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황동진 기자] 효성그룹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그룹 주력계열사이자 국내 1위의 ATM(현금자동지급기) 기업인 노틸러스효성이 한 중소업체 대표의 폭로로 사정 당국의 조사까지 받게 됐다.

해당 중소업체는 효성이 처음부터 계획된 대기업의 전형적인 중소업체 기술 빼앗기라고 주장한다. 효성 ATM기에 사용되는 전용 모터의 개발을 의뢰해놓고, 정작 납품을 하려하자 ‘제품 불량’, ‘단가 인하’ 등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며 시간을 끌어오다가 ‘제작 도면’ 등을 빼내 협력업체에 넘겼다는 것이다.

사건은 이미 경찰이 초동 수사를 끝내고 일부 언론 보도까지 된 상태이지만, <뉴스락>의 취재 결과 알려진 내용과는 상이한 부분이 있어 향후 검찰과 공정위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노틸러스효성 ATM MS500. 사진=노틸러스효성 홈페이지 제품 소개 일부 발췌.
◇ 경찰, "대기업 갑질 사건" 

지난달 28일 인천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영업비밀유출 혐의로 노틸러스효성 직원 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같은 혐의로 협력사 대표 등 관련자 3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노틸러스효성이 인천 청학동에 위치한 중소업체 F사가 1년간 연구개발한 ATM기에 사용되는 모터 제작도면을 빼내, 협력업체 M사로 유출한 뒤 동일 제품을 제작·납품케 해 1년간 총 2억 5천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노틸러스효성 소속 직원 등 관련자 6명을 형사입건했다.

노틸러스효성의 생산,수출,구매 담당인 전·현직 간부 3명은 F사가 개당 3만원하는 모터 단가를 2만800원으로 인하해달라는 자신들의 요구를 거절하자, 이를 수용한 협력업체 M사에 제작도면 등을 넘기고 낮춘 단가로 F사와 똑같은 모터를 제작·납품케 했다.

경찰은 “보통 대기업 협력업체에서는 피해사실 있더라도 거래가 끊길 것을 우려해 신고하지 못하는 점을 이용, 영업비밀 유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도가 나오자 효성 측은 즉각 반박했다. 효성 관계자는 “F사가 자체개발했다고하는 모터는 효성이 개발투자비를 지원해서 개발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한 적도 없으며, 제품 불량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다른 업체로 교체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아직 검찰, 공정위 등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므로 향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무고를)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F사가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 사본(좌), F사가 개발한 56W BLDC 모터 실물 및 모터 내부, 구동회로(우).
F사와 노틸러스효성간 맺은 물품구매 계약서 일부분.
F사는 몇 개월에 걸쳐 모터의 불량 테스트를 했고, 불량률은 1%대 미만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 F사,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다"...재주는 乙이, 돈은 甲이 

F사는 지난해 9월 인천지방검찰청에 진정서를 냈다. 노틸러스효성이 2014년 7월31일 자사와 맺은 물품공급계약서 제37조의 ‘비밀유지’ 조항을 어겼다는 것.

F사는 노틸러스효성 ATM CR-500. MS500 등에 사용되는 출력 41W, 55W BLDC 56파이모터 2종에 대한 개발 제안을 효성연구소 소속 전모 상무로부터 받고, 2014년 5월29일까지 개발과 생산을 위한 제조라인 설비 계측기 금형 제작 등 약 5억원을 들여 상용화를 추진했다.

F사는 5억원 중 효성으로부터 1억2천만여원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F사는 이후 BLDC모터 실물과 부품제작도 등 기밀 파일을 효성이 요구해와 그해 9월25일 제출했다.

F사 최모 대표는 <뉴스락>과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작도면 등을 제출하라고 한 후, 우리한테는 장비 테스트를 이듬해 2월까지 몇 개월에 걸쳐 진행했다”며 “불량률이 1% 미만인데도 불구하고 효성은 차일피일 납품을 미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대표는 “그 사이 효성은 개당 3만원에 납품키로 약속했던 모터를 2만800원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해왔다”며 “이 가격으로는 도무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거절했다”고 말했다.

결국 납품단가 인하 요구를 거절하자 효성은 기존 협력사 M사에게 F사의 제작도면을 넘기고, 2015년 6월부터 납품을 받기 시작했다.

최 대표는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효성 전모 상무와 서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을 확인 시켜줬으나, <뉴스락>에 제공하지는 않았다.

