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흔히들 쓰는 말이다. 눈 앞의 위기를 피하고 훗날을 도모한다는 뜻으로 합리적인 선택으로 평가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현재 대한민국 재벌 기업들에 있어 그 뜻이 와전되고 있는 듯 하다. 눈 앞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발 빼기 방식으로 말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현대건설 주주총회에서 등기임원직을 사임했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역시 지난달 22일 열린 주총에서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정 회장의 등기임원 사임은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이 부회장의 사임은 본인이 떠안고 있는 리스크에 대한 책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두 오너의 사임에는 그 숨은 의도에 대한 세간의 의심이 존재한다.

정 회장이 현대건설 등기임원을 사임하면서 아들인 정 부회장의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등기임원직이 더 많아졌다. 때문에 정 회장의 사임을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발 빼기 인사라는 의심 또한 존재한다. 현대건설은 구속수감된 MB와 밀접한 관계에 있어 사정당국의 전방위 조사를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등기임원을 사임한 정 회장의 의도는 무엇일까.

이 부회장 또한 운전기사 갑질의 오너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지난해 열린 1심 재판에서는 벌금 1500만원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러한 책임을 통감하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대림산업 등기임원으로 남아 여전히 경영에 관여할 전망이다.

정 회장과 이 부회장 모두 여전한 지배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책임을 지는 등기임원과 대표이사의 위치에서 물러났지만 말이다.

진정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닌 본인들이 안고 있는 리스크에 발을 빼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은 '리스크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이미지'와 '지배력 유지'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하고 있다.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만이 책임은 아니다. 주주 포함 이해관계자들은 속임수 인사에 더 이상 속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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