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3고 시대와 전쟁 장기화 등 국내외 각종 악재 속에서도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은 분전했다. 

의약품 판매고가 크게 증가하며 전반적으로 내수 시장이 활성화됐던 코로나19 엔데믹 시절과는 달리, 올해 상당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은 악화되는 등 쌀쌀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런 가운데 SK바이오팜은 수익성을 점차 개선시키며 적자 폭을 줄여나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에 <뉴스락>에서는 내년 글로벌 시장에서도 'K-신약'의 성과가 두드러질 것으로 관측되는 SK바이오팜에 대해 꼼꼼히 알아봤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 SK그룹 제공. [뉴스락 편집]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 SK그룹 제공. [뉴스락 편집] 

3Q 실적 개선, 내년 흑자전환 기대...'세노바메이트' '솔리암페톨' 견인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17.3% 성장한 903억 원, 영업손실은 107억 원을 기록했다. 적자 폭이 전분기 대비 43.4% 줄어든 수치다.

SK바이오팜의 영업이익은 이번 분기부터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가 연결 편입돼 80억원 이상의 판관비용이 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판관비 관리와 세노바메이트의 매출 급증으로 전 분기 손실 금액이었던 189억보다 크게 개선했다.

매 분기 성장하고 있는 SK바이오팜의 실적 성장 동력으로는 뇌전증 치료제인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 엑스코프리)를 꼽을 수 있다.

세노바메이트 미국 매출 추이. SK바이오팜 자료 제공. [뉴스락 편집] 
세노바메이트 미국 매출 추이. SK바이오팜 자료 제공. [뉴스락 편집] 

세노바메이트의 3분기 미국 매출은 7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9% 증가하며 역대 최대폭의 분기 성장 기록을 경신했다.

현재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매출만으로도 연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가능한 단계에 진입했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현재 세노바메이트의 성장 가속화가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향후 지속적인 판관비 효율화 노력, 연말 계절적 효과 등으로 4분기 목표했던 흑자전환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의 인기 요인으로는 높은 효능을 꼽을 수 있다. 해당 치료제의 발작 빈도 감소율은 55%로 기존 약품들이 20~40%였던 것과 대비했을 때 큰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특허권 존속 기간도 기존보다 5년 더 연장돼 회사 손익에 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세노바메이트의 물질특허 기간은 2027년 10월까지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개발과 허가 획득에 걸린 오랜 시간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특허청으로부터 특허권 최대 존속 기간인 5년을 인정받아 2032년 10월까지 물질특허 기간이 연장됐다.

미국 시장에서 특허 보호를 받는 신약의 경우 매년 늘어나는 처방 수와 약가 인상으로 특허가 만료되는 시점까지 안정적인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세노바메이트의 물질특허 기간 연장은 향후 SK바이오팜의 매출 신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해 상업화한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는 미국 뇌전증 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 중인 상황"이라며 "올해 4분기에는 분기 영업 흑자를 달성한 뒤 내년에는 엑스코프리 매출로만 영업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좌)세노바메이트(미국명 : 엑스코프리), (우)솔리암페톨(미국 제품명: 수노시)
(좌)세노바메이트(미국명 : 엑스코프리), (우)솔리암페톨(미국 제품명: 수노시)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 외에도 수면장애 치료의 장을 연 신약 솔리암페톨을 통해서도 또다른 실적창구를 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수면장애 치료 신약 후보물질인 솔리암페톨(미국 제품명: 수노시)을 임상 1상 시험 완료 후 기술 수출했다.

솔리암페톨의 미국 판권을 보유하고 있던 파트너사 재즈 파마슈티컬스는 이후 개발 과정을 담당해 지난 2019년 3월 FDA로부터 기면증 및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해 주간 졸림증을 겪는 성인 환자들의 각성 상태를 개선하는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이후 2019년 7월부터 미국 판매를 시작했으며, 2020년 1월에는 유럽에서 신약 판매허가를 받아 현재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에서 판매되고 있다.

2022년 3월, 솔리암페톨 파트너사는 재즈 파마슈티컬즈에서 엑솜 테라퓨틱스(이하 엑솜)로 변경됐으며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아시아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SK바이오팜은 추후 아시아 지역 상업화에 착수할 계획이다.

파트너사인 엑솜은 수노시를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치료제로도 개발중이다.

