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 본사와 권원강 회장.

"교촌이라는 이름을 쓰겠다고 하면 무조건 돈을 벌게 해줘야 합니다. 그게 제 책임입니다. 돈 못 벌고 그만두는 가맹점은 없어야 합니다. 어떻게든 가게 사장에 딸린 가족들을 먹이고 입히고 학교도 보내고 저축도 하게 해줘야 합니다."

"옛말에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인데, 말 그대로 서로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의미입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도 이와 같다고 봅니다. 서로가 의지하고 화합하지 안되는 상생이 기본이 돼야 하는 관계입니다.

-교촌F&B 권원강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밝힌 치킨 사업에 대한 본인의 철학과 소신을 밝히고 있다.

[뉴스락] 치킨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교촌F&B(회장 권원강)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철퇴를 또 맞았다.

12일 공정위 및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서울지방거래사무소는 지난5일 교촌F&B가 경남 진주 지역의 한 가맹점주에게 점포 환경개선(리뉴얼) 비용의 40%를 지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절반인 20%만 지급했다며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제6조의5 제1항 위반 혐의로 심사관인 기업거래정책국장 전결 경고조치했다.

교촌F&B는 2014년에도 가맹점주들에게 갑질하다가 철퇴를 맞았다. 당시 공정위는 가맹점주들에게 특정 해충방제업체와 거래를 하도록 강요한 교촌F&B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업계 일각에서는 권원강 회장이 밝힌 철학과 소신은 치킨처럼 튀겨져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강서구 교촌치킨 OO점 관계자는 "권원강 회장도 처음에는 가맹점주들과의 상생을 매우 중요시 여겼다"며 "그런데 업계 1위로 올라서더니 몇 년 전부터는 제 뱃속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촌치킨이 생긴지 20년이 넘었는데, 이 긴 세월 동안 권 회장 일가는 재벌이 됐고, 우리(가맹점주)들은 여전히 서민"이라며 "최근에도 가격인상을 하려고 했다가 BBQ가 먼저 철퇴를 맞자 은근슬쩍 철회한 것일 뿐, 가맹점주들에 대한 배려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지탄했다.

그는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듯, 권 회장 역시 되돌아 볼 때”라고 꼬집었다.

◇ 10평에서 시작한 교촌치킨...“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

권원강 회장은 1991년 3월13일 경북 구미시 송정동에 10여평 남짓의 '교촌통닭'이란 조그만 치킨집을 열었다. 교촌치킨의 시초다.

권 회장은 이후 1995년부터 가맹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전국 1000개 이상 점포수를 거느린 치킨프랜차이즈업계 1위 업체로 우뚝 섰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3% 오른 2911억원, 영업이익은 176억을 기록했다.

권 회장은 교촌치킨을 업계 1위로 올리기까지 차별화된 맛과 서비스는 기본으로하고, 무엇보다 가맹점 상권 보호를 최우선 영업방침으로 삼았다. 1998년 IMF 사태로 대거 실직자가 발생하면서 창업붐이 일었다. 가장 손쉬운 창업 중 하나였던 치킨집도 덩달아 늘면서 프랜차이즈 시장의 확대 계기가 됐다.

하지만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치킨점들은 같은 지붕아래에서도 ‘치킨 게임’을 해야만 했다.

교촌치킨은 그래도 달랐다. 타 경쟁사와 다르게 가맹점 상권 보호를 위해 치킨 게임은 지양했다.

점주들 역시 이를 높이 평가한다.

○○점 관계자는 “BBQ, 페리카나, BHC 등 경쟁사들이 무작위로 영토확장을 하려한 반면 교촌치킨은 적어도 집안 식구끼리 싸우는 식 확장은 자제를 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 가맹점주는 여전히 '허덕'....오너 일가는 고배당에 통행세까지 ‘억억’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5년 한해 문을 닫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전국 2만5천개 중 2천793개로 집계됐다.

폐업의 원인은 다양하다. 시장 자체가 과포화 상태에 다다른 것을 전제로 하고 인건비, 임차료,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용 등 상승, 배달앱 수수료 등 추가 비용 증가로 인해 가맹점의 수익성이 지속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조류인플루엔자(AI)도 한 몫 했다.

이런 이유로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가격 인상을 시도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맹점주들에게 가로막혀 좌절됐다. 정부도 세무조사 등 엄포를 놓으며 거들었다.

