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유아용품을 구매할 때 성분이나 인증제품의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인증번호 및 정보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었으면 좋겠어요."

서울 강서구에 사는 워킹맘 A씨는 <뉴스락>과의 인터뷰에서 유아용품 구매시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한정돼 있어 상품을 구매할 때 불편한 점이 많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상품을 구매할 때 꼼꼼하게 사려고 하나 제대로 정보가 기재돼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에 맘카페 등에서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좋은 제품이라고 알려진 상품을 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특히 <뉴스락> 취재 결과, 제품 안정성을 보증하는 KC인증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인이 어렵거나 제대로 기재돼있지 않아 대다수 소비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KC인증마크를 버젓이 달고 있는 어린이·유아용제품들에서 매년 안전사고도 발생해 KC인증제도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뉴스락>은 현 KC인증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환경부 제공. [뉴스락]
환경부 제공. [뉴스락]

 

KC인증 미표시로 안전 식별 어려워...미인증된 제품도 여러 건

한국제품안전협회 제공. [뉴스락]
한국제품안전협회 제공. [뉴스락]

2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상당수가 제품의 안정성을 보증해주는 법정 인증번호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상에서 인증번호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한 제품은 고작 51.5%에 불과했다.

KC인증마크는 국가통합인증마크로 국가기술표준원의 안전검사를 통과한 제품에 한해 부여된다. 정부 부처별로 운용하고 있었으나, 지난 2009년 이후 KC마크 하나로 통합됐다.

현재 산업통산자원부와 환경부 등 8개 부처에서 23개 법정의무인증제도가 KC마크로 통합돼 단일 사용된다.

KC인증의 경우 가전기기, 의류, 자동차, 어린이용품 등의 품목에 필수 적용된다.

특히 어린이 및 유아용품 판매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 등 관련 법령에 의해 판매 페이지에는 KC마크와 식별부호인 인증번호를 함께 표시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조사한 인증마크 표시현황 및 인증번호 확인 현황. 한국소보원 제공. [뉴스락] 
한국소비자원에서 조사한 인증마크 표시현황 및 인증번호 확인 현황. 한국소보원 제공. [뉴스락]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에서 올 상반기 네이버쇼핑, 쿠팡, 옥션, 롯데온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조사한 결과, 65개의 제품 중 KC인증마크를 표시하지 않은 상품이 5개, 인증번호를 확인할 수 없는 제품이 14개 등으로 총 17개 제품(2개 제품은 인증마크 미표시, 인증번호 모두 확인 불가)이 판매 페이지에 내 정보 제공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에 한국소비자원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서 진행한 KC인증 관련 민원을 확인했을 때 KC인증표시가 되지 않아 문의한 건수도 113건, 인증 만료나 판매 중지돼야 하는 상품이 24건, 허위 과장 광고 35건 , 품질 이상 61건, 인증정보 불일치 20건 등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매년 KC인증과 관련해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편 사례가 늘자 한국소비자원은이를 개선하고자 누리집 링크를 통한 인증의 유효성이나 기관 등을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누리집 링크의 경우 추가적인 서비스 개발의 필요성과 판매자가 링크를 이용해 사용할 경우 소관부처의 내부적인 이해관계 등이 얽혀있어 활성화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온라인 거래조사팀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KC인증은 다른 법정 인증제도보다 전반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으나 간소화하거나 인증번호를 기재하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KC인증제도를 비롯한 법정인증제도와 관련해 소관부처에서도 연도마다 카테고리를 정해 품목마다 조사하고 있다"며 "법정인증제도 관련 문제가 발생할 경우 관련 부처로 이관해서 진행하거나 소비자에게 필요 정보를 제공해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계자는 "상품 품목이 워낙 광범위하다보니 관련 부처(서)에서 단속과 인증 조사를 하더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제37회 대구베이비&키즈페어' 내 다양한 유아용품 사진.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뉴스락]
제37회 대구베이비&키즈페어' 내 다양한 유아용품 사진.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뉴스락]

실제 한국소비자원 등 관계 기관의 눈을 피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뉴스락>이 최근 유명 맘카페 커뮤니티에서 'KC인증'과 관련해 논란이 된 유아복 판매업체 M사의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해본 결과, 모든 판매 상품의 상세 페이지에는 상품 소재만 기재돼 있을 뿐 KC인증번호는 미기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M사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오픈마켓 판매시에만 KC인증번호를 기재해야하는 줄 알았다"며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KC인증을 다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KC인증번호를 기재하지 않은 부분은 2~3일 이내에 기재할 수 있도록 작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제품를 판매할 때마다 하나의 제품에 사용되는 소재 하나 하나마다 KC인증을 일일히 받아야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KC인증을 모두 받지 않지 않는다"며 "하나의 제품에 사용된 소재에 대해서는 KC인증을 받은 뒤 해당 번호를 모든 제품에 사용해 판매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영세한 유아복 및 어린이용품 판매 업체들 중 다수가 KC인증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지 못해 누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관련 정부에서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혜택 그리고 처벌 강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KC인증제도에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은 사업자들에게 홍보가 미흡해서 생기는 부분이 크다"며 "대기업이나 중견업체는 의무사항인걸 알지만 소규모업자들이나 수입업자들은 인증제도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KC인증 제품'인데 안전사고 발생, 소비자 분쟁도 늘어..."인증 후 안전성 재검증 등 감시체계 강화  필요"

(좌)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보센터에 게재된 올 상반기 어린이유아용품 리콜 제품들. (위)KC인증번호 미기재됐던  M업체 사이트 내 상세페이지. M업체 사이트 캡처. [뉴스락]
(좌)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보센터에 게재된 올 상반기 어린이유아용품 리콜 제품들. (위)KC인증번호 미기재됐던 M업체 사이트 내 상세페이지. M업체 사이트 캡처. [뉴스락]

KC인증 제도의 문제점은 정확한 정보 표시의 미흡함 및 조사 감시가 철저히 이뤄지기 어려운 점 뿐 아니라, 인증을 받은 후에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문제다.

