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CJ오쇼핑이 베트남 홈쇼핑 시장에서 철수한다.

업계는 모바일 및 온라인 쇼핑 트렌드가 한국뿐 아니라 베트남 시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면서 더 이상 TV 기반 홈쇼핑에서의 수익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홈쇼핑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때문에 CJ 오쇼핑을 비롯 현대홈쇼핑, GS 홈쇼핑 등은 매출 부진을 거듭하고 있고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하는 모양새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지난 2018년 베트남 홈쇼핑 시장 성장률이 둔화기조에 들어가자 일찍이 베트남에서의 홈쇼핑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입장에선 적자 시장 철수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쌀딩크' 박항서가 영향을 끼친 기회의 땅 베트남서 국내 홈쇼핑 업체들이 잇따라 철수하는 이유에 대해 국내 이동통신사의 모바일 시장 독점 등 국내 기업간 헤게모니를 지적하기도 했다.

베트남 SCJ의 ‘한국 상품 골든존’ 프로그램에서 쇼호스트들이 한복을 입고 ‘한국 홍삼’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 CJ오쇼핑 제공
베트남 SCJ의 ‘한국 상품 골든존’ 프로그램에서 쇼호스트들이 한복을 입고 ‘한국 홍삼’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 CJ오쇼핑 제공

홈쇼핑 불모지서 시작된 '한국식 TV 홈쇼핑'···2016년 설문조사선 한국기업 선호

4년 전만 해도 베트남 홈쇼핑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 기업들을 밀어내고 크게 선전 했고 매출액도 꾸준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베트남은 2008년이 돼서야 처음 TV 홈쇼핑이 도입됐으나 당시엔 TV 화면상의 제품과 실제로 받는 제품의 성능, 외관의 차이가 컸다. 또,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전문성도 부족했다.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2011년 한국식 프로그램 구성을 통해 베트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베트남 소비자들 사이에서 신선하다는 평가와 제품의 성능 등에서도 신뢰를 받았다.

실제로 베트남 시장조사기관 큐앤미(Q&ME) 설문 결과에 따르면 2016년 베트남 TV 홈쇼핑 채널 선호도에서 국내 기업들은 베트남 시장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모두 들면서 높은 선호도를 받기도했다.

설문에서 CJ오쇼핑 채널을 가장 많이 시청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5%, 현대홈쇼핑 26%, 롯데홈쇼핑 17% 등으로 베트남 기업들을 밀어내고 높은 선호도의 홈쇼핑 매체로 인식 됐다.

업계 선호도와 함께 매출액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CJ오쇼핑 베트남 법인 'SCJ 홈쇼핑'의 경우 2011년 베트남 케이블 방송사(사이공투어리스트케이블TV)와 합작 설립돼 3년만에 2014년 매출액 270억원, 2015년 314억원을 기록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2020년 베트남 TV 홈쇼핑 성장률 1% 전망···범세계적 '모바일 쇼핑' 트렌드로의 변화

2014년도부터 2018년까지 베트남 TV 홈쇼핑 시장은 평균 9.7% 성장했고, 2018년 기준 TV 홈쇼핑 시장 규모는 4403만 달러(한화 513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코트라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베트남 TV홈쇼핑 시장 규모는 연평균 1% 성장이 예견되고 있고, 2023년에는 18년도 시장 규모보다 불과 30억원 가량이 늘어 4641만달러(한화 54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베트남도 세계에 발맞춰 급변하면서 쇼핑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은 그 어느때보다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데 2020년 올해의 경우 전체 시장 규모는 100억 달러(한화 11조 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 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금과 같은 성장 속도면 2025년 동남아시아에서 인도네시아에 이은 두 번째 규모의 시장이 될 거란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때문에 업계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쇼핑 트렌드와 함께 소셜커머스, 오픈마켓의 공세에 베트남도 편승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TV 홈쇼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들은 홈쇼핑 부문에서 T커머스(TV를 통한 전자상거래)로 변화를 도모하고 있지만 홈쇼핑 시장은 2012년을 기점으로 이미 둔화세에 들어가 성장률이 평균 2%에 불과하고 2015년의 경우 오히려 역신장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9’에서 황창규 KT 회장이 5G 기술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KT 제공

◆ 일각, KT 등 국내 이통사 베트남 모바일 쇼핑 시장 잠식···국내기업 간 '헤게모니'로 철수 지적

일각에서는 KT, SKT, LGU+ 등 국내 이동통신사가 베트남 이동통신사 시장을 기반으로 모바일 쇼핑 시장까지 잠식해 국내 기업끼리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국내 TV 홈쇼핑 업체들을 밀어낸 것 아니냐 지적하기도 했다.

