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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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등장과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은 국경 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빠르게 닫히는 국경에 대비해 글로벌 해운업계는 물동량 감소를 우려, 선복(컨테이너를 실을 선박 내 공간)을 줄였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국경이 닫히자 항공 운수가 막히기 시작했고 해운업계는 오히려 선복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양의 운수 물량을 소화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물량이 넘쳐나는 가운데, 부족한 선복은 해운 운임 상승으로 이어졌고 해운업계는 뜻하지 않은 호황을 맞게 됐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인 해운업계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상승기류에 올라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호황이라는 해운업계, 국내 대표 기업 3사의 같은 듯 다른 행보를 <뉴스락>이 짚어봤다.

 

◆ HMM "세계 최고 수준의 선사로 도약하는 한 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배재훈 HMM 사장. [뉴스락 편집]
배재훈 HMM 사장. HMM은 코로나19 속에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조 4132억 7000만원, 영업이익 9807억 8100만원을 기록했다. [뉴스락 편집]

HMM(사장 배재훈)은 국내외 경쟁 선사들이 선복을 줄이는 동안 정부 지원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잇달아 인도받으며 수혜를 고스란히 받게 됐다.

HMM은 이달까지 1만 6000TEU급 초대형선 8척을 유럽 노선에 모두 투입하면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으로 인수한 2만 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12척을 포함, 총 20척의 초대형선을 확보하게 된다.

넘치는 물동량에 발 빠르게 대응한 HMM은 올 1분기 매출액 2조 4280억원, 영업이익 1조 19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85% 증가,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1분기 최대 영업실적을 낸 HMM의 호재는 2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업계는 HMM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41.8% 급등한 1조 28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1분기 해운 운임 상승, 연료비 절감과 디얼라이언스 가입을 통한 비용구조 개선 효과가 빛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급등한 해운 운임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8일 TEU당 3748.36포인트로 전주 대비 44.43포인트 올랐다. 현재 운임은 지난해 같은 시기 운임인 988.82보다 4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같은 운임 고공행진에 저유황유 가격 인상이 겹치자 고유황유를 쓰는 HMM은 연료비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3일 쉽앤벙커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글로벌 20개 항구 평균 저유황유(VLSFO) 가격은 톤당 530달러다. 같은 기간 고유황유(IFO380) 가격은 414.5달러로 저유황유와 고유황유 간 가격은 115.5달러 차이를 보였다.

저유황유와 고유황유 간 가격 격차는 환경 규제 영향으로 인해 환경 오염 원인 중 하나인 유황 성분이 적은 저유황유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

다만 일찍이 고유황유를 정제하는 스크러버(탈황 설비)를 전체 선박의 80%에 설치한 HMM은 저유황유 가격 증가에도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HMM은 지난해 초 글로벌 3대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 정회원으로 가입해 비용구조를 개선했다.

HMM은 디얼라이언스 정회원으로 동맹사들이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돼 항로 서비스가 확대되고 안정적인 선석배정이 가능해졌으며 하역 비용도 절감됐다. 이러한 서비스 품질 제고와 화주에 대한 신뢰 향상으로 화물 유치 효과가 기대되며 초대형선 투입으로 비용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이를 통해 HMM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적선사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하게 됐다.

HMM은 이 기세를 몰아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HMM은 컨테이너선 사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벌크 사업에 투자를 늘려 경쟁력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HMM은 2433억원을 투자한 30만톤급 VLCC 3척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GS칼텍스와 10년간 약 63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유조선 VLCC 장기운송계약 등을 체결했다. GS칼텍스와 계약으로 HMM은 오는 2022년 7월부터 10년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한국으로 GS칼텍스의 원유를 수송하게 된다.

더불어 HMM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친환경 경영전략을 세우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HMM이 인도받고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은 환경 규제에 맞출 수 있는 스크러버가 장착돼 추진 연료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바꿀 수 있는 LNG레디 선형으로, 강화된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선박이다.

배재훈 사장은 올해 P4G 정상회의에서 '2050 탄소 중립 전략'을 발표했다.