워킹맘 A씨 역시 KC인증을 받은 이후 발생하는 제품 안전 사고의 위험성에 대해서 걱정을 내비쳤다.

A씨는 "작년에 KC인증을 받았던 러본 오토폴딩유모차의 경우 아이 손가락 절단 사고가 생겨 맘카페에서 크게 이슈가 됐었던 적이 있다. KC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안정성 검증이 확실한지 모르겠다"며 우려했다.

더구나 "안전사고 발생시 업체에서 KC인증 받은 제품이라며 사고 원인을 고객의 부주의로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같이 종종 있다"며 "이런 행태는 유아용품을 제조하는 업체의 무책임한 행동인 것 같다. 정부가 나서 보다 강력한 제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 발생했던 당시 다이소에 올라온 리콜 공지사항. 다이소 홈페이지 캡처. [뉴스락]
문제 발생했던 당시 다이소에 올라온 리콜 공지사항. 다이소 홈페이지 캡처. [뉴스락]

워킹맘 A씨의 걱정처럼 최근 몇 년 동안 유아용품 관련해서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 있었다.

대현화학공업에서 제조하고 기현산업에서 유통했으며 다이소에서 '물빠짐 아기욕조'라는 이름으로 판매한 상품에서는 기준치의 600배가 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

지난달 2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유해성분이 검출된 아기 욕조를 KC인증 제품으로 광고한 대현화학공업과 기현산업을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업체는 2019년 10월부터 1년간 판매하고 있는 아기 욕조 제품에 환경호르몬이 안전 기준치의 612.5배 초과 검출됐음에도 안전한 제품이라고 거짓 광고했으며 어린이제품 안전 기준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안전 인증마크인 KC인증 마크를 표시해 판매했다.

앞서 지난 4월 제조사 법인과 대표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과 사기 등 혐의로 재판이 진행중이다. 대현화학공업에 200만원, 기현산업에 300만원의 과징금도 부과됐다.

러본이 사이트 내 공개한 안전 인증 받은 사진. 러본 홈페이지 캡처. [뉴스락]
러본이 사이트 내 공개한 안전 인증 받은 사진. 러본 홈페이지 캡처. [뉴스락]

육아용품을 판매하는 러본에서 판매하는 폴딩 유모차에서도 아이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러본에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 B씨는 사고 이후 러본으로부터 민사조정 신청서를 받아 한 커뮤니티에 해당 내용을 공론화했다.

소비자 B씨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러본에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 B씨는 어린이집에 등원 시키기 위해 17개월 된 딸을 오토 폴딩 유모차에 태웠다.

이동 당시 소비자 B씨가 유모차에 부착된 조작 버튼을 제어하지 않았음에도 폴딩레버가 스스로 접히는 사고가 발생해 폴딩 부분에 아이의 손가락이 들어가 절단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를 당한 B씨의 딸은 대학병원에서 손가락 봉합 수술을 받았다.

B씨는 러본으로부터 받은 민사조정 신청서에 '러본이 판매한 유모차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가 아니고 피신청인의 사용부주의로 인한 사고이므로 신청인은 피신청인들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기재됐다고 전했다.

이에 러본에서는 지난해 7월 공식 홈페이지 내 공지사항을 통해 사고가 일어난 제품은 안전검사를 통과하고 KC인증을 획득한 제품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러본은 다시 한번 검사기관에 안전검사를 진행해 안전검사 기준을 모두 충족시켜 문제가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고 공지했다.

러본은 해당 제품이 구조상 폴딩레버를 작동하지 않을 경우 유모차가 스스로 접힐 수 없다고 주장하며 제품 확인시 이상 없는 것으로 확인돼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민사조정을 거쳐야 하는 점을 고객이 동의했었다고 홈페이지 내 입장을 표명했다.

이처럼 KC인증 후 발생하는 안전 사고 문제와 소비자 분쟁과 관련해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안전 문제의 경우 사전에 KC인증을 받아도 중간 유통 과정과 같은 여러 가지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라며 "제품 자체의 문제로 안전 사고가 있을 수 있고, 아니면 소비자의 부주의로도 발생할 수도 있는 등 여러 경우가 존재해 관계 기관에서는 안전사고와 소비자 분쟁에 대한 다양한 각도에서 제도개선 등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영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산업부 등 종합감사에서 KC인증 제도에 대한 미흡한 관리 등을 지적하며 그해 12월 '제품안전기본법' 일부 개정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어린이 제품은 성인에 비해 위해요소에 취약한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특별법을 통해 관리하고 있음에도 매년 단속되는 불법·불량 제품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불법·불량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제품안전기본법' 일부 개정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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