KT의 경우 2018년 전세계 최초 5G기술 상용화 발표로 기술력 등에 전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의 이동통신사 비나폰(VNPT)의 임원, 실무자 등은 지난해 KT에 방문해 5G 기술을 배워갔고 다보스포럼서 황창규 KT 회장은 직접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만나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술력과 별개로 국내 굴지 통신사 KT, SKT, LGU+ 등은 베트남 시장에서 입지가 거의 없다. 현재 베트남 3대 이동통신사 비엣텔, 모비폰, 비나폰 등은 모두 베트남 국영 기업으로 시장 점유율이 95%에 달한다.

게다가 베트남 이동통신사들과 제휴를 맺고 있는 모바일 E커머스 기업 쇼피(Shopee), 라자다(Lazada), 티키(TIKI), 어더이조이(adayroi) 등은 모두 동남아시아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들로 아마존, 이베이, 알리바바 등도 베트남 모바일 시장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결국, 국내 이통사와 무관하게 베트남 국영 통신사, 베트남 모바일 쇼핑업체 등의 선점 때문에 국내 TV 홈쇼핑 기업들로서 모바일 쇼핑으로의 전환도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 

여기에 각 기업의 사정도 다양하다.

◆ CJ, 해외법인 실적악화에 올리브영·대한통운 매각설 등 재무건전성 떨어져···일각에선 경영권 승계작업 일환 지적

CJ오쇼핑은 2018년 기준 베트남 TV 홈쇼핑 시장 점유율 45%로 업계 1위다.

하지만 CJ오쇼핑 베트남 법인의 지난해 3분기 누적매출액은 220억원에 영업손실은 4억에 달하고 있고 올해 전망도 암울하다. 때문에 업계는 CJ오쇼핑의 베트남 홈쇼핑 지분 50%를 SCTV에 전량 매각 계획에 대해 당연한 수순이라고 보고있다.

베트남 사업 뿐만이 아니다. CJ오쇼핑은 이미 터키, 중국, 일본 등 해외 법인 매출액 부진으로 홈쇼핑 사업을 철수했고 말레이시아 법인도 지난해 25억원의 영업손실 기록하며 현재 매각을 논의중이다.

또, 올리브영, CJ대한통운 등에 대한 매각설도 꾸준히 제기되는 등 재무건전성에 비상이 걸려 CJ로선 베트남 TV홈쇼핑에 대한 사업철수가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해외법인 철수와 더불어 CJ올리브영 등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 그룹 후계자로 지목받고 있는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 확보를 염두해 둔 것 아니냐 지적하기도 했다.

해당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 확보 후 지주사인 CJ의 지분을 매입하는데 사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CJ그룹은 올리브영 등 매각설에 대해선 해명 공시를 통해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 베트남 파트너사와 불화설에 ‘한일분쟁’ 등 내수매출 악화···일본기업 이미지 전환 절실

롯데홈쇼핑은 국내 유통 기업중 베트남에서 가장 빨리 철수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1년 베트남 미디어 그룹 닷비엣(Datviet)과의 합작사 설립을 통한 현지화 전략을 가지고 베트남에 진출했다. 하지만 롯데홈쇼핑은 닷비엣과 경영방침상 견해 차이로 다른 현지 파트너사를 찾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등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롯데홈쇼핑은 2018년 베트남에서의 매출부진과 더불어 현지 경영의 어려움으로 시장 철수를 공식화 했다. 롯데홈쇼핑은 앞서 중국 법인에서도 매출 부진으로 지난 2011년과 2015년 연달아 홈쇼핑 사업 철수를 선언한 바 있다. 롯데홈쇼핑의 해외법인은 현재 대만 법인이 유일하다.

게다가 롯데그룹은 최근 오너리스크를 해소하며 고강도 인적 쇄신을 단행하고 있지만 ‘일본불매’운동 여파와 더불어 온라인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에 롯데마트 등 유통 주요부문의 내수 매출이 전년만 못하다.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쇼핑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4조 40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8%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87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6%를 기록하면서 실적 쇼크를 겪기도 했다.

때문에 롯데그룹의 경우 국내외 이슈로 내수 매출 부문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시장을 확대하기 보다 가장 중요한 내실화를 다지겠다는 것이다. 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롯데'를 '우리나라 기업'이라고 강조하는 등 일본불매 운동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재고를 주문하기도 했다.

결국,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의 상장을 가속화 해 빠른 시일내에 일본롯데의 지분율을 낮추고 지배구조 개선을 이뤄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희석 시키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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