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남신 작가의 11가시 돋친 꽃, 65x50 cm, 종이에 콘테, 오일파스텔, 2017. 사진=금산갤러리 제공

"몇 년 전에 작품에 쓸 조화를 구하려고 꽃 시장에 갔다가 저는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생환지 조화인지를 구별하기 힘든 기술의 신묘함은 차치하더라도 그 화려한 가짜의 세계는 진짜의 세계를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시뮬라크르의 세상에는 이미테이션이 더 진짜 같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살아 숨 쉬는 조화도 개발되지 않겠습니까? 몇 종류 조화를 사 가지고 와 작품에 이용해 보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다 점점 접사촬영을 하게 되었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위선의 맨 얼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커지면 커질수록 거대한 꽃의 그로테스크한 모습 뒤에 숨겨진 모습은 허무했지요. 그동안 만들었던 작품들을 꺼내보니 생기 있게 피어난 꽃은 하나도 없습니다. 시들어 빠진 꽃, 말라가는 꽃, 책갈피 사이에 눌린 꽃, 독기를 품은 꽃, 조화, 그리고 진짜를 가짜로 가공한 프리저브드플라워... 왜 이런 것들만 눈에 띠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전시장 가득 꽃으로 채워질 것이지만 아마도 마음은 허허롭지 않겠습니까? "

-곽남신 작가 노트 중-

[뉴스락] 금산갤러리에서는 곽남신 작가의 <花華虛虛>화화허허라는 타이틀의 개인전을10월 1일부터 23일까지 개최한다.

꽃의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화려함속의 공허함이라는 내면적 심상을 2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꽃이라는 흔한 소재를 통해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하는 진부한 방식에서 벗어나 곽남신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꽃의 화려함 속의 공허함이란 어쩌면 미술속에서 의미가 상실되어 버린꽃에 대한 “아름답다” 라는 단어의 모호함처럼, 가짜가 더 진짜 같은 시뮬라크르의 세상을 비판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진짜 꽃인지 조화인지 구분할 수 없는 조화의 근접 촬영을 통해서 꽃잎의 결인줄로만 알았던 천 조각의 직조 패턴과 꽃 술인 줄로 착각하였던 플라스틱 구슬들의 형체를드러낸다.

그의 작품 속에는 시들어 빠진 꽃, 말라가는 꽃, 책갈피 사이에 눌린 꽃, 독기를 품은 꽃, 조화, 그리고 진짜를 가짜로 가공한 프리저브드 플라워들이 콘테, 오일파스텔, 색연필, 피그먼트 프린트등의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되어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목 <화화허허>에서 보여주듯 변색되어 버린 꽃이라는 소재의 의미와 화려함속의 공허함이란 내면적 심상을20 여 점의 작품으로 표현한다.전시장에 가득 채워질 곽남신 작가의 꽃들은 관람자들에게 점점 퇴색되어가고 있는아름다움의 속의 진정한 아름다움;조화(調和), 우아함, 고상함의 의미를다시 되짚어보고,허상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