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50고등훈련기, K-2흑표전차, 충무공이순신함과 천지함 / 사진 한국우주항공산업, 현대로템, 해군 제공 [뉴스락 편집].
T-50고등훈련기, K-2흑표전차, 충무공이순신함과 천지함 / 사진 한국우주항공산업, 현대로템, 해군 제공 [뉴스락 편집].

[뉴스락]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안보 위협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있는 가운데 K-방산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높은  성능 대비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정통 방산 강국보다 다소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유럽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 등 세계 각국에서  K2 흑표 전차를 비롯 K9 자주포, 천무, 수리온 등 K-방산품을 찾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K2 전차가 인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여준 알려진 것과는 다른 러시아 전차 성능 수준에 실망한 유럽, 동남아 국가들이 K2전차를 찾고 있다. 

K2전차를 제조생산하는 현대로템은 지난해 폴란드에서 17조원 잭팟을 터뜨린 데 이어 이번 경제사절단에도 포함돼 지난해에 이어 또 낭보를 전해줄 지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그런데 K2전차가 막판 맥을 못춘 전선이 있다. 올 2월 유럽의 강국 노르웨이는 K2전차가 아닌 게르만 전차를 선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성능과 가격면에서 독일 전차에 비해 K2전차가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왜 일까. 

<뉴스락>은 K방산을 대표하는 K2 전차가 독일 전차에 밀린 진짜 이유를 알아봤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뉴스락 편집]

노르웨이, 독일 레오파르트 2A7 54대 구매 결정… 한국 K2, 막판 접전 끝에 고배

독일의 레오파르트 2A7과 한국의 K2 흑표전차 비교표. [뉴스락 편집]

노르웨이는 올 2월3일(현지시간) 독일 최신예 전차를 차세대 주력 전차로 선정했다. 

노르웨이는 나토회의원국으로서, 러시아와 196Km에 걸쳐 국경이 닿아 있다. 그만큼 국가 방위가 중요한 나라이다. 

때문에 노르웨이는 국가 방위의 최전선 지키는 전차를 최신 모델로 교체키로 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오래된 독일 레오파르트 2A4 전차에서 최신 모델로 교체하고, 전차의 숫자를 50여 대에서 200대로 증가시키기 위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1월, 노르웨이는 차세대 주력 전차로 독일의 KMW 레오파르트 2A7과 한국의 현대로템 K2 흑표전차 둘을 놓고 막판 저울질을 했다. 

12월 말부터 약 4주 동안 혹한기 환경에서 두 전차의 성능, 가격, 전략에 대한 전략적 적합성 등을 평가했다.

두 전차는 성능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K2 전차는 자동장전 장치를 탑재해 승조원 수를 3명으로 줄일 수 있으며, 이동 중에도 분당 12발의 발사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전차의 높이가 2.4m밖에 되지 않아 은폐와 엄폐에 유리하며, 전투 시에도 방어할 면적이 작아진다.

레오파르트 2A7은 수동 장전 장치를 사용해 승조원이 4명이 필요하고, 움직일 때 발사속도가 많이 떨어진다. 높이가 3m로 K2보다 크기 때문에 은폐와 엄폐가 어렵고 방어할 면적도 크다.

그러나 레오파르트 2A7은 강화된 장갑과 복합재료를 적용해 강력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 내에서 여러 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모델이기 때문에 부품 공급, 유지보수, 기술 개발 등의 관점에서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K2 전차의 가격은 대당 약 150억원으로, 레오파르트 2A7의 가격인 대당 약 450억원의 약 1/3 정도다.

요르겐 요하네슨 노르웨이 전차 조달 프로젝트 담당자는 "두 제품 모두 인상적"이라면서 "노르웨이는 나중에 성능을 추가할 필요가 없는 전차를 구매하고 싶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노르웨이 정부와 군 당국을 설득하려 했다.

현대로템은 주로 기술력을 강조하고 K2의 세부 성능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데 집중한 반면 KMW는 유럽에서 레오파르트 2A7의 지위, 대규모 부품 공급망 등을 강조했다.

