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한국사회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삼성은 IT, 의학, 바이오의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15년 중국 보아오포럼에서 한 말이다. 

글로벌 리딩 기업 삼성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고령친화산업(실버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 왔다.

이 회장이 선택한 실버산업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8년 30경원에서 올해 45경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EU(유럽연합)는 내다봤다. 

기업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기 충분한 시장이다.

한국이 내년 초고령화 사회(65세 이상인구 비율 20%↑)에 진입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뉴스락>김영선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노인학과 교수와 실버산업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내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의 고령화 현주소와 대책은

김영선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노인학과 교수. 사진 김영선 교수 제공 [뉴스락]

한국, 2040년 세계에서 요양서비스 인력이 가장 부족한 국가

무엇보다 노인 돌봄인력 부족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2040년이 되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요양서비스 인력이 가장 부족한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근골격계 질환 등 신체적 부담이 큰 돌봄인력의 소진, 이직, 고령화 등으로 이탈이 가속화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고령친화기술에 대한 수요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도 고령친화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도 돌봄기술 개발 지원 등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돌봄로봇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기술개발 연구와 실증이 최초로 이뤄진 점은 높이 평가한다.

돌봄인력문제의 제도적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내 복지용구 등 공적급여와 연계해볼 수 있다.

이 경우 요양서비스에서는 현재 복지용구를 넘어서서 ‘케어기기(care device)’로 노인돌봄인력을 돕는 보완적 기능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기술의 범위에서는 보편적 기술에서 넓은 범위와 돌봄로봇 등 첨단기술를 포함한 범위를 넓혀 포괄적 범위로 해야 한다.

영국, 일본, 호주 등에서 적용하는 'No Lift Policy'(노인․환자 이송과정 중에 돌봄인력이 직접 들지 않고 장비를 사용하는 것)을 우리나라도 시행하게 된다면, 기술 상용화, 돌봄인력에 대한 교육훈련, 제도정비 등 다각적인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실버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이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는지

고령친화기술의 개념과 핵심분야. 자료 BK AgeTech교육연구단 홈페이지 [뉴스락]

실버산업은 ESG의 새로운 솔루션... '자립·돌봄·디지털격차' 고려

고령친화기술과 고령친화산업이 지속가능경영(ESG)의 새로운 솔루션이다.

국제 신용평가기업인 무디스·피치 등은 보고서에서 ESG 경영의 성공을 위해 E(환경) 중심에서 넘어서 S(사회적 영향)가 중요해, 그동안 대응이 미흡했던 고령화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아마존·구글·파나소닉·필립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고령친화산업 분야로 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유망분야로는 데이터 기반의 돌봄과 헬스케어 서비스, 고령 친화 식품, 고령 친화 주거, 노쇠 등 새로운 노인성 질환 측정과 통합 서비스, 돌봄 로봇 등이 있다.

2025년 노인 인구 1000만 명, 고령화율 20.3%인 새로운 시대, 초고령사회가 다가온다.

고령화 이슈에 대해 국가 차원의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는 대원칙을 전제로 지금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국가뿐 아니라 지자체‧지역사회‧기업‧개인 모두가 지속가능한 고령친화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중요한 변곡점이라 할 수 있다.

고령친화산업과 고령친화기술이 새로운 시대의 성장엔진이 될 것이다.

‘고령친화산업진흥법’에서는 고령친화산업을 노인을 주요 수요자로 하는 제품‧서비스를 연구·개발·제조·건축·제공·유통·판매하는 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고령친화산업은 용품, 의약품·화장품, 요양, 금융·자산관리서비스, 문화·여가·운동서비스, 주거서비스 등에서 식품산업, 스마트케어기기,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등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하며 점차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고령친화산업의 발전은 신산업 수익창출, 일자리 창출, 돌봄인력 부족 문제 대응 등 측면에서 경제‧사회적으로 큰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경희대학교 디지털뉴에이징연구소는 2020년 72조 원에서 2030년 168조 원까지 고령친화산업 시장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자리 창출효과도 커서 투자 10억 원당 고용창출 인원은 11.4명으로 전 산업 평균인 8명을 웃돈다.

고령친화산업의 직접적 수혜자는 고령자이지만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청년이라는 점에서 청년 일자리의 확충을 통해 세대 간 통합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이러한 이유로 대기업, 스타트업 등의 고령친화산업 생태계 진입도 활발해지고 있다.

실버산업의 특징과 핵심분야를 3가지로 정리하면 ▲자립적인 생활 ▲돌봄 기술 ▲디지털 격차 해소로 볼 수 있다.

