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연금저축보험의 실효성이 고금리 시대의 심판대에 섰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베이비스텝을 밟아 3.5%에 다다랐다. 

대부분의 금융소비자들은 은행 예적금에 자산을 옮기는 등 금리 인상의 혜택을 누리고있지만 당장 운용할 여유 자산이 없는 소비자들은 금리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연금저축보험의 경우 장기간 매월 정해진 액수를 납입해야 하며, 중도 해지할 경우 이제까지 받았던 세제혜택을 토해야 하기 때문에 쉽사리 중도해지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연금저축보험 기가입자들은 금리 혜택을 받을 방법이 없어 회의감마저 든다.

게다가 금융소비자들은 화폐가치가 달라지는 미래에 가입해 둔 연금저축보험이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라는 고민으로 시작해 연금저축보험의 존재 자체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기도 한다.

개인연금시장은 점점 확대되고 있지만 연금저축보험만은 신규 가입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며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뉴스락>이 연금저축보험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 [뉴스락]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 [뉴스락]

 

고령화 시대 속 탄생한 연금저축보험,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연금저축보험은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불안한 노후를 대비해 생겨났다.

2021년 기준 대한민국 국민의 기대수명은 83.6세다. 기대수명이란 0세 출생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다.

대한민국 근로자의 법적 정년은 60세이지만, 지난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발간한 '늦어지는 은퇴, 생애주기 수지 적자에 대비하라'보고서에 따르면 일자리 퇴직연령은 평균 49.3세로 나타났다.

이 중 정년퇴직은 9.6%에 불과했으며 권고사직, 명예퇴직 등 비자발적 조기 퇴직 비중은 41.3%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기대수명을 약 84세, 평균 퇴직연령을 50세로 봤을 때 퇴직 후 별다른 소득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퇴직 후 34년을 청장년 시기에 준비한 노후자금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 수령 나이는 약 63세, 평균 수급액은 59만원에 불과한데,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 병원비 등을 고려했을 때 국민연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기금 고갈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다. 

실제 지난 2018년 국민연금 제4차 재정계산 결과에서 오는 2057년이면 적립기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측됐다.

때문에 최근 윤석열 정부가 3대 개혁 중 하나로 연금개혁에 나서겠다며 칼을 빼들기도 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개인연금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 등이 지속되자 국민들은 국민연금이 아닌 다른 연금을 통해 노후를 더 안정적으로 보장받고자 했고, 금융사는 연금저축상품을 출시해 금융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했다.

연금저축이란 일정 기간 납입 후 연금형태로 인출할 경우 연금소득으로 과세되는 세제혜택 금융상품을 뜻한다.

그 중 연금저축보험은 보험업법에 따라 허가받은 보험회사와 체결하는 보험상품으로,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가 판매하고 있다. 공시이율에 따라 금리를 적용하며 확정 기간형, 종신형으로 나뉜다. 종신형의 경우 생명보험사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연금저축보험의 가장 큰 장점은 원금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투자성향에 따라 은행의 안전 상품에 투자할 것인지, 주식에 투자할 것인지 등 투자 상품이 달라지는 것처럼 연금상품도 선택할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세액공제 혜택이 있다는 점이다. 연말정산에서 16.5%를 공제받을 수 있어 세제혜택을 받고자 가입하는 금융소비자도 다수다.

지난해 7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해 세액공제 연금저축 납입한도가 400만원에서 올해 600만원으로 늘어났다. 총 급여가 5500만원 이하, 종합소득금액 4500만원 이하인 고객이 연 600만원을 납입한다면 99만원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보험에 납입한 금액은 만 55세 이후 수령할 수 있으며 5년 이상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이 있음에도 연금저축보험의 신규 가입자 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연금저축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연금저축 신규 계약은 174만 9000건으로 2020년 대비 194%증가했고, 상품별로는 연금저축펀드가 163만 4000건으로 249% 늘었고 연금저축보험은 11만 6000건으로 8.3% 감소했다. 

연금저축 계약건수는 지난 2021년 말 기준 총 873만 4000건을 기록해 전년 729만건 대비 144만건 증가한데 비해  연금저축보험은 2021년 말 455만 건으로 지난 2020년 말 470만건에 비해 약 145만건 감소했다. 

이처럼 연금저축보험은 연금저축펀드 등 타 상품에 비해 점차 인기가 시들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연금저축펀드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비해 연금저축보험이 인기가 없는 이유는 낮은 수익률에 있다.

원금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상품이지만, 시중금리보다 크게 낮은 적용금리와 사업비 공제는 연금저축보험의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손해보험 빅4(삼성·DB·KB·현대)의 연금저축보험 평균 수익률은 약 1.9%, 생명보험 빅3(삼성·한화·교보)의 평균 수익률은 약 1.91%에 그친다.

현재 제1금융권 기준 최고금리 정기예금 상품이 5.05%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약 3.1% 차이가 난다. 

또 사업비 공제도 연금저축보험의 메리트를 하락시키고 있다. 사업비는 계약 체결비용, 계약 관리비용 등으로 기본 보험료에서 일정 비율로 보험사가 공제하고 있다.

A보험사의 상품의 경우 적용 이율은 3.02%지만 사업비는 7.9%를 적용해 공제한다. 이런 경우 원금을 회수하는 데까지 수 년이 걸린다.

