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유통시장에서 토종 브랜드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 8일 ‘국내 1세대 화장품 로드샵’ 중 하나인 스킨푸드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 19일 개시를 결정 받았다. 스킨푸드는 2004년 설립된 국내 최초 푸드 코스메틱 브랜드로 2010년 화장품 브랜드숍 매출 순위 3위를 기록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해외사업 실패와 국내 화장품 업계 과도한 경쟁 등 복합적 이유로 하락 국면을 맞았다.

‘창업 신화’를 써내려가며 자수성가의 표본으로 자리 잡았던 수많은 국내 CEO들은 과도한 경쟁,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등의 이유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고용불안과 경기침체 등의 이유로 퇴직자, 젊은 창업주들이 유통업계에 유입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레드오션으로 평가되고 있는 국내 유통 및 자영업계에서 출혈 경쟁과 대기업의 자본력을 앞세운 문어발 진출 등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락>은 빛을 잃어가는 토종 브랜드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그 이면을 들여다봤다.

사진=커피협회, 방송화면 일부 캡쳐

◆ 토종 커피 브랜드의 험난한 생존기…‘재기 노리는 카페베네’, ‘오너 리스크로 추락하는 탐앤탐스’

토종 커피브랜드 카페베네는 지난 11일 약 9개월 만에 기업회생절차를 종결했다.

2008년 설립돼 국내 커피열풍을 주도하며 4년 만에 전국에 800호점을 차린 카페베네는, 2013년 이후 신사업과 해외 투자 실패로 급격히 경영악화의 길을 걸었다.

카페베네가 하락 국면에 접어든 요인에는 내·외부적 요소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먼저 외부적으로는 세계 1위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를 신세계가 5대5 지분으로 국내에 들여오면서부터다.

스타벅스는 전세계적 인지도와 신세계의 자금력으로 직영점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스타벅스의 지난해 매출은 1조2635억원으로, 카페베네, 탐앤탐스 등 토종 커피브랜드의 연 매출 500~1000억보다 10배 이상이 많다. 작년 말 기준 전국에 1140개의 매장을 갖췄다.

그에 반해 카페베네는 가맹점 위주의 사업 구조로 가맹점을 무분별하게 늘리며 수익을 발생시키다 2013년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매장간 거리가 규제되면서 성장 속도가 급격하게 둔화됐다.

가맹점 위주 사업은 가맹점 관련 영업이 부진할 경우 동반 악화된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 시기의 법 개정과 임대료 상승의 악재가 겹쳐 버티지 못하는 가맹점이 생겨나면서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비슷한 시기인 2013년 신사업 및 해외 투자를 강행한 것도 또 하나의 경영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사업에 뛰어든 카페베네는 특히 중국에서 가맹점 600개를 넘기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으나 규모 확장에만 신경 썼던 나머지 내실을 다지지 못해 경영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파산했다. 현재 카페베네 상하이 투자관리유한공사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로 카페베네는 2017년 3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1000개가 넘던 매장 수는 지난해 534개로 대폭 감소했다. 이에 카페베네는 올 1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회생계획안을 토대로 투자자들을 설득해 9개월 만에 회생절차를 조기 종결하면서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 비교/사진=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홈페이지

또다른 토종 기업이자 김선권 전 대표와 함께 ‘1세대 커피왕’으로 불렸던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 역시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2001년 출발해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을 시작한 탐앤탐스는 국내외 가맹점 400개를 돌파하며 호재를 불렀지만, 국내 자리 잡은 해외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림과 동시에 커피점의 포화, 출점 제한 등 수익한계에 부딪히면서 2016년 27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4년 5.9%였던 폐점률은 갈수록 높아져 2016년엔 13.7%에 달했다. 그나마 지난해 46억원의 흑자(순이익)를 기록하며 반등의 기회를 잡았지만, 김도균 대표가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오너 리스크’에 빠졌다.

