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불확실성의 시대,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가 귀환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빗장이 7년여 만에 풀리며, 각종 산업계는 '유커 모시기'에 공격적 행보를 보인다.

그중 유커들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업계가 바로 면세업계다.

엔데믹 전환 이후 중국 리오프닝 효과를 기대했던 면세업계는 한·중 관계 경색으로 인해 한동안 시름을 앓았다.

유커들의 발길이 끊겨 하락세를 걷고 있던 면세업계 3분기는 중국과의 관계가 재개됨에 따라 기지개를 켤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업계의 여러 업체 중 현재 가장 눈에 띄는 업체는 신라면세점이다. 신라면세점은 중국리스크로 인해 면세업계의 불황이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2분기 실적에서 수익성 우려를 해소시키며 업계 1위에 등극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개선됐으나 여전히 매출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유커의 귀환이 신라면세점의 1위 실적을 굳건히 다지게 만드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왕좌를 넘겨주게 될지 <뉴스락>은 신라면세점의 전략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사진=뉴스락 DB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사진=뉴스락 DB

 

수익성 개선 성공 '어닝 서프라이즈'

호텔신라 2023년 2분기 실적 이미지. 호텔신라 제공. [뉴스락]
호텔신라 2023년 2분기 실적 이미지. 호텔신라 제공. [뉴스락]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대표 이부진)의 올해 2분기 면세유통부문은 매출액은 7081억 원, 영업이익 43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 30%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92% 증가한 수치다.

신라면세점의 수익성 개선의 배경에는 중국 보따리상(다이공)의 의존도 감소를 이유로 손꼽을 수 있다.

그동안 면세업계는 중국 관광객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다이공에게 알선 리베이트 비용으로 송객 수수료를 지불했다. 실제로 2019년도의 송객수수료는 1조원대 수준이었으나 2021년에는 금액이 3조8748억원까지 치솟았다.

송객수수료 비중도 10% 중반에서 40%에 육박할만큼 매우 높아졌다. 과도한 송객수수료로 인해 각 면세점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이에 지난해 관세청은 관련부처와 공항공사, 면세업계, 전문가와 함께 '면세산업 민관 협의체'를 출범했다.

해당 협의체를 통해 민관 협업이 이뤄지며 현재 송객수수료는 점차 정상화되고 있다.

올해 1~2분기 송객수수료 비중은 20~30%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에 올해 초 호텔신라도 면세점 내 다이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다이공 대상으로 진행했던 무분별한 저가 판매를 지양하며 송객수수료를 삭감했다.

대신 신라면세점은 내국인 출국객과 외국인 개별관광객인 일반 소매 고객을 주력으로 실적 반등을 꾀하고자 했다.

지난해 3분기 이부진 대표는 면세업계 점유율 확대를 위해 내국인 대상 프로모션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실제 신라면세점에서는 외국으로 향하는 내국인 대상으로 면세점 입장시 받을 수 있는 혜택 등을 강화해 고객의 발걸음을 끌었다.

이러한 신라면세점의 전략이 통했는지 실제로 올해 1분기 일반 소매 고객 비중은 약 20~25%를 기록했으나 2분기에 40%까지 늘었다. 공항점 매출도 204% 급증했다.

싱가포르와 홍콩, 마카오 등 해외 면세 역시 여행 수요가 회복되며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 150억원가량 증가 수치를 기록했다.

상여 충당금 조정으로 인한 인건비 약 50억 원 비용 감소 역시 영업 이익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쳤다.

박찬솔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호텔신라 실적에서 주목할 부분은 공항 면세점 실적이다. 내국인 해외 개별 여행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해외 여행 및 면세 제품에 대한 수요가 견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영업이익률은 전분기 대비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 실적 키포인트, '중국'...발길 돌리기 위해선?

최근 1년 동안의 한국면세점 이용자 수 및 매출금액 추이 총괄 현황. 한국면세점협회 홈페이지 산업동향 캡처. [뉴스락]
최근 1년 동안의 한국면세점 이용자 수 및 매출금액 추이 총괄 현황. 한국면세점협회 홈페이지 산업동향 캡처. [뉴스락]

이러한 수익성 회복에도 불구하고 신라면세점은 여전히 면세사업 특성상 다이공 감소로 인한 매출 하락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면세업의 경우 백화점 등 타 유통사와는 달리 물건 판매가 직매입으로 이뤄진다. 면세점 내 브랜드 입점 결정시에도 상품 종류와 개수, 인지도 및 사업 공간 등 파악 후 결정할 때 자금은 필수적이다.