손해보험 4사, 생명보험 3사 연금저축보험 수익률 추이.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제공 [뉴스락]
손해보험 4사, 생명보험 3사 연금저축보험 수익률 추이.(단위 : %)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제공 [뉴스락]

 

연금저축보험, 연령 별 반응 살펴보니..이유는 제각각, 환영받진 못해

실제 <뉴스락>이 취재한 결과, 고금리 시대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연금저축보험의 실효성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직장인들의 커뮤니티로 유명한 사이트에서는 '연금저축보험 어쩌다 보니 들었다'면서 ‘호구였던 것 같다'는 자조적 글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10년 뒤, 20년 뒤의 화폐가치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데다가 수익률도 낮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느냐' 하는 질문도 많았다.

특히 연금저축보험은 연말정산 때문에 하는 것이지 절대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차라리 연금저축펀드를 처음부터 들거나 저축보험을 증권사 이관해 ETF 등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 측면에서 이득이라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또 연금저축보험은 실제 입금액에서 사업비 명목으로 빠져나가 무조건 마이너스로 시작한다면서 추천하지 않는다는 댓글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미지 미리캔버스 제공. [뉴스락 편집]
이미지 미리캔버스 제공. [뉴스락 편집]

#1. 사회초년생 20대 A씨는 부모님이 지인의 보험 실적을 위해 들어준 연금저축보험이 고민이다. 부모님은 연금저축보험 하나쯤 있으면 노후 걱정 없으니 이왕 아는 사람에게 가입해 놓는 것이 좋겠다고 추천해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정작 A씨는 당장 생활비도 없는데 60세에 받을 돈을 꼬박꼬박 낸다는 것이 불편하다. 심지어 본인이 가입한 연금저축보험 상품의 수익률, 사업비 등을 어디서 찾아서 봐야하는지도 알지 못해 상품에 대한 세부 내용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2. 30대 직장인 B씨는 직장 상사의 권유에 고민이다. 부장님을 비롯한 직장 내 임원급 상사들이 모두 연금저축보험 하나쯤 있으면 든든할 것이라는 말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생활비도 넉넉지 않고 이사, 결혼 등 목돈 나갈 일이 많은데다가 수익률도 낮다는 말에 고민이다.

#3. 40대 회사 대표 C씨는 연금저축보험의 턱없이 낮은 수익률에 "정말 이게 맞나?" 하는 회의감에 사로잡혔다. 얼마 전 약 10년간 불입한 연금저축보험의 적용 이율이 2%로 상향 조정된다는 우편물을 받아 마음은 더욱 심란해졌다.

#4. 50대 회사원 D씨는 남들보다 연금저축보험에 늦게 가입했다. 늦게 가입한 만큼 모아놓은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추가납입까지 했지만 최근 적용금리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퇴직 후 받을 연금 목적으로 가입했다지만 수익률이 너무 낮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인지 생각하며 해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처럼 이유는 다르지만 연금저축보험은 각 연령대에서 모두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20대는 소득이 적어 당장 투자할 돈이 없으며, 30대는 당장 들어갈 목돈이 많아 가입을 고민하고, 40대와 50대는 기가입자로서 해지를 고민하고 실효성에 대해 생각한다. 

"연금저축보험, 수익률보다 노후·세제 혜택에 무게...하지만 개선 필요"

<뉴스락>은 외면받는 처지에 놓인 연금저축보험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연금저축보험의 경우 2000년대 이전에는 약 4%대 최저보증이율을 보장하는 상품들도 있었고, 연금저축보험의 특성상 복리로 이자가 적용됐기 때문에 좋은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저금리가 오래 지속돼왔기 때문에 사실상 수익률로 봤을 때 이제 메리트가 크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는 연금저축보험과 연금저축펀드 두 개를 함께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연금저축보험은 10년 이상 납입한다는 생각으로 가입해야한다고 본다."

◇ 강성호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센터장

"연금저축보험 적용금리도 공시이율에 따라 조정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상 보험의 상품구조 특성상 시중금리를 바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연금저축보험은 원금 보장이 되는 상품으로 금융소비자의 성향에 따라 연금저축보험과 연금저축펀드를 선택하면 될 것 같다. 또 이 상품을 기반으로 한 약관대출은 오히려 저금리 적용이 될 것이기 때문에 대출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 다만 보험 상품 특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고 적용금리가 너무 낮다면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보험업계 관계자(익명 요청)

"연금저축보험은 수익률에 기대를 하고 가입을 하기보다는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가입을 하는 상품이다. 상품 구조상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두고있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올라도 단기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해당 상품은 연금 목적 뿐 아니라 세금혜택을 목적으로 가입하는 소비자도 많다고 알고 있고 있다." 

◇ 금감원 연금감독팀 관계자(익명 요청)

"지금은 각 보험사가 공시이율을 정해 상품을 운용하고 있는 상황이고, 관련 법규에서도 금감원이 기업에 금리에 대한 조정을 요구할 수 없게 돼있다. 금융당국은 각 사 적용 금리 관련해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서 가입하는 소비자도 있고, 각자 가입 이유가 다를 수 있어 개인 성향에 따라 연금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