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오른쪽)과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오른쪽 사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각 사 제공 [뉴스락]
지난 2013년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오른쪽)과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오른쪽 사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각 사 제공 [뉴스락]

[뉴스락] 75년간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이어온 고려아연과 영풍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3월 열리는 고려아연의 제 50회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영풍이 고려아연의 ‘배당결의안’과 정관 변경‘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다.

경영권이나 지분 경쟁과는 거리가 멀지만, 영풍은"배당을 더 내놔라"고 주장하지만 "주주환원율이 76%나 된다"며 고려아연이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 명함과 안내문 ‘사칭’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이름과 소속을 적어 주고받는 그 명함과 안내문을 놓고 첨예하게 맞붙은 것이다.

28일 각종 제보에 따르면, 일부 고려아연 주주 사이에서는 영풍 측이 주주들에게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명함과 안내문이 고려아연 측의 것으로 오인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총에서 고려아연 편을 들고자 했던 주주가 의결권 위임 대상을 착각해 영풍에 표를 주는 상황이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고려아연 주주가 영풍 측으로부터 받은 의결권 위임 관련 안내문과 명함. 사진 제보자 [뉴스락]
고려아연 주주가 영풍 측으로부터 받은 의결권 위임 관련 안내문과 명함. 사진 제보자 [뉴스락]

영풍이 사용한 명함과 안내문을 본 한 고려아연 주주는 "당연히 고려아연 쪽에서 나온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아니더라"고 말했다.

영풍은 2월23일부터 권유업무 대리인인 케이디엠메가홀딩스 등을 통해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고 있다.

케이디엠메가홀딩스는 주주들을 만나면서 고려아연 사명, 최대주주인 영풍 등을 표기한 명함을 전달했다.

문제는 명함에 적힌 글씨를 봤을 때 권유자가 영풍 쪽이라는 게 쉽게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명함 왼쪽 위에 적힌 '고려아연 주식회사'가 그 밑에 있는 '최대주주 주식회사 영풍'보다 훨씬 크게 부각돼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명함 양식의 경우 고려아연 측을 대리하는 업체가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기도 하다.

일부 주주는 해당 명함을 보고 케이디엠메가홀딩스가 고려아연 측을 위해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는 것으로 인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케이디엠메가홀딩스로부터 위임장 제공을 권유받은 주주 중 일부는 권유 주체를 잘못 알고 영풍이 아닌 고려아연으로 연락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영풍이 고려아연 주주총회에 관해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는 일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부분도 오해를 부추긴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해당업체가 전달한 안내문은 고려아연 측에서 나왔다고 오해할 가능성을 더욱 키운다.

안내문에는 영풍과 관련된 일체의 표기나 설명도 없이 안내문 가장 위쪽에 큰 글씨로 고려아연(주)라고 표기돼 있다. “고려아연 측의 안내문으로 생각하기가 십상이다. 사실상 사칭 아닌가”라는 것이 해당 상황을 접한 일부 주주들의 지적이다.

고려아연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영풍 측에 대해 자본시장법과 형법 상 업무방해죄 등 법 위반 소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 제154조에 따르면 의결권 권유자는 위임장 용지 및 참고서류 중 의결권 피권유자의 의결권 위임 여부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거나 의결권 위임 관련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를 누락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에 있어 위계란 행위자가 행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업무방해죄의 성립에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필요하지 않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다”(대법원 2010.3.25. 선고 2009도8506판결)고 판시하고 있다.

나아가 “업무수행 자체가 아니라 업부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행된 경우에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위2004도 8701판결)는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영풍 측은 해당 명함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의결건 위임을 권유할 때는 명함만 주는 게 아니라 충분한 설명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영풍 관계자는 "업체가 주주들을 방문할 때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을 대리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하러 왔다'는 취지로 얘기하기 때문에 주주들이 오해할 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배당·정관 놓고 주총서 격돌 예고, 소액주주 결집 총력

고려아연과 영풍은 3월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일부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을 예고한 참이다.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제시한 배당안(재무제표의 승인), 일부 정관 변경의 건 등에 대해 최근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고려아연을 대표하는 최씨 집안과 영풍을 대표하는 장씨 집안은 현재 각각 우호지분을 포함해 고려아연 지분 30% 초반대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인 정관 변경 안건은 영풍의 반대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특별결의는 출석한 주식수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특별결의는 출석한 주식수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고려아연 주총의 주주참석율이 평균 85%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미 영풍과 장씨일가 보유한 지분만으로도 사실상 부결이 확실시된다.

반면 보통결의(출석 주식 과반,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안건인 재무제표의 승인 안건은 양측의 지분 싸움으로 결판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 지분 약 26%를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주주총회 이전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작업부터 신경전이 치열한 까닭이다. 고려아연도 2월24일부터 권유업무 대리인들을 선정해 소액주주 결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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