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국내 유통시장 내 프랜차이즈 업체 수가 갈수록 많아져 시장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2000년대 초 토종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붐을 일으키며 시장에 깜짝 등장한 1세대 대표 토종 기업들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가맹사업을 하는 기업의 전체(외식·도소매·서비스) 브랜드 수는 6083개, 가맹점 수는 23만2191개로 집계됐다. 2016년 브랜드 수 5225개, 가맹점 수 21만7823개, 2017년 브랜드 수 5700개, 가맹점 수 22만8432개로 볼 때 유통시장의 프랜차이즈 수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가맹사업업체(외식,도소매,서비스) 전체의 브랜드 및 가맹점 수 변화(직전사업년도 말 기준)/사진=공정위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경제성장으로 매장 수가 증가하는 호전적 형태가 아닌 시장포화 상태로 인해 매장 수는 증가하는 반면 기업의 유지기간인 존속연수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맥세스컨설팅이 전수조사한 프랜차이즈 통계자료집 ‘2018년 프랜차이즈 산업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신규기업과 브랜드는 64.3% 증가했다. 2018년 기준 기업 평균 존속연수는 5.8년, 브랜드 평균 존속연수는 4.6년으로 나타나 있다.

2015년 기업 평균 존속연수 9.6년, 브랜드 평균 존속연수 7.8년에 비해 각각 3.8년(58%), 3.2년(60%) 감소한 수치로, 프랜차이즈 기업 및 브랜드의 폐점 주기가 더욱 짧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늘어나는 업체 수 대비 업체마다 체감하는 수익상승분은 그리 높지 않다. 특히 창업신화를 써내려가며 1세대 토종 프랜차이즈를 선도하던 커피 업종, 화장품 업종 내 토종 기업은 대기업·해외기업의 자본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 토종 커피 잔혹사, 줄어드는 가맹점과 줄어드는 매출액

토종 커피 브랜드 ‘카페베네’는 지난 11일 약 9개월 만에 기업회생절차를 종결했다.

2008년 설립돼 국내 커피열풍을 주도하며 4년 만에 전국에 800호점을 차린 카페베네는 ‘1세대 커피왕’ 등 타이틀을 거머쥐며 승승장구했지만, 2013년 이후 신사업과 해외 투자 실패로 급격히 경영악화의 길을 걸어 지난 1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바 있다.

특히 신세계가 막대한 자본력을 통해 들여온 세계 1위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와 국내 상륙과 무분별한 가맹점 확대, 중국 등 해외 투자 실패가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카페베네 가맹점 수 및 가맹점 평균매출액 변화/사진=공정위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

카페베네는 2013년 이후 꾸준히 가맹점 수가 줄고 있다. 2016년 821개에서 2017년 681개, 기업회생절차 신청 시기인 올해 초 523개의 가맹점만이 남아있다. 가맹점당 평균매출액 역시 2016년 3억8207만원에서 2017년 2억4955만원, 2018년은 2억2650만원으로 꾸준히 줄었다.

이는 가맹점 평균 매출 순위에서도 20위권 밖인 수치로, 매장 면적이 상대적으로 좁은 빽다방(2억5237만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커피전문점 가운데 가맹점 평균 매출액이 가장 높은 투썸플레이스(5억1838만원)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다만 고무적인 부분은 9개월 만에 기업회생절차를 종결했다는 점이다. 카페베네는 기업회생절차 종결 직후 신메뉴를 출시하는 한편, 무분별한 가맹점 확장보단 내실을 다지는 유수 전략으로 시장 재입성을 노리고 있다.

재도약의 길을 걷고 있는 카페베네와는 달리 또다른 ‘1세대 커피왕’ 브랜드 ‘탐앤탐스’는 오너 리스크에 휩싸여 쉽게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04년부터 본격 가맹사업을 시작한 탐앤탐스는 스타벅스 등 국내 자리 잡은 해외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림과 동시에 시장포화 등 악재가 겹쳐 2016년부터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마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의해 불구속기소 수사를 받고 있어 상황이 녹록치 않다.

탐앤탐스 가맹점 수 및 전체매출액 변화(탐앤탐스 가맹점 평균매출액은 공개되지 않았음)/사진=공정위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

탐앤탐스의 가맹점 수는 2016년 357개에서 2017년 335개, 2018년 306개로 소폭 감소했지만, 동기간 동안 전체매출액 역시 889억8149만원→870억420만원→831억7955만원으로 감소하고 있다. 김도균 대표의 재판이 이제 시작됐다는 점으로 볼 때 하향곡선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언제까지 버티고만 있어야 하나…”, 점주들 믿음에도 매출 급락 막지 못하는 토종 화장품 브랜드

국내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미샤’는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과 시장포화를 이기지 못한 채 모기업 ‘에이블씨엔씨’와 동반하락 국면을 맞고 있다.

2018년 상반기 에이블씨엔씨는 매출액 1683억8000만원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상반기 1964억3900만원보다 14.3% 감소했다. 이로 인해 미샤 역시 2016년 매출액 3835억원에서 지난해 3322억원을 거둬들이는 데 그쳤다.

특히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채권이 256억4400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274억9400만원으로 6.72% 증가해 현금흐름이 악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샤 가맹점 수 및 가맹점 평균매출액 변화/사진=공정위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

 

모기업의 불안한 행보는 미샤의 가맹점 사업에도 영향을 줬다. 미샤의 가맹점 수는 2016년 302개, 2017년 309개, 2018년 304개로 큰 변화없는 추이를 보였지만, 같은 기간 동안 가맹점들의 평균매출액은 3억1083만원→2억9073만원→2억5069만원으로 줄었다.

국내 1세대 화장품 로드숍 ‘스킨푸드’ 역시 화장품 업계 3위까지 도약했었지만 ‘노세일(No Sale)’ 정책, 단일 브랜드숍 등의 전략이 실패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 등으로 인해 중국법인, 미국법인이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지난 8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 19일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가맹점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해 문을 열고도 팔 물건이 없는 사태가 전국 각지에서 나타났지만 적극적인 해명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가맹점을 모집하는 글을 올려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는 공정위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스킨푸드 가맹점 수 및 가맹점 평균매출액 변화/사진=공정위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

스킨푸드의 가맹점 수는 2016년 174개, 2017년 226개에 이어 올해 228개로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가맹점 평균매출액은 2016년 4억2508만원, 2017년 3억3028만원, 올해 2억7575만원으로 나타나 기업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가맹점만 무분별하게 확장해왔음이 드러났다.

현재 국내 화장품 업계 선두주자는 아모레퍼시픽의 계열사 ‘아리따움’과 ‘이니스프리’ 등이다. 하지만 이들도 시장 전체의 침체를 막지는 못했다. 올해 1248개의 가맹점으로 업계 가장 많은 가맹점을 보유하게 된 아리따움은 가맹점 평균매출액이 2016년 6억790만원에서 2017년 5억9701만원, 올해는 4억원까지 떨어져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이니스프리 역시 765개의 가맹점을 보유했지만 2016년 가맹점 평균매출 3억7919만원에서 지난해 7억6092만원으로 상승했던 흐름과 달리 올해 5억6439만원으로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업계 전체가 침체인 것은 사실이나 특히 자본력이 약한 토종 브랜드는 더욱더 타격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기업회생절차 직전까지 가맹점을 늘려온 스킨푸드는 이번 기업회생절차 과정을 잘 거쳐야만 점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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