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LNG추진 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뉴스락]
현대중공업그룹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LNG추진 대형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뉴스락]

[뉴스락]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이 결국 무산됐다. 독점 우려를 이유로 주저했던 EU(유럽연합)의 벽을 넘지 못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앞서 13일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 건에 대해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에서 독점이 우려된다며 끝내 불승인으로 결론지었다.

2019년 초부터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추진해온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한 뒤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 EU, 한국, 일본 등 6개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했다. 조선ㆍ항공 등 다국적 기업은 기업결합 시 주요 경쟁국의 승인을 단 한 곳도 빠짐 없이 모두 받아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그리고 최대 경쟁국인 중국의 승인을 받아냈지만,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EU의 심사가 지난해 말까지 지연되기에 이르렀다. 경쟁제한에 민감한 EU 심사만 통과하면 상대적으로 한국, 일본은 수월할 것으로 분석돼 왔기에 이목이 집중됐다.

EU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LNG선 합산 시장점유율이 전 세계의 60~70%에 달한다며 승인을 주저해왔다. 유럽ㆍ중동ㆍ아프리카 등에 LNG선을 발주하는 유럽 해운선사들이 양사 합병에 따른 독점으로 선박 건조단가가 상승할 것을 우려한 것.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이 친환경 규제 강화 기조에 따라 전 세계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EU는 양사 합병시 시장점유율이 더욱 상승할 것을 우려했다.

EU는 양사 중 한 곳의 LNG사업부를 매각하거나 지분을 내리는 등의 방식으로 시정방안을 우회 권고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중소 조선사 건조 기술 이전 및 건조 기술 시장 공개, LNG선 발주 가격의 동결 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심사 종결을 앞두고도 양측의 대화는 물꼬를 트지 못했고, 결국 EU는 당초 기조대로 불승인으로 결론을 내렸다.

인수 주체인 현대중공업은 업계 특성상 점유율만으로 이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유감을 표했다. 최종 결정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시정요구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기업결합 무산에 대해 업계에선 최근 조선업이 2019년보다 확연히 개선돼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다면서도, 근본적으로 좋은 현상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초 산업은행 등은 한국 조선업이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빅3 체제에선 업체간 출혈경쟁, 중복투자, 저가수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빅2 체제를 구축하고자 했다.

상대적으로 재무상황이 많이 호전된 대우조선해양 역시 아직까지 부채비율 300%(작년 3분기 기준)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피인수로 지원받을 1조5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당장 조선업이 ‘수퍼사이클’을 맞고 있는 만큼, 대우조선해양은 수주에 집중하면서 또다른 인수 주체를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전략 및 과거 M&A 사례를 볼 때, 포스코, 한화, 효성 등이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지만, 대우조선해양 규모 자체가 워낙 커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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