최 대표는  "우리가 1년 넘게 개발에서 테스트까지 소요됐는데, M사는 불과 몇 개월 만에 우리와 똑같은 제품을 납품할 수 있었던 것은 애초부터 계획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욱이 M사가 효성의 낮은 단가를 수용할 수 있었던 것도 초기 개발 비용이나 노력이 덜지 않았다는 점이 감안된 것”이라며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바로는 M사의 납품 단가는 4천원이 낮은 2만6천원이라고 하는데, 우리에게도 만일 그 정도 인하를 요구했다면 울며겨자먹기식으로나마 수용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뒤늦게 알고 보니 이미 오래전에 M사 측은 자신들의 신분을 감춘 채 효성 측과 함께 실사를 핑계로 사전 답사까지 해간 상태였다"며 "결국 모든 것이 끝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F사 모터(좌), M사 모터(우).
◇ M사, "터무니 없는 주장"..."억울하고 답답한 건 바로 나"

경북 구미에 위치한 M사의 조모 대표는 <뉴스락>과 전화통화에서 "F사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경찰 조사에서 성실히 임했고, 억울한 점을 적극 얘기했는데, 경찰의 보도자료에서는 일언반구도 나오지 않아 실망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조 대표는 "우리도 을이긴 마찬가지"라며 "경찰과 언론 보도가 너무 일방적이어서 화가 났지만, 10년이상 거래해오고 있으며 매출 70%이상을 효성으로 얻는 우리로서는 먼저 나서서 해명하기가 어렵다"고 처지를 설명했다.

조 대표는 "F사는 원래 문제가 많았다. 내 기억으로는 2014년 중반께 효성 구매부서에서 이런 기업이 있는데, 같이 확인을 해달라고 요청이 왔었다"며 "그래서 효성 직원과 함께 F사 있는 인천 공장과 연구소를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은 F사 소유도 아닐 뿐더러 모터 생산 라인도 갖춰지지 않았다"며 "한마디로 F사는 엉터리였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당시 효성 측에 F사는 이상하니, 거래를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취지로 얘기를 했으나,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일이 추진됐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다만 그 이후부터 효성과 F사가 어떻게 일을 추진해왔는지 모르고, 효성이 우리에게도 모터 개발 의뢰를 해와 납품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무엇보다 ATM기 사용되는 모터 기술은 대부분이 공개된 상태"라며 "F사의 기술을 빼내서 사용했다는 말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욱이 억울한 건 일부 언론보도에서는 우리가 개당 2만6천원에 납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는 우리도 2만800원에 납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효성, "검찰 수사 진행 중인 관계로"

<뉴스락>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좀 더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고자 노틸러스효성 측 전현직 간부들과도 통화를 시도해봤다. 전모 상무와 황모 팀장은 현재 중국 등 해외 출장 중인 것으로 확인 됐다.

전 상무는 문자메시지 통해 "F사 관련해서는 본사 법무 담당과 통화하시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고 보내왔다.

어렵사리 연락이 닿은 황 팀장은 "중국 출장이라서 할 말이 없다"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뉴스락>은 효성그룹 측에 재차 구체적인 답변을 듣고자 했으나, 검찰 수사 진행 중인 관계로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효성이 F사와 M사에 모터 개발을 시간 간격을 두고 추진했다는 점, 이미 상용화된 모터 기술이라면서 기존 협력사인 M사에 처음부터 맡기면 될 일을 F사에 의뢰를 했다는 점, M사가 납품하고 있는 모터의 단가를 밝히지 않는 점 등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편, 이번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직권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노틸러스효성과 조현준 신임 회장은...                             
지난 1월 4일 효성 조현준 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 인사 이후 첫 행보로 경북 구미공장을 방문해 폴리에스터원사 공정과정을 점검하는 등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현장경영을 실시했다. 사진=효성그룹 제공.

노틸러스효성은 국내 ATM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자 효성그룹 주력계열사이다. 1998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20년만에 미국 전역 시장 점유율 45%를 달성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최근에는 노틸러스효성의 미국법인이 SOC(Service Operation Center) 신규 서비스센터를 개소하면서 미국 내 고품격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신뢰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노틸러스효성은 조석래 회장의 뒤를 이어 새로취임한 조현준 회장이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다.

 조현준 신임 회장은 미국 시장 뿐만 아니라 중국, 유럽 등 전 세계 시장을 무대로 오는 2020년까지 금융자동화기기 시장에서 최강자로 우뚝서겠다는 포부다.

아울러, 사장 재임 시절 부터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강조해온 조현준 회장은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의 모범이 된 기업인에게 수여하는 중소기업청장표창을 받은 자리에서 "현재 효성의 글로벌 경쟁력은 협력업체와 공동의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인 만큼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기술지원, 글로벌 시장, 글로벌 시장판로 개척지원 등 효성이 할 수 있는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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