이의성 현대로템 자문은 "한국은 지형이 험하고 강수량이 많으며 겨울 추위가 심해서 현대로템은 어떤 환경에서도 전차가 잘 작동하도록 제작했다"며 "K2 전차의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KMW 관계자는 "인근 국가인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도 레오파르트 시리즈를 사용하고 있어 레오파르트 2A7을 구입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며 "이런 환경 때문에 부품 공급을 비롯해 추가 기술 개발도 유리하고 유지보수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3일,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레오파르트 2A7 전차는 우리 국가의 안보와 방위를 위해 필요한 최고의 선택”이라며 “우리는 독일과 함께 협력해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대로템의 K2 전차는 혹한기 테스트 등에서 2A7 전차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최종 입찰 경쟁에서 낙찰되지 못한 것이다.

현대로템 K2 흑표, 독일과의 정치적 유대로 레오파르트 2A7에 패배

폴란드 MSPO 2022 전시회에 K9자주포가 전시돼 있다. 한화디펜스 제공 [뉴스락]
폴란드 MSPO 2022 전시회에 K9자주포가 전시돼 있다. 한화디펜스 제공 [뉴스락]

전문가들은 K2 전차의 노르웨이 수주 실패 원인으로 노르웨이와 독일 간의 유대관계를 꼽는다.

K2 전차가 노르웨이의 평가 과정을 통해 성능과 가격 측면에서 독일 전차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았지만, 노르웨이와 독일 사이의 수입 및 경제적인 협력 관계가 있어 한국산 전차를 선택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란 것.

노르웨이와 독일은 여러 군사협력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차세대 재래식 잠수함(212CD급) 구매계약을 맺었고, 같은 디자인의 잠수함을 각각 4척과 2척 보유할 계획이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국가안보학부 교수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현지 언론과 국방물자국이 K2전차의 성능과 가격을 독일산 전차보다 높게 평가했지만, 노르웨이 정부는 나토(NATO)의 핵심 회원국인 독일과의 관계를 고려해 결국 독일산 전차를 선택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노르웨이 전차 사업에서 패배했지만, 입찰 과정에서 노르웨이 국방물자청(NDMA)로부터 가격과 성능 면에서 경쟁 전차보다 상대적인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현대로템은 “노르웨이 정부와 군이 K2 전차의 우수성과 경쟁력을 인정해줬으며,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독일 전차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임을 입증했다”고 자평했다.

노르웨이 수주 무산 이후 국방부 역시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을 내놨다.

국방부는 입장문에서 “노르웨이 전차사업 입찰을 통해 시험평가체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노르웨이 정부로부터 한국 전차가 모든 요구사항을 만족하는 우수한 전차임을 확인받을 수 있었다”며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독일 전차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임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한국 전차의 수출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현대로템, 노르웨이 수주 무산에 루마니아·폴란드로 전차 수출 확대

바실레 딘쿠 루마니아 국방부장관(왼쪽)이 지난해 9월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만나 현대로템 K2전차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추진의향서를 체결했다. 

노르웨이에서 독일 '레오파르트 2A7’에 밀려  유럽 전선에 다소 힘이 빠진 현대로템은 루마니아에서 다시 K2 흑표 전차를 수출하기 위해 현지 정부와 물밑 작업 중이다.

루마니아 정부는 K2 전차가 노르웨이 사업에서 서방 주력 전차에 버금가는 성능을 입증한 점을 주목하고 있으며, 현대로템은 약 500대의 K2 전차를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루마니아가 K2 전차에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수출 관련 협의는 초기 단계에 있다”며 “루마니아 현지 입찰공고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폴란드와의 수주 계약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협력 기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지난 13일부터 폴란드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협력 기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번 윤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에는 경제사절단에 현대로템, 한화디펜스 등 국내 대표 방산기업들이 대거 포함돼 지난해 17조원 수출 계약을 뛰어넘는 수주 잭팟을 터뜨릴 지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 홈페이지 

현대로템은 현재 폴란드와의 K2 전차 820대를 수출하는 2차 계약을 연내에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차 계약에서 총 180대의 K2 전차 긴급 소요분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올해 28대를 모두 납품했다.