통계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경제총조사 확정결과'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 전국에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당 매출액은 1억3580만원으로 전년대비 19.0% 증가했다.

통계청은 “치킨점은 편의점(4억2970만원), 커피전문점(1억6120만원)에 비해 매출 규모는 적었지만 타업종에 비해 1년새 가맹점이 크게 늘어나지 않으면서 높은 매출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계청의 조사 결과와 달리 가맹점주들이 실제 느끼는 체감은 다르다.

○○점 관계자에게 통계청 조사 결과에 대해서 물어보니 돌아온 답변은 “어이가 없다”였다.

그는 “편의점과 커피점과는 차이가 크다”며 “편의점과 커피점이 배달을 하나? 기름값이 들어? 원재료비가 많이 드나? 전년대비 매출이 늘었다고 하지만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고 탄식했다.

이어 “이번에 BBQ가 가격인상 하려고 할때도 가맹점주들이나 양계협회에서 불매운동하겠다고 하면서 으름장을 놓은 것은 가맹점 매출 대비 본사 이익은 수백배이고 그 이익이 고스란히 오너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치킨 업계에서는 오너 리스크가 없는 편인 교촌치킨도 뚜껑을 열어보면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교촌치킨도 처음부터 잘나갔던 것은 아니다. 교촌USA(2013년 88억원 적자) 등이 해외 시장에 진출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경쟁사에 밀려 경영 악화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 기간 권원강 회장은 배당성향이 400%가 넘는 고배당을 전격 실시했다. 2009년부터 회사가 저성장 늪에 빠진 가운데에서도 교촌F&B는 순이익의 4배가 넘는 배당금을 챙겨갔다. 교촌F&B는 권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09년 이전 자산관리공사가 교촌의 지분 25%를 가지고 있을 때의 배당률은 단 0.5%였던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권 회장은 2009년 매출 1106억, 순이익 16억을 기록한 교촌F&B로부터 70억원(중간배당20억원, 결산배당50억원)을 챙겨갔으며, 2010년에는 24억원 적자 상태에서 30억원, 2012년 순이익 26억원(매출1889억원) 중 30억원을, 2013년 순이익 13억원(매출 2189억원) 중 15억원을 배당금으로 가져갔다.

논란이 일자 권 회장은 2014년부터는 배당금을 받지 않았지만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권 회장이 배당금으로 챙겨간 금액만 5년새 150억여원에 이른다.

고배당 논란뿐만 아니다. 2015년 8월 돌연 교촌F&B 내 소스사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BHN바이오(주)란 회사를 따로 설립하면서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최근 도마에 오른 미스터피자, BBQ 등의 ‘통행세 논란’과 내용이 흡사하다. 유통업계에서는 오너 일가가 100% 지분 보유한 ‘포장재 업체’를 유통 중간에 끼워넣는 방식으로 활용하며, 유통업계 뿐만 아니라 SI업계, 건설업계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이같은 편법이 활개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및 잡코리아에 올라온 BHN바이오 채용기업정보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자본금 6천35만원으로 2005년 8월3일 설립됐으며, 매출액은 153억5천670만원, 당기순이익30억1천988만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 대표이사는 권원강 회장이며, 비상장회사인 탓에 지분 현황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권 회장이 100% 지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당을 중단하자마자 소스회사를 따로 만들어 유통과정에서 중간에 끼워넣는 식으로 하는 것은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통행세 논란’과 유사하다”며 “통상적으로 자본금 6천만원에 설립된 신생회사가 설립 2년도 안 돼 매출이 150억원을 달성할 수 있었던 데에는 교촌전용소스를 제조․생산해 중간유통을 시킨 결과물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오너일가 가족경영도 도마

가족경영도 도마에 올라있다. 교촌F&B의 종속회사 교촌USA와 관계회사인 에스알푸드, 수현에프엔비, 교촌푸드라인(2013년 교촌F&B에 흡수합병) 등 대부분 계열사가 권원강 회장의 식솔들이 경영을 맡고 있다.

권 회장의 외동딸인 유진씨는 교촌USA 본부장과 교촌푸드라인 사내이사를, 부인 박경숙씨는 에스알푸드 대표이사, 권 회장의 친척 권순철씨는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 회사가 대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어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교촌 측은 에스알푸드와 수현에프앤비 등에 대해 최근 청산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교촌F&B가 이들 회사에 대여한 금액만 수십억원에 달해 수월한 청산 절차를 밟기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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