올해 2분기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엑솜이 발표한 '자사 제품의 1년 최대 매출 전망치'에서는 수노시가 ADHD 신약으로 출시될 경우 최대 10억달러 매출을 올릴 것으로 관측했다.

엑솜이 밝힌 수노시의 연간 최대 매출은 15억달러로 약 2조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매출의 한 자릿수 중·후반대 비율로 로열티를 받을 경우 SK바이오팜은 약 1000억 원대 이익을 볼 것으로 보인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솔리암페톨(미국명:수노시) 매출을 2030년 4억5000만달러로 예상하고 있다"며 "로열티 비율은 7%로 가정, SK바이오팜에 유입되는 용역 수입은 3700만달러(약 471억 원)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R&D' 비중 높은 SK바이오팜, 정부 R&D 예산 삭감에 '비상등'

SK의 B.B.C 첨단산업 글로벌 경쟁력과 책임 경영의 시사점 토론회 이미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제공. [뉴스락] 
SK의 B.B.C 첨단산업 글로벌 경쟁력과 책임 경영의 시사점 토론회 이미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제공. [뉴스락] 

SK바이오팜이 세노바메이트에만 기대 희망찬 청사진을 그리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최근 정부가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발표하면서 33년 만에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보건복지부의 R&D 예산안은 올해 대비 12% 가량 증가해 834억 원 증액된 금액인 7801억 원이나, 전체 정부 R&D 예산안은 5조2000억 원으로 16.6% 삭감해 편성했다.

업계에서는 내년도 전체 정부 예산에서 R&D 예산이 올해보다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약·바이오 산업에 적절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K바이오팜으로선 R&D 비중이 커 정부 지원 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B.B.C 첨단산업 글로벌 경쟁력과 책임 경영의 시사점 토론회에서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제공.   [뉴스락] 
B.B.C 첨단산업 글로벌 경쟁력과 책임 경영의 시사점 토론회에서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제공. [뉴스락] 

실제 정부 R&D 지원 예산 확보를 위해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까지 직접나서 정치권을 향한 호소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7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SK 바이오·배터리·반도체 첨단산업 글로벌 경쟁력과 책임경영의 시사점' 세미나에서는 이동훈 사장을 비롯해  21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이동훈 사장은 "고위험·고수익인 제약·바이오산업의 특성상 신약 개발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기술 역량과 장기간 지속적 투자와 대규모 투자 및 뒷받침할 기업문화와 경영자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투자와 독자 기술개발을 멈추지 않고 계속 추진해 SK바이오팜이 국내 최초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SK바이오팜은 연구개발과 관련해 신약 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 제약, 판매까지 전 과정에 이르는 역량을 구축했다. 중추신경계와 항암 분야를 중심으로 신약 개발에 집중해 지속적인 파이프라인 확대를 추진 중이다.

방사성의약품 치료제(RPT), 표적단백질분해(TPD), 세포ㆍ유전자 치료제(CGT) 등 새로운 치료 접근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약효 및 안전성이 뛰어난 의약품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자 목표하고 있다.

이에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처리가 어떻게 되느냐에 대한 부분은 SK바이오팜 내 R&D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각종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법정 시한인 12월 2일을 넘긴 상황이다.

지난 7일 여야는 원내대표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로 구성된 '예산안 2+2 협의체'를 가동했으며,  이달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오너 3세, 전진배치...SK, 제약바이오에 힘 싣는다

최윤정 SK바이오팜 신임 사업개발본부장. SK바이오팜 제공.
최윤정 SK바이오팜 신임 사업개발본부장. SK바이오팜 제공.

한편, 지난 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이 입사 6년만에 신임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최 본부장은 중국 베이징 국제고를 거쳐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뒤 시카고대 뇌과학연구소 연구원과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 등을 거쳤다. 2019년 휴직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생명정보학 석사 과정 후 2021년 7월 복직했다.

최 본부장은 올 초 SK그룹 지주사 SK가 SK바이오팜과 꾸린 신약 태스크포스(TF)에도 포함된 바 있다.

이에 앞으로 SK바이오팜에서 신약 발굴과 바이오 사업 다각화를 통해 큰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과 인사는 연구개발의 효율성과 유연성 그리고 협업을 강화하고, 사업개발과 전략투자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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