먼저 고령자가 자신이 살던 곳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립적으로 생활(Aging In Place)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로써 스마트홈, 고령친화식품, 디지털 헬스케어, 운동‧재활서비스, 이동, 정서지원 차원의 소셜로봇, 노인성질환 측정기기 및 통합중재서비스 등이 여기 해당한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치료제 등은 노인성질환에 대한 적용이 적극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두 번째는 돌봄 인력을 위한 ‘돌봄 기술’로 돌봄 인력의 신체적 부담을 경감하고, 미래 돌봄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분야로 돌봄로봇, 관리시스템․플랫폼 등이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고령자들이 그들을 위한 기술임에도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로 인해 활용하는데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보다 잘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과 서비스를 원활히 연계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10명 중 4명은 '노인빈곤'인 상황. 실버산업 주소비자의 경제상황이 이렇다면 국내 실버시장 역시 활성화되기 힘든 것이 아닌지

경희대학교 디지털뉴에이징연구소와 BK AgeTech 교육연구단에서 매년 주관해 개최하는 세미나 및 기업네트워킹에서 김영선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 김영선 교수 제공 [뉴스락]

높은 구매력 갖춘 베이비붐세대가 실버산업 지속 발전의 기반 될 것

노인을 둘러싼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내년 도래할 천만 노인시대는 곧 내수시장이 커짐을 의미하며 소비력이 높은 젊은 고령자가 등장하고 있다.

욜드(YOLD)는 젊은 노인(Young Old)라는 표현으로, 연령은 노인이지만 체력과 정신이 아직 젊은 사람들을 말한다.

2020년 the Economist에서 이전 세대보다 인구가 많고 더 건강하며 더 부유해 금융시장과 서비스, 소비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로(靑老)세대, 오팔(Older People with Active Life), 실버서퍼(인터넷,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를 능숙하게 조작하는 고령층) 등 다양한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이론적으로도 제 3기인생(Third Age)으로 은퇴후 건강하게 지내는 시기로 활동적인 노화를 하는 시기라고 설명한다.

초고령사회가 된다는 것은 고령자들이 수동적 돌봄의 대상이 아닌 능동적 핵심 소비계층으로서 관련 시장을 주도적으로 형성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자 산업적 측면에서는 수요층이 확보된다는 의미다.

특히 2020년부터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이 만65세가 되기 시작했으며, 2028년 전체 노인의 56%로 확대된다. 

이 세대는 높은 구매력을 갖고 있어 이들의 수요는 헬스케어, 주거, 식품, 여가·문화 등 생활 전반에 관련된 고령친화산업이 지속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노인빈곤에 대한 대책은

노인의 삶은 소득문제와 건강문제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소득보장체계에서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0층의 공공부조(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전국민을 대상으로 보험료 기반으로 운영되는 1층의 공적연금(국민연금)제도와 강제가입과 민간 자율가입 등을 통해 추가 보장을 받을 수 있는 2층의 퇴직연금과 3층의 개인연금을 갖추고 있으며 자산을 기반으로 한 주택연금을 최근 5층으로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와 연계한 다층돌봄보장체계를 통한 공공과 민간의 적정한 부담체계를 갖고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소득과 돌봄 운영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체계와 같이 돌봄보장체계에서도 전국민 중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노인을 대상으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1층의 노인장기요양보험과 함께, 저소득층을 위한 맞돌 등의 돌봄서비스와 함께 민간 영역의 민간케어보험을 함께 운영해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주택연금에서도 연금 지급과 함께 돌봄서비스 등의 현물서비스를 함께 제공해 노후에 주택연금가입자들이 소득과 돌봄을 안정적으로 보장받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격차'가 실버산업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어 보인다. 해결책이 있다면

경희대학교  NEWAGING PLATFORM 2023 고령친화산업 네트워킹 단체 사진. 김영선 교수 제공 [뉴스락]
경희대학교  NEWAGING PLATFORM 2023 고령친화산업 네트워킹 단체 사진. 김영선 교수 제공 [뉴스락]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플랫폼 생태계 구축해야

고령자의 디지털격차 문제는 신체, 심리, 환경적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신체적인 요인으로서 고령자는 노화로 인해 시력 감소, 감각의 저하 등 신체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으나 고령자의 신체적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기기가 대다수다.

심리적인 요인으로는 고령자는 과거 및 현재를 유지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해 새로운 기기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경희대 디지털뉴에이징연구소가 2023년 고령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용의향을 분석한 결과, 기술에 대한 유용성, 편의성과 함께 불안감이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다른 연령세대에 비해 평균 교육수준이 낮고, 특히 새로운 기술에 대한 교육 및 훈련경험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디지털 기기의 구매, 정보, 사용방법 습득이 매우 힘든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신체, 심리, 환경적 부분에서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최근 많은 회사들이 여러 제품을 개발하고 있고, 텍스트 크기 개선, 쉬운 메뉴 조작 등의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최근 하드웨어적 개선 뿐 아니라 플랫폼 기반의 빅데이터-AI알고리즘을 통한 개별 맞춤형 서비스가 함께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기술은 많이 개발됐으나 개발자 중심의 기술만이 개발되고 각 분야별로 분절적으로 나눠져 실제 고령자들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했기에 그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보다 필요하다.

기술 개발과 함께 고령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이용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 반드시 함께 병행돼야 한다.

고령자의 사람 중심적 관점(Person-centered perspective)에서의 기술과 서비스와의 유기적 연계, 그리고 지속가능한 플랫폼 생태계(Platform Ecosystem)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는 플랫폼 기반의 생태계 안에서 고령자-기술개발자-서비스제공자-연구자-정책입안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고령자의 욕구 충족을 위한 방향성을 논의해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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