김 대표는 자신이 소유한 업체를 탐앤탐스 재료 공급 과정에 끼워 넣는 방법 등으로 회사 자금 5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우유 공급업체가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 10억여원, 빵 반죽을 공급하면서 받는 통행세 9억여원 등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과거 배임수재 혐의로 재판을 받을 당시 회사 직원에게 거짓 증언을 시키고, 추징금 35억여원을 회삿돈으로 낸 혐의도 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김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지난달 20일 불구속기소 한 상태다.

치열한 국내 커피 시장에서 가까스로 흑자 전환을 맞았던 탐앤탐스가 오너 리스크로 또다시 살얼음판을 걷게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 기업회생절차 밟는 ‘스킨푸드’, 가시밭길 걷는 국내 화장품 업계 목소리 대변

2004년 설립된 국내 대표 화장품 로드샵 ‘스킨푸드’는 경영전략 실패와 잇따른 해외사업 실패 등 악재가 겹쳐 결국 지난 8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 19일 서울회생법원 제3부로부터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 받았다.

국내 화장품 업체 순위 3위까지 달성했던 스킨푸드는 ‘노세일(No Sale)’ 정책과 단일 품목 전략 등 업계 트렌드와 다소 상이한 정책을 펼치다 실적이 급락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스킨푸드의 적자 국면으로 인해 지난해 부채총계만 434억1511만원을 기록했다. 총자본 55억5770만원과 비교할 때 부채비율은 781%다.

이와 맞물려 해외 시장 진출에서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 등 악재로 인해 적자를 면치 못했다. 스킨푸드 중국법인은 2015년부터 3년 연속 자본잠식 상태, 미국법인은 2016년부터 2년째 자본잠식 상태다. 결국 최근 기업 회생절차와 동시에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해외사업권 일부를 매각했다.

스킨푸드는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협력업체들에 납품 대금을 지불하지 않아 부동산도 가압류 당한 상황이다. 그 액수만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K기업은행에서 빌린 29억원 역시 당장 10월과 12월에 상환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맹점에 제품공급 역시 대부분 중단된 상태지만, 가맹점주들은 문의를 해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도 가맹점은 여전히 모집하는 본사의 행태에 비난을 가하고 있다.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 없이 숨기기 급급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위기설이 불거졌을 당시 <뉴스락>은 스킨푸드와 직접 통화를 통해 세부내용을 듣고자 했으나 스킨푸드는 홍보대행사를 통해 “가맹점 제품공급 중단은 사실이 아니며 협력사 대금지급 방안도 마련했다”고 짧게 답변했다. 구체적인 과정이나 내용은 듣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약 보름 만에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의심이 사실이 됨에 따라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져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스킨푸드의 회생절차 신청 과정이 국내 화장품 업계를 대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약 4~5년 전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너나할 것 없이 ‘K-뷰티’의 인기가 높은 중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지만 사드 여파로 모두 큰 손실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최근 한중 관계 일부 회복으로 교류가 재개됐음에도 화장품 업계의 크나큰 타격은 아직 회복세라고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킨푸드 같은 토종 1세대 로드숍들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현실”이라며 “내수 침체·해외사업 난항으로 실적 악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영실업, 손오공 홈페이지 및 방송화면 일부 캡쳐

◆ ‘아이들의 꿈’ 국내 토종 완구 양대산맥 ‘영실업’, ‘손오공’…줄줄이 해외자본에 인수

‘또봇’과 ‘콩순이’ 등 캐릭터 완구로 유명한 ‘영실업’이 3년 만에 또다시 해외자본에 인수된다. 최근 영실업 최대주주인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은 영국계 부티크 투자은행인 BDA파트너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잠재적 인수 후보 40여곳에 투자안내문(티저레터)을 발송했다. 거래 대상은 PAG가 보유한 영실업 지분 100%다.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PAG는 최소 5000억원의 매각대금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종 완구 브랜드로 시작한 영실업은 1980년 김상희 전 대표가 설립했다 IMF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 후 2008년 재창업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부터 참여해 캐릭터 제품을 사전에 제조하는 전략이 통해 실적 상승을 맞게 됐고, 2012년 홍콩계 사모펀드(PEF) 헤드랜드캐피털에 약 600억원을 받고 회사를 넘겼다. 이후 헤드랜드캐피털은 2015년 4월 PAG에 2200억원을 받고 영실업을 팔아넘겼다.

