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블로그에 게재됐다 삭제된 신혼희망타운 광고. 사진 신혼희망타운 커뮤니티 카페 제공 [뉴스락]
LH 블로그에 게재됐다 삭제된 신혼희망타운 광고. 사진 신혼희망타운 커뮤니티 카페 제공 [뉴스락]

[뉴스락]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말 흙수저 광고 논란에 이어 또다시 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 신혼희망타운 커뮤니티 카페는 ‘LH는 신혼희망타운에 LH마크를 달 자격이 없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강력 규탄하고 있다.

LH가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공공주택으로, 분양가를 주변 시세 대비 70%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결혼 7년 이내의 부부와 예비신혼부부, 6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 가족 등이 그 대상이다.

이 같은 좋은 취지의 공공주택 정책은 한 홍보 영상으로 인해 신혼부부들의 마음에 상처만 남기게 됐다.

현재는 삭제된 논란의 홍보 영상 두 편은 지난해 2월 25일자로 LH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애니메이션 광고다.

숙박예약 앱 ‘여기어때’를 패러디한 ‘#여긴어때’ 홍보 영상 중 ‘커플편’은, 한 커플이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자기야 이리와봐”, “나 믿지?” 등 대사와 함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오른쪽 상단에는 ‘19금’ 마크가 붙어있다.

그러나 잠시 후 이들이 애정행각을 했던 침대 주변의 배경이 가구전문점과 유사한 공개된 공간으로 바뀐다.

고객 등 군중이 이들을 보며 놀라고 관계자에 의해 이들은 쫓겨난다. 쫓겨난 이들 위로 까마귀 두 마리가 로고송을 부르며 ‘일단 넣어보자 신혼희망타운’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지나간다.

또다른 홍보 영상인 ‘#여긴어때-공포편’에선 어둡고 거미줄이 쳐진 낡은 집에 젊은 커플이 앉아 있다.

집에서 벌레가 나오고 액자가 떨어지는 등 스산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커플은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지른다.

다음 장면에선 “다음 달부터 월세를 올리겠다”는 집주인의 문자를 본 커플이 소리를 지르며 창문을 깨고 탈출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들 위로 부엉이가 로고송을 부르며 영상이 끝난다.

물론 숙박예약 앱 ‘여기어때’의 광고 컨셉과 유사하게 ‘재미’라는 코드를 노림으로써, 공기업이 신혼부부 및 국민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의도는 파악이 된다.

그러나 LH에 입주하려는 신혼부부를 마치 벼랑 끝에 몰린 이들처럼 묘사한 점과, 공공장소에서 유사 성행위를 하는 모습 등으로 인해 “저질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LH 신혼희망타운 광고를 본 입주(예정)자들 반응. 사진 신혼희망타운 카페 캡쳐 [뉴스락]
LH 신혼희망타운 광고를 본 입주(예정)자들 반응. 사진 신혼희망타운 카페 캡쳐 [뉴스락]

뒤늦게 이를 발견한 신혼희망타운 커뮤니티 카페 등에선 성명서를 내고 강경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례, 평택고덕, 양원, 감일, 동탄, 탕정, 지축, 장현A12, 장현A8, 운정, 별내, 와동 등 전국 신혼희망타운 입주(예정)자들이 모인 이 카페에선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사장 면담, 공식사과, 아파트 네이밍 재논의 등 강한 개선 요구를 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와 관련해 LH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해당 영상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직후 게시 중단이 된 상황이고, 향후 좀 더 세심하게 관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LH 광고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에 광고담당자 및 LH의 사회적 공감능력 부족이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앞서 지난해 12월 LH는 행복주택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능력으로 집을 얻은 친구와, 부모의 도움없이 행복주택을 통해 집을 마련하는 두 친구의 메신저 대화’를 컨셉으로 한 옥외광고물을 게재했다.

광고 내용에서 친구 A는 B에게 “부모님이 집을 얻어주셔서 좋겠다”며 부러워하고, 이에 B는 A에게 “나는 부모님의 힘을 안 빌려도 되는 니가 부럽다”는 식으로 말한다.

행복주택은 사회초년생, 대학생,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직장 또는 학교가 가까운 곳에서 시세보다 낮게 임대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와 LH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입주 대상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집단이라는 점에서 해당 광고가 정책 대상들에 대한 공감능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온·오프라인 등 여론에선 “진짜 집 못 구해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가슴 찢어지는 광고다”, “실제 행복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분들에게 매우 큰 실례다” 등 강한 질타를 보냈고, LH는 사과문과 함께 광고를 철회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 모두가 양질의 주거생활을 할 수 있게 노력하는 LH의 순기능이, 부적절한 광고로 인해 퇴색되는 사태가 더는 발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흙수저 비하 논란이 제기됐던 행복주택 옥외광고물.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뉴스락]
지난해 12월 흙수저 비하 논란이 제기됐던 행복주택 옥외광고물.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뉴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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