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올해 포스코는 롯데를 제치고 재계 5위로 올라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상위 5대 그룹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순이었다.

포스코는 올해 재계 5위로 올라섰지만, 그룹의 경영 안정성과 지속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다.

정권 교체 시기마다 수장 교체가 빈번했던 포스코는 셀프연임을 폐지하고, 신(新) 지배구조 개선안을 의결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3연임 여부가 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락>은 포스코그룹의 셀프연임 폐지와 최 회장의 3연임 도전에 대해 조명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포스코홀딩스 제공 [뉴스락 편집]
최정우 포스코 회장. 포스코홀딩스 제공 [뉴스락 편집]

민영화 이후 불명예 퇴진 연속, 포스코 회장 잔혹사

포스코 5~8대 회장. 포스코 제공 [뉴스락 편집]
포스코 5~8대 회장. 포스코 제공 [뉴스락 편집]

포스코(옛 포항종합제철)는 1968년 설립된 이후 32년간 공기업 체제로 운영돼 왔다.

그러던 중 1990년대 들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민영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2000년 10월 정부지분 완전매각으로 민영화를 완료하고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에도 수장 자리가 늘 불안정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매번 '낙하산', '코드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5대 유상부, 6대 이구택, 7대 정준양, 8대 권오준, 9대 최정우까지 총 5명의 회장이 재임했지만, 그 중 4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현재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은 2018년 7월에 포스코그룹의 수장이 됐으며, 2021년 3월에는 연임에 성공했다.

최 회장은 이차전지(배터리) 소재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 포스코그룹을 친환경 미래소재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의 리더십과 전략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최 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퇴진 의사를 밝히지 않아 사실상 후보군에 올라 3연임에 도전한다.

최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할 경우 포스코그룹이 2000년 민영화한 이후 최초로 현직 회장이 3연임을 하는 사례가 된다.

또한 역대 포스코 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임기 도중 사임하는 '포스코 잔혹사'를 끊어내고 임기를 완주한 회장으로 남을 수도 있다.

'셀프연임' 폐지... 新 지배구조 개선안 의결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회장의 선임 절차를 포함한 새로운 지배구조 체제인 ‘포스코형 신(新) 지배구조 개선안’을 의결했다. [뉴스락 편집]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회장의 선임 절차를 포함한 새로운 지배구조 체제인 ‘포스코형 신(新) 지배구조 개선안’을 의결했다. [뉴스락 편집]

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19일 이사회에서 현직 회장의 연임에 유리한 '셀프연임' 규정을 폐지하는 등 새로운 지배구조 체제인 ‘포스코형 신(新) 지배구조 개선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최정우 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다른 후보들과 동등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포스코홀딩스는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단독으로 우선 심사를 받을 수 있던 기존 규정을 없애고,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하도록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는 현직 회장의 연임에 유리한 구조라는 비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포스코와 함께 ‘셀프연임’ 지적을 받은 KT도 지난 6월 셀프연임 규정을 폐지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신임 회장 후보군 발굴을 위한 '승계카운슬’은 폐지되고,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가 회장 후보군을 발굴하고 자격심사를 수행한다.

후추위는 회장 후보군의 자격요건을 △경영 역량 △산업 전문성 △글로벌 역량 △리더십 △청렴성·윤리의 5가지 항목으로 구체화하고,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하면 5가지 항목에 대한 상세 기준도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후추위가 발굴한 회장 후보군의 객관적인 자격심사를 위해 '회장후보인선자문단’을 도입한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번 지배구조 개선에 맞춰 지난 21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후추위 운영을 의결하고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할 회장 인선 절차에 바로 착수했다.

현재 포스코 내부 전현직 인사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룹 2인자로 일컬어지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재무통인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이차전지 전문가인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등이 대상이다.

후보군은 ‘롱리스트’, ‘숏리스트’, ‘파이널리스트’ 순의 과정을 거쳐 확정된다.

후추위는 현재 초기 후보군인 ‘롱리스트’ 작성을 위한 후보자 추천을 받고 있다.

내년 1월 초 후보군 선발·심사를 통해 '숏리스트'를 공개하며, 최종 후보 1인을 늦어도 2월 중순까지 이사회에 추천하고,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할 계획이다.

침묵하는 최정우 회장, 3연임 도전에 재계 ‘주목’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해 3월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사기(社旗)를 흔들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뉴스락]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해 3월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사기(社旗)를 흔들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제공 [뉴스락]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 절차가 개편되면서 최정우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이 커졌다.

새로운 절차에 따라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공개 모집을 통해 후보자를 선발하고 사외이사로 구성된 회장후보인선자문단이 평가해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이로 인해 최 회장은 기존 포스코 회장들이 임기 말에 반복적으로 겪던 거취 표명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또한 '현직 회장 프리미엄'이 대폭 줄어 다른 후보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게 되지만, 특혜 논란 등 잡음이 불거질 가능성도 낮아졌다.

최근 최 회장은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매수하며 연임 의지를 드러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1일 두 차례에 걸쳐 포스코홀딩스 주식 700주를 구입했다. 이로써 최 회장이 소유한 포스코홀딩스 주식은 3338주에서 4038주로 늘어났다.

그러나 최 회장의 연임 도전에는 여러 난관이 존재한다.

포스코그룹은 민영화된 후에도 여전히 반관반민 기업으로 인식돼 '관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역대 회장들이 물러나는 시기가 모두 정권 교체기와 맞물렸다.

지난 26일에는 이번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출에 대통령 비서실장이 관려한다는 지라시(정보지)가 돌기도 했다.

정권 교체 이후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포스코 회장은 어김없이 대통령 주요 행사에서 배제되는 이른바 ‘포스코 패싱’도 문제다.

박근혜 정부 시절 선임됐던 권오준 전 회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 해외 순방에 한 번도 동행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권 시절 포스코그룹 수장직에 오른 최 회장도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할 때마다 경제 사절단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런 정치적인 요인들이 최 회장의 연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 잔혹사를 벗어나야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며 "최정우 회장이 연임을 할 것인지 퇴임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순간이 포스코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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