배 사장은 "HMM은 지난해 이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40% 저감했다"며 "2030년까지 50% 저감, 2050년엔 탄소배출 중립"을 밝혔다. 

 

◆ 대한해운 "내실 성장과 영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
김만태 대한해운 사장. [뉴스락 편집]
김만태 대한해운 사장. 대한해운은 코로나19 소겡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8840억 7827만원, 영업이익 1459억 3780만원을 기록했다.[뉴스락 편집]

모든 선사가 코로나19 속 행복한 비명을 지른 것은 아니었다.

벌크선사 대한해운(사장 김만태)은 코로나19 사태로 무역 위축이 일어나자 다소 충격파를 맞았다. 

대한해운은 코로나19로 부정기선 선대가 줄고 유가가 하락하면서 탱커선(유조선) 사업 부문 매출이 하락한 것. 

코로나19 발발 시점인 지난해 1분기 대한해운은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직전분기 대비 각각 0.9%, 23.9% 감소한 2306억원, 337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선제대응을 해온 대한해운은 추후 코로나19 확산과 장기화에 따른 외부환경 변화에 굳건할 수 있었다.

앞서 대한해운은 변동성이 큰 부정기선 매출을 줄이고 전용선 사업을 점차 확장해 벌크선 화물의 다변화를 꾀하면서 이익 변동성을 줄여나갔다.

2019년 12월 대한해운은 쉘과 2척의 LNG선 장기 대선 계약을 체결했고, 쉘이 추가 대선 계약 권리를 행사하면서 2020년 8월 3641억원 규모의 7년 대선 계약을 했다.

또한 포스코 등 전통 대형 수요처들과의 전용선 계약과 2020년 개시된 GS칼텍스·에쓰오일 등 정유 업체와의 신규 전용선 계약 등으로 안정적 이익을 창출했다.

이러한 화물선 다각화 전략으로 대한해운은 코로나19 1년이 지난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2255억원, 영업이익 40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이 20% 증가했고 순이익 역시 427억원에서 529억원으로 24% 증가했다.

한편 대한해운은 유상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도 나섰다.

현재 대한해운은 회사채 신용등급이 소멸한 상태다.

대한해운은 2018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CP를 50여 차례, 전자단기사채를 40여 차례 발행했다. 지난해 말 기준 3개월 내 만기가 도래하는 미상환 CP 잔액은 510억원, 단기사채와 회사채 잔액은 각각 300억원, 173억원이다.

이에 대한해운은 재무구조 개선 및 이자 비용 절감을 위한 채무 상환자금 을 목적으로 지난 4월 186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달 초 대한해운이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11억원 모집 공모에서 7조 5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이 모였다.

BDI(발틱운임지수)가 지난 4월 최고 3000선을 돌파한 이후 최근 2500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올 초(BDI 900포인트)보다 3배 가까이 상승하는 등 역대급 해운업의 호황에 청약 경쟁률은 357대 1을 기록했다.

코로나19라는 일시적 요인으로 잠시 주춤했던 대한해운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르자 업계는 2분기 대한해운의 실적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대한해운은 100% 자회사 '대한해운엘엔지'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사업 확장에 나섰다.

지난 4월 대한해운엘엔지는 아시아 소재 액화천연가스 벙커링 공급 업체와 1만 8000CBM LNG 벙커링선 1척에 대한 장기 대선 계약을 체결했다. 장기 대선 계약의 거래 규모는 5년간 약 500억원이며 옵션을 행사할 경우 10년간 약 1000억원에 달한다.

투입 예정 선박은 현대미포조선과 697억원 규모로 건조 계약을 체결했으며, 2023년 1분기 인도받을 예정이다.

◆ 팬오션 "영업 활성화, 신성장 동력 발굴 등을 강화한다"
안중호 팬오션 사장 [뉴스락 편집]
안중호 팬오션 사장. 팬오션은 코로나19 속에서 지난해 매출 2조 4971억 5900만원, 영업이익 2252억 1200만원을 기록했다. [뉴스락 편집]

코로나19 발발로 인한 무역 위축과 함께 BDI지수가 400포인트 이하로 떨어지자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벌크화물 운송사업을 해온 팬오션(사장 안중호)에도 우려가 이어졌다.