이에 매출 하락이 지속될 경우 브랜드 유치와 자금 흐름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신라면세점 역시 송객수수료의 감소로 불필요한 지출이 줄어들며 영업이익은 증가했으나 관련 매출은 줄어들었다. 신라면세점의 시내점 매출은 알선수수료 인하로 다이공의 수요가 감소하며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유커와 다이공으로 인한 매출 감소 영향은 신라면세점 뿐 아니라 면세업계 전반에 미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액은 지난해 10월 1조7534억원을 달성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 6월 외국인 매출액은 85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기록한 1조3315억원에 비해 35.8% 낮은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한·중 수교 31주년을 기념해 입국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신라면세점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있다. 호텔신라 제공. [뉴스락]
한·중 수교 31주년을 기념해 입국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신라면세점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있다. 호텔신라 제공. [뉴스락]

이러한 면세업계의 불황 속에서 이달 중순 중국 정부가 유커의 한국 방문을 허용했다. 이에 이달 26일 신라면세점에는 한·중 수교 31주년을 기념해 24일에 입국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 31명이 방문했다.

이에 신라면세점은 유커를 맞이하기 위해 여러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시설을 재정비했다.

신라면세점은 서울점과 제주점에서 통역 전담 인력 및 각종 홍보물을 준비했으며 쇼핑 편의 시설과 인프라 점검을 실시했다.

택시 이용 중국 관광객에게 교통비를 지원하고 중국인 전용 프로모션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세일 행사도 마련할 방침이다.

인천공항점, 김포공항점에선 중국인 고객을 위해 럭셔리 패션과 주류 등 중국인 선호도가 높은 상품 위주로 특별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뉴스락>에게 "이번 중국의 단체관광 허용은 한·중간 관광이 정상화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매출 활성화까지는 여행사의 상품 개발 및 모객 등으로 인해 약 2~3개월 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중국 방문객들로 붐비는 신라면세점. 호텔신라 제공. [뉴스락]
중국 방문객들로 붐비는 신라면세점. 호텔신라 제공. [뉴스락]

한편 3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한국면세점협회 주관하에 '국내 면세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방안' 관련 세미나가 진행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면세점 송객수수료 정상화 추진 방안' 관련 토론이 이어졌다.

해당 토론에서 김재호 인하공업전문대학교 교수는 "현재 중국인 단체관광객 방문 수가 생각처럼 많을지는 아직 미지수다"며 "중국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큰 매출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면세업계가 지속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가치있는 상품을 팔고 관광 특화지점으로 인지돼야 한다"며 "한국 면세점에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국제공항발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

신라면세점 인천공항점 오픈을 기념해 김태호(오른쪽 다섯 번째) 호텔신라 TR부문장과 한영두(오른쪽 세 번째) 신라면세점 인천공항점장을 포함한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호텔신라 제공. [뉴스락]
신라면세점 인천공항점 오픈을 기념해 김태호(오른쪽 다섯 번째) 호텔신라 TR부문장과 한영두(오른쪽 세 번째) 신라면세점 인천공항점장을 포함한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호텔신라 제공. [뉴스락]

신라면세점은 지난 7월 1일부터 인천국제공항 제1, 2여객터미널(T1, T2)터미널에서 면세점 영업을 시작했다. 이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얻어낸 까닭이다.

당시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22년 만에 인천공항에서 철수했다.

현재 신라면세점은 약 2700평 규모 매장에서 샤넬, 디올, 설화수, 후 등 화장품 브랜드와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 브랜드 및 주류·담배·식품 브랜드 등 400여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에 하반기 신라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발 영업 이윤을 토대로 추가 실적 개선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영두 신라면세점 인천공항점장은 "2008년부터 현재까지 16년간 중단 없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을 운영한 신라면세점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프로모션과 상품들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향후 국내외 여행 관광 정상화 추이에 따른 변화에 신속히 대응해 내실 경영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