현대로템은 방위사업청과 차륜형 지휘소용 차량 2차양산 사업 계약도 체결했다. 이는 최근 매출액 대비 22.36%에 해당하는 7073억 5410만원 규모의 계약이다.

현대로템은 방산사업 부문에서 폴란드와 K2 전차 수출 계약으로 인한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K2 전차가 폴란드에 인도되기 시작하면서 방산사업인 디펜스솔루션 부문이 현대로템 실적의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2024년에는 국내에서 약 2조원 규모의 K2 전차 4차 양산 150대를 납품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결과 디펜스솔루션의 수주잔고는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현대로템은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 등과 K2 현지화 모델 ‘K2PL’ 생산·납품을 위한 컨소시엄 이행 합의서를 체결했다"며 "올해 중 관련 2차 계약이 성사될 것이고 루마니아 등도 K2 전차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후속 수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락 미니인터뷰] 최기일 상지대학교 국가안보학부 교수

최기일 상지대학교 국가안보학부 교수.
최기일 상지대학교 국가안보학부 교수.

Q 우리나라의 방위산업이 나아갈 방향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무기를 수출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에서 20년 정도인데, 오늘날에 전 세계 무기 수출국 반열 9위에서 앞으로 장차 방산수출 4위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방산수출 규모는 170억불로 원화로 22조원 규모인데, 건국 이래 방산수출 기록으로는 역대급 신기록을 갱신했다.

장차 우리나라의 방위산업은 수출 주력산업으로 산업 생태계 체질 개선을 도모해야 할 것으로 내다본다.

Q 국제적인 방산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는 어떻게 평가되는지.

지난해 SIPRI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와 미국의 국방 전문매체인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 그리고 디펜스 뉴스 등 관련 조사기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군사력 순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 나라의 군사력 수준을 가늠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것이 바로 방위산업이기 때문에 한국 방산은 전 세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선진국 대열에 포함돼 이른바 이미 메이저리그에 진입했다.

Q 우리나라의 방위산업이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부분은 무엇.

K-방산의 가격경쟁력은 무기시장에서 중요한 요소이지만,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무기의 성능과 품질, 그리고 납기준수와 계약이행능력도 고려돼야 한다. K-방산은 이러한 측면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방위산업은 재래식 무기의 대량생산 체제와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기초가 탄탄하다.

따라서 K-방산은 가성비뿐만 아니라 품질과 신뢰성도 강조해야 한다.

Q 앞으로 우리나라 방위산업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한국은 전 세계 무기 수입국 5위권에 항상 이름을 올려왔지만, 방산기업 4총사가 세계 100대 방산기업에 순위권에 들어가는 등 방산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이는 분단과 탈냉전의 영향으로 한국이 재래식 군비를 유지하면서 무기 개발에 투자해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형화와 통합화가 필요하며, 무한경쟁 시대와 지속가능 성장이라는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

또한, 방산수출은 동남아시아, 남미, 북아프리카, 중동 등의 전통적인 시장뿐만 아니라 북유럽, 동유럽, 미국 본토 등의 신규시장도 공략해야 하며, 애프터마켓을 고려한 MRO 시장도 활용해야 한다.

Q 무한경쟁 시대 속에서 국내 방위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무기수출은 단순히 무기거래가 아니라, 국제관계와 국제정치의 틀에서 접근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한미동맹은 군사동맹에서 방산동맹으로 발전해야 하며, 국제기술협력 기반의 방산 협력도 활성화해야 한다.

패키지 딜, 절충교역, G to G, 산업협력, 금융 지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방산수출을 추진해야 한다. 방위산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주국방이며, 국산화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방위산업의 최종 사용자가 정부였지만 지금은 해외 방산수출을 추진해야 하므로, 국내 방위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

방산시장은 특수한 시장으로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내기도 하므로, 정부와 방산업계의 인식과 접근이 바껴야 한다.

또한 첨단 기술이 전쟁의 양상을 바꾸는 시대에 안보와 경제, 기술이 융합된 ‘뉴 디펜스’와 ‘뉴 스페이스’에 걸맞은 기민한 대응과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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