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팀 최진호 기자
산업팀 최진호 기자

[뉴스락]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뉴롯데'를 향한 행보가 거침없다.

주요 계열사 임원들을 대거 교체한데 이어 백화점, 마트, 슈퍼 등 오프라인 점포 200여개 이상을 모두 폐점하겠다고 직접 밝혔다.

여기에 신 회장은 신년사 등을 통해 롯데그룹이 '착한기업'이라는 공감을 얻는 게 중요하다며 반(反) 롯데 이미지 개선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앞서 롯데는 그룹 차원의 점포축소 계획을 밝히긴 했지만 신 회장이 직접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의 '폐점'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일본 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사실을 직접 언급하면서 사실상 롯데그룹의 역대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이유는 간단하다. 롯데그룹 내·외부 이슈로 인해 주력 계열사의 수익악화가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가 주력하고 있는 유통 계열사의 경우 실적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신 회장의 실적개선에 대한 압박 때문인지 그룹차원의 사업규모 축소 과정에서, 그리고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한 상황에서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연일 ‘잡음’을 쏟아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말 하청업체의 지게차 노동자들이 파업을 돌입한지 하루만에 돌연 해당 하청업체의 계약해지 및 지게차 직원들 70여명을 해고했다.

롯데칠성은 이미 끝난 계약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게차 노동자들 입장에선 억울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감도 잠시, 상여금은 오히려 300% 가까이 삭감되면서 당연한 '호소'를 했을 뿐이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코로나19가 심각단계로 격상된 상황에서 직원들의 수당을 줄이고 직원들에 연차를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고 롯데마트는 지난달 코로나19로 마스크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사히 맥주’ 제품에 마스크를 끼워파는 등 꼼수 마케팅을 벌여와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호텔롯데의 월드사업부 롯데월드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을 핑계로 연차를 강요하고 인사 발령을 통해 직원들을 짜르고 있다는 내부 불만이 새어 나왔다.

이외에도 롯데제과에서 재택근무 직원에게 연차를 종용 했다는 논란, 롯데케미칼 서산 공장 폭발 등 롯데그룹 전반에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모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뉴롯데’를 표방한 이후에 생겨나고 있는 이슈들이다.

롯데그룹의 실적개선을 위한 살기위한 ‘몸부림’은 아이러니하게 각종 의혹과 논란을 낳는 모양새다. 때문에 롯데그룹 내부 임직원들의 불만도 가중되고 있다. 임직원들은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왜 우리가 감수해야 하냐는 주장이다. 

롯데가(家_ 형제의 난은 2015년 1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해임으로 촉발 된 그룹 내부 문제다. 이렇게 촉발된 형제의 난은 4년 가까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 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두 형제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6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 청탁 대가성 뇌물 70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오너 리스크까지 떠안은 것이다.

두 형제의 난, 오너리스크 등 그룹 안에서 촉발된 문제는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 즉 일본 기업과의 지분관계까지 수면위로 드러나게 했다.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또,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 등도 일본기업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줬다.

이렇게 롯데가 집안싸움을 하는 동안 외부에선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업체가 급성장했다. 내부 리스크로 업계 변화 등 선제적 대응엔 관심이 전무했다. 이 와중에 롯데는 한반도에 상주중인 주한미군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부지를 제공하면서 중국 사업을 철수하고 일본기업 이미지가 체 가시기도 전에 한일무역분쟁까지 발생해 실적에 영향을 받았다.

결국, 롯데그룹 내·외부에서 일어난 문제가 롯데 전체 실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신 회장은 '뉴롯데'라는 담론 아래 책임소지를 직원들에만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직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의 부진 과정에서 이 정도로 버텨온 건 자신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롯데 입장에선 당장 신 회장의 복귀 효과를 극대화 위해서도 눈에 보이는 실적이 필요하다. 때문에 규모 줄이기식 실적개선은 직원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함과 동시에 당장 눈앞의 성과를 내기에 장 쉬운 방법일지 모른다.

문제는 이로인해 직원들의 불만이 끊임없이 새어 나오고있고, 공식석상에선 "롯데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롯데 착한기업 공감 얻어야",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쳐야된다" 등의 공감하기 어려운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신 회장의 이러한 ‘롯데=착한기업, 한국기업’ 이라는 말에 국민들이 '진심'으로 느끼고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룹차원의 행동과 신 회장의 말에 분명한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롯데를 비난 하는 소비자들, 롯데 직원들 역시 실적 개선에 혈안인 롯데의 '기업 이미지'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때문에 신 회장 스스로 자문할 필요가 있다. ‘실적부진’이라는 사막에서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이익’이라는 오아시스만 찾아 나서는 경영이 최선의 방법인지 말이다. 당장은 이익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혹자가 말하지 않았나.

사막의 오아시스는 언제든 ‘신기루’로 바뀔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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