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2019년 새해부터 인기 완구제품 ‘액체괴물’에서 생식·발달독성을 가진 ‘붕소 화합물’이 대량으로 검출됐다는 소식이 세간에 충격을 줬다. 특히 이 제품들 중 KC(국가통합인증마크)인증을 받은 제품이 다수 있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지난 2일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와 보건대학원은 “액체괴물이라고 불리는 액체성 점토 장난감 내 붕사·붕산염 등 붕소 화합물 함량을 분석한 결과, 30개 제품 중 25개 제품에서 유럽연합(EU) 기준치를 초과한 붕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유럽 기준치(kg당 300mg)의 최대 7배가 넘는 2278mg/kg이 포함된 제품도 있었으며, 25개 제품의 붕소 화합물 평균 함량도 1005±626mg/kg이어서 기준치를 두 배 이상 넘었다”고 설명했다.

붕소 화합물에 과다노출 될 경우 생식기능 및 생식능력에 유해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특히 성장기 아이들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

그런데 연구진은 조사에 사용된 30개 표본 제품 중 24개 제품에 KC마크 및 안전인증번호가 표기돼 있었다고 밝혔다.

KC마크는 국가통합인증마크로, 안전·보건·환경·품질 등 강제인증 분야를 국가적으로 단일화 한 마크다. 지식경제부, 노동부, 환경부, 방송통신위원회, 소방방재청 등 5개 부처에서 각각 관리하던 13개 법정 인증마크를 2009년 7월부터 단일화 했다.

나라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증을 받았다는 제품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된 것이다. 특히 액체괴물은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로 알려진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이 검출돼 리콜조치를 받은 바 있으나 또다른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KC인증에 대한 불신이 지적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문제점 지적에 관할 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모든 화합물질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이 규제가 되진 않는 상황”이라면서 “국제적으로도 붕소에 대한 기준이 없었는데, 최근 EU에서 마련 기준에 따라 국내 역시 금년부터 규제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EU의 기준이 없다고 우리나라까지 기준이 없어야 한다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사실 KC인증 및 여타 국가인증제도는 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점차 높아져 가는데도, 제도가 이를 뒷받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한 해 이슈였던 ‘라돈 침대 사태’의 대진침대 제품 역시 KC인증을 받은 제품이었다. 매트리스 라돈 문제는 10여년 전부터 지적돼온 문제였으나 관련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지 않으면서 이러한 대규모 사태를 야기했다.

가습기 살균제 논란 역시 환경부 친환경인증마크의 허점 속에 수년 전부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유기농마크 제도는 살충제 계란 사태를 막지 못했다.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그에 맞게 제도도 변해야 한다. 약 10년 전 우리는 미세먼지라는 단어조차 생소하게 느꼈었지만, 지금은 국민과 정부 모두가 매일 주시하며 관련 제도 마련을 촉구하는 크나큰 문제로 자리 잡았다.

라돈, 붕소 등 기존에는 지적되지 않았거나 알지도 못했던 물질들이 건강을 유해하게 한다는 사실이 연구기관·국민들을 통해 밝혀졌다면, 이를 즉각 수용해 제도에 반영할 수 있는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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