 803명 가운데 184명(22.91%)이 오너나 경영진과 직간접적 이해관계가 의심됐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신세계는 공무원 출신이 사외이사에 대거 선임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이 지난해 선임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18명 가운데 12명이 전직 고위 관료출신이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선임한 10명의 사외이사와 감사 가운데 6명이 전직 공무원 출신이었다.

SK와 한화그룹은 2015년과 2016년 모두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를 10명 이상 선임했다.

SK, 두산그룹, 동국제강은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그룹은 2015년과 2016년 전체 사외이사 28명 가운데 계열사 근무 경력 등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 12명을 선임해 가장 많았다.

두산그룹은 2010년부터 매년 계열사나 지배주주 일가와 관련된 소송을 대리하거나 법률자문을 제공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등을 사외이사로 가장 많이 선임했다.

이수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사외이사와 감사의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사외이사 자격요건 강화 등의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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