지난해 1분기 팬오션은 매출액 5588억원, 영업이익 37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6% 감소했다. 매출액은 4.5% 증가했지만 이마저도 물량 소폭 상승과 환율 증가로 인한 상승이었다.

그러나 팬오션은 비주력 사업 부문인 컨테이너선과 탱커선으로 부진을 만회하며 지난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팬오션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834억원, 영업이익 643억원을 기록했다. 벌크선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2019년 2분기 대비 4.5%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컨테이너선 사업은 127.7%, 탱커선 사업은 1920% 증가했다.

이는 팬오션이 하림그룹 편입 이후 선대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한 결과였다.

앞서 1966년 범양상선으로 시작한 팬오션은 1992년 첫 법정 관리 이후 2004년 STX그룹에 인수됐다. 이후 2011년까지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보인 팬오션은 해운 업황 악화에 신용 등급이 거듭 떨어지다 STX그룹 전체 부실화로 2013년 6월 두 번째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채무 재조정을 단행하고 사업 구조를 재편한 팬오션은 1조원의 몸값으로 2015년 하림그룹에 편입, 이후 꾸준히 재무구조를 개선하면서 2년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재무구조가 안정선에 오른 팬오션은 두 번째 법정관리 당시 매각했던 미국 곡물터미널 운용사 EGT의 지분을 되찾아 미국 북서부 지역의 곡물 유통 거점을 확보하게 됐고 모회사 하림그룹의 곡물 사업 운송까지 맡게 됐다.

부단한 노력을 통해 팬오션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799억원, 영업이익 48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21.7%, 29.4% 증가한 수준이다.

이와 함께 팬오션은 운용을 유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비정기적 단기운송계약(스팟 영업)을 강화하고 LNG 운송사업 인프라 확대에 나섰다.

팬오션은 지난 1월부터 2023년 4월 말까지 2년간 LNG 운반선 건조 사업에 2040억원을 투입한다.

더불어 팬오션은 지난 2월과 4월 쉘과의 용선 계약을 통해 LNG벙커링선 장기계약을 체결하고 1만 8000CBM급 세계 최대 규모의 LNGBV를 현대미포조선에 발주했다.

또한 드라이벌크 시황이 좋아짐에 따라 CVC 선박 3척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2분기 팬오션에 대한 기대가 올라가고 있다.

한편 국내 해운업체 최초로 ESG 채권 발행에 나선 팬오션이 수요예측에서 목표금액의 8배가 넘는 자금을 끌어들여 대흥행을 거뒀다.

지난 17일 만기 3년, 500억원 규모로 녹색 채권 발행에 나선 팬오션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총 403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이달 25일 마무리될 녹색 채권 조달자금은 LNG 보급선을 도입하고 선박에 평형수 처리 장치를 설치하는 데 투입된다. 팬오션은 LNG 보급선 도입으로 황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고, 선박 평형수 처리 장치로 생태계 보호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팬오션은 연료 효율성 신기술 공동 협약, 세계 최초 풍력추진 선박 운항 등을 통해 친환경 전략에도 적극적이다.

팬오션은 지난 4월 선박 관리 자회사인 포스에스엠, 한국선급과 로터 세일 시스템의 연료 효율성 제고 방안 도출 및 분석을 위한 신기술 공동 협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팬오션은 세계 최초 풍력 추진 선박 운항을 시작했다.

지난달 팬오션은 중국 New Times 조선소에 발주해 건조 중인 32만 5000DWT급 초대형광탄선 '씨 조유샨(SEA ZHOUSHAN)'호에 원통형 톳인 로터 세일 시스템 5기를 장착했다.

씨 조우샨호에 장착된 로터 세일은 친환경 보조 기술로, 5~8% 정도의 연료를 절감하고 연간 34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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