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탐사팀 김재민 기자.
재계탐사팀 김재민 기자.

[뉴스락] 'BACK TO THE BASIC'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이 말은 오래 전부터 숙어처럼 사용돼오며 많은 이들의 좌우명으로 남아있다. 그만큼 지키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선구자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998년 9월 미국 시장에 ‘10년간 10만 마일 무상보증’이라는 파격적인 약속을 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운용 중인 택시를 현대차 제품으로 무상 교체해주기도 했다.

품질에 자신이 있었기에 할 수 있었던 결정이었다. 정 회장은 ‘최고의 품질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선의 가치’를 주창하며 자동차의 기본이 되는 품질경영을 거듭 강조했다.

자동차 산업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을 글로벌 Top 자동차 산업국가로 키운 동력이다.

정 회장의 경영을 물려받은 아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거시적으로는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을, 자동차 부문에선 품질경영과 더불어 디자인 경영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벤틀리 출신의 루크 동커볼케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담당 부사장(지난 4월 사임), GM·벤틀리 출신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 전무, 폭스바겐 출신 사이먼 로스비 현대스타일링담당 상무 등 전 세계 디자인계 거물들을 줄줄이 영입했다.

디자인에 힘을 실은 정의선 체제의 현대차는 소나타 DN8(센슈어스), 올 뉴 그랜져, 올 뉴 아반떼 등과 제네시스 G90, GV80, 신형 G80 등 그동안의 현대차와 다른 느낌의 신차들을 줄줄이 출시했다.

그런데 정의선 체제 3년차 만에 아버지가 공들여 쌓은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출시된 신차에서 잇따라 결함 문제가 발생해서다.

겉으론 가장 파격적인 외향을 보여줬던 '소나타DN8'은 냉간소음과 풍절음(주행 중 바람소리) 논란이 제기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장치 오류로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콜 조치됐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세단 브랜드 '제네시스G90'은 소프트웨어 오류로 리콜을, 대형 SUV ‘제네시스GV80’은 스톱앤고 소프트웨어 오류 및 계기판 오류 등으로 국내 출시 이후 두 달 만에 두 번이나 리콜을 진행했다.

지난 3월말 출시된 제네시스 신형(3세대) G80마저 GV80에서 발생했던 차량 방전, 계기판 오류 등 문제와 더불어 핸들 잠김 문제, 조립 불량 등 다수의 결함이 발생했다는 차주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수천 번의 테스트를 거쳐 출시된 신차라도 출고 후 실사용에서 어떤 문제가 나타날지 예측하기란 쉽지가 않다.

정몽구 체제에서도 결함은 존재했으며 이는 현대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정의선 체제 이후 출시한 신차에서 연이어 결함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사측의 대응이 형식적이라는 게 문제다.

현대차 홍보실 관계자는 G80 결함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리하고 문제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과거 차량 결함 당시 답변과 유사하다. 그렇게 원인을 찾고 해결을 했다지만 다수의 결함이 현재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GV80에서 나타났던 문제가 고스란히 G80에서도 나타난 점은 회사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없었거나, 있었더라도 미흡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미 문제가 발생해버린 상황에서 사측의 이번 대응이 최선일 수도 있지만, 같은 문제가 지속 발생한다면 제조 과정의 생산라인 하나하나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현재 결함 문제에 대한 공식입장은 고사하고 일언반구조차 없다.

정의선 부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지난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회동했다. 재계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며 코로나19 등 산업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 같은 협업은 고무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그의 경영전략을 판단하기에 앞서, 현 시점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품질’을 다시 한 번 점검할 때다.

국산차를 믿고 쓰는 국민들은 멋스럽게 진화한 현대차를 더 이상 ‘흉기차’로 부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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