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지금 집은 아이방이 따로 없어요. 초등학생이 된 아이방을 만들어주기 위해 좀 더 큰 집으로 이사가려고 청약을 넣었는데, 한 달에 190만원 씩 나가는 이자에 빚까지 내고 하루하루 피가 마르고 있어요. 아이에게 좀 더 좋은 환경을 주고 싶었던 것뿐인데...”

올해 8월 입주 기간이 끝났음에도 입주할 수 없었던 A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경기도 용인시의 신축 아파트 청약에서 기존주택처분조건으로 1순위 당첨된 수분양자다.

그는 기존주택도 대출을 받아 구매했고, 분양받은 집도 대출이다. 아이방을 만들어준다는 부푼 꿈을 안고 처분조건으로 청약에 당첨됐지만 이내 꿈은 절망으로 바뀌어 갔다.

고금리로 인한 매수심리 실종과 미분양 속출 등의 부동산 한파를 겪고 있는 지금 상황으로선 집을 판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일이 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청약과열지역 등에서 추첨방식으로 공급되는 주택수의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하고, 나머지 부분인 25%에서 1주택자도 당첨이 가능하다.

단, 당첨 시 기존주택을 처분하겠다는 서약서를 써야한다. 현행 기존주택 처분기한은 입주 후 6개월이었으나 국토부가 지난 6일 처분기간을 24개월로 늘리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오는 21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23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부천지역 당첨자 B씨는 “기간만 늘어났지 세부 내용은 하나도 바뀐 게 없어 고통의 시간이 2년으로 늘어난 것 뿐”이라며 “제대로 된 정부 지침이 없으니 현장에서는 혼란만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입주와 부동산 소유권 이전등기 등을 둘러싸고 혼선을 빚고 있는 모습이다.

기존주택처분이 되지 않으면 ▲입주와 등기이전 다 안 되는 경우 ▲입주는 할 수 있지만 등기이전은 불가능한 경우 ▲입주는 안 되지만 등기이전은 해 주는 경우로 나뉘었다.

법령에는 기존주택 처분 관련한 신고나 검인을 받지 않으면 입주가 불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소유권 이전등기의 경우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건설사들 마음대로다.

기존주택처분조건 당첨자들은 입주를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등기이전이 가장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소유권 이전 등기를 받지 못하면 은행에서 신규주택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진행되지 않아 중도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고, 높은 금리에 이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잔금을 납부한다 하더라도 입주는 못한 채 아파트 관리비는 쌓여간다.

또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에 따라 등기이전 신고 60일을 초과하게 되면 과태료도 물게 된다. 분양가 5억이라고 하면 지연기간에 따라 최소 27만5000원에서 165만원이다.

이와 별개로 2년 동안 기존주택을 처분하지 못할 경우 주택법에 의거해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고의적일 경우 최대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형 등의 처벌을 받는다.

처분조건 당첨자 C씨는 국토부에 문의해도 돌아오는 것은 원칙뿐이라며 “서약까지 쓰는 사람들이 무슨 투기목적이 있겠느냐”며 “부동산시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개정안이다.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 문제가 되는 조항들은 건들지도 않은 채 기한만 늘렸다. 국토부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제도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존주택을 처분한 신고나 검인을 통해서만 입주할 수 있는 조항의 개정이나 삭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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