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PS 본사 전경. 사진 한전KPS 제공 [뉴스락]
한전KPS 본사 전경. 사진 한전KPS 제공 [뉴스락]

[뉴스락] 회사 사업계약서에서 독소 조항을 발견, 문제를 제기해 손실을 막은 직원이 오히려 부당 해고를 당했다며 호소하고 있다. 회사는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KBS는 “한전KPS 직원 이모씨가 400억원대 회사 손실을 낼 뻔 했던 계약서상 독소 조항에 문제를 제기해 이를 방지하고도 부당대우를 받다 해고 조치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한전KPS는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로, 전력시설의 설비·유지·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공기업이다.

이씨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16년 ‘사업관리 전문경력직’ 모집을 통해 전문계약직(1년)으로 입사했고, 매년 재계약 시즌에 평균 이상의 인사평가를 받으며 세 차례 계약을 연장해왔다.

그 중 이씨는 지난해 한전KPS가 2017년부터 포스코와 추진해온 ‘광양제철소 기능 개선 사업’ 계약에서 계약서상 문제를 발견했다.

총 사업비 610억원의 대규모 사업이었던 해당 계약은 한전KPS가 일본 업체 등이 생산한 터빈·보일러를 광양제철소에 공급·설비하는 사업이었다. 610억원 중 한전KPS가 담당한 사업 영역은 191억원 규모였다.

이씨가 지적한 계약서상 문제는 ‘손해배상한도’와 관련된 부분. 약속된 사업 기한을 맞추지 못하거나 터빈 성능이 기준에 미달하는 등 사업 차질이 빚어졌을 때 위약금 모두를 한전KPS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기재돼 있었다.

일본 업체 등에서 생산한 제품을 들여오는 한전KPS로서는 잘잘못을 따질 수도 없이 모든 책임을 질 수도 있는 조항이었다.

법무법인 태평양에서도 계약서를 법률 검토한 결과, “손해배상한도액이 한전KPS에 대한 역무대가가 아닌 전체 계약금액인 610억원을 바탕으로 정해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독소 조항’을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이씨는 상사에게 계약서의 문제점을 보고했지만, 윗선에서 “실제 우리 책임 금액은 일부”라며 자신의 이의제기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회신도 윗선에 전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종계약 서명을 한 달 앞둔 지난해 8월말, 이씨는 사장 주재 회의에서 발언 기회를 얻어 독소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국 계약서는 다시 작성됐고 한전KPS의 책임 범위가 전체 610억원이 아닌 19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회사 입장에선 책임지지 않아도 될 나머지 419억원대 손실 우려를 미연에 방지한 셈.

그러나 어째서인지 이씨는 사장 주재 회의 이후부터 회사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상사로부터 앞으로 사장 주재 회의에 참석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고, 맡았었던 실장 보직에서 평사원으로 강등됐다”면서 “계약서 재작성 이후 진행된 인사평가에서 전에 없었던 전체등급 ‘C’(최하 D)를 받았다가 이의를 제기하니 다시 상향 조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따돌림을 느꼈다는 이씨는 지난해 말 사내 직장 내 괴롭힘 공식 신고 채널 ‘레드휘슬’에 도움을 요청하고 이씨가 가해자로 지목한 상사 등과 분리조치를 요구했다.

이씨는 “혼자 다른 회의실에서 넉 달 가량 업무를 해왔고 매일 뭘 하는지 일지 작성도 요구받았다”며 “지지부진했던 감사 결과는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나서야 ‘문제없다’는 식으로 결론나버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회사가 들키지 말았어야 할 치부를 들켜 자신에게 보복을 한 것이고, 그동안 해온 재계약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회사는 이씨의 주장이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공식 입장을 내고 전면 반박하고 있다.

한전KPS가 <뉴스락>에 보내온 공식 입장에서 한전KPS는 “지난해 9월 이씨가 발견했다는 조항은 회사 실무진이 리스크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고 이를 반영한 후속 조치를 추진한 바 있다”면서 “이씨는 윗선에 보고한 문제점이 묵살됐다고 주장하나, 해당 상사가 리스크를 지난해 8월 12일과 19일 두 차례 관련본부장에게 보고하고, 리스크 해소 방안을 사장에게 보고(2019.08.22.)해 발주사를 방문해 추가협상을 통해 리스크를 해소했다”고 말했다.

사장 주재 회의 참석을 하지말라고 했다는 이씨의 주장에 대해 한전KPS는 “이씨가 사장 주재 회의에 참석한 것은 출장으로 불참하게 된 상사를 대신해 참석한 것”이라며 “당시 자리에서 이씨가 지적한 문제점은 이미 사장(김범년)도 인지하고 있었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보직 강등, 업무 배제 등 이씨의 주장에 대해선 “과거에는 주무실장인 제보자가 대리참석했던 회의이나, 부서장이 회의성격(리스크 관리가 아닌 사업추진 관련)을 감안해 사업의 내용을 잘 아는 사업부장이 대리참석토록 지시한 것”이라며 “지난해 12월 조직개편 당시 회사 정기 인사이동발령에 따라 이씨가 실장보직에서 재무리스크관리 담당(전문계약직, 부장급)으로 이동된 것인데, 타 부서의 전문계약직도 보직보다는 직급을 유지해 전문직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사내 직장 내 괴롭힘 공식신고 채널 ‘레드휘슬’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회사가 늑장대응·늑장조사를 했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씨가 올 1월 7일 신고를 하고 감사실이 진정내용 검토 및 자문을 거쳐 4월 7일 조사를 개시했다”며 “조사기간이 길어져 이씨에게 4월 28일 조사 진행사항 설명 및 추가자료를 제출받고, 법률질의 등을 통해 6월 25일 최종 결과를 송부해 이씨가 7월 1일 확인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씨가 부당대우를 받았다는 점에 대해 “이씨가 스스로 근무장소 격리를 희망해 별도 사무실에서 분리 근무를 지시했고, 소속실원들도 작성하고 있는 일일 주요업무현황을 작성토록 한 것”이라며 “이씨는 해고가 아닌 계약기간(2019.07.01.~2020.06.30.) 만료에 따라 근로계약이 종료된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한전KPS는 “당사는 관련역무 종료로 계약연장의 어려움으로 인해 퇴사과정에서 본인이 느꼈을 심적부담에 대해 위로의 뜻을 표명하고자 하며, 또한 본 사안을 계기로 향후 제보자의 의견도 충분히 경청해 모든 구성원간의 소통 및 직무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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