이미 6년 전부터 해외자본이 인수한 상태였지만 이번 M&A는 홍콩계 즉, 아시아권이 아닌 영국계 자본이 지분 100%를 보유할 것으로 보여 국내 완구 시장에서 다른 행보를 걷게 될 수도 있다는 분석과 동시에, 유독 인수 직후의 실적은 하락세를 보였던 전례가 우려 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영실업은 2015년 PAG로 인수된 뒤 주력제품 ‘또봇’이 경쟁회사 손오공의 ‘터닝메카드’, 일본 반다이의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 등에 밀리며 실적 부진에 빠졌다. 인수 직전인 2014년 1117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2015년 771억원으로 떨어졌다.

이후 2016년 초 남아용 팽이 장난감 ‘베이블레이드 버스트’를 출시해 지난해 최대 실적을 냈지만, 이번 M&A로 그룹의 성향이 어느 정도 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영실업이 국내 완구 시장에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터닝메카드’, ‘헬로카봇’ 등 인기 완구로 유명한 토종 완구 브랜드 ‘손오공’은 지난 2016년 바비인형을 만드는 글로벌 완구기업 ‘마텔’에 최대주주 자리를 넘겼다. 최신규 회장이 보유한 지분 262만주 가량을 140억원에 매도한 것. 마텔은 최 회장이 갖고 있던 손오공 주식 16.93% 가운데 11.99%를 인수해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4.94% 지분의 최 회장은 2대 주주인 상태다.

지분 매도 당시 최 회장은 “이번 제휴로 마텔은 아시아 시장 확장의 교두보를 확보했고, 손오공은 마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손오공 상품의 해외 수출을 늘릴 발판을 마련했다”고 매도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영실업에 이어 국내 토종 완구 브랜드 양대산맥이 모두 해외자본에 잠식됐다는 평가와 동시에 최근 손오공의 국내 완구 점유율마저 흔들리면서 내실을 좀 더 다졌어야 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손오공은 주력제품 ‘터닝메카드’의 인기가 주춤하면서 지난해 119억원의 영업손실과 12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적자 전환됐다.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두 번째 메카드 시리즈인 ‘공룡메카드’를 선보였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손오공은 2억원의 누적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30억원에 이르렀던 자본총계도 2년 만에 19억원으로 감소해 재무 위험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토종 완구 브랜드의 실종은 완구 시장 자체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구 시장을 자본력을 앞세운 해외자본이 지배할 경우 해외사업체의 결정에 따라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완구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다”며 “나아가 완구 시장 자체의 안정성마저 무너질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 ‘유통공룡’ 대기업·해외자본 속 고전하는 중소기업, 정부·기업·소비자 상생 위한 자각 필요

이처럼 국내 유통시장에서 점차 토종 브랜드가 모습을 감추는 모습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해외자본의 국내 잠식 등 유통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해외자본이 커질 경우 국내 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함과 동시에 피해가 고스란히 국내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초기부터 막대한 자본력을 투입해 급성장시키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자본력에 있어 한계에 부딪힌다”면서 “우여곡절 끝에 성장하더라도 대기업 또는 해외자본이 이를 잠식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이어 “현재 산업구조 자체가 이러한 상황에서 어느 한 구성원만 노력한다고 구조가 깨지지는 않는다”면서 “정부에서는 시장균형을 위한 제도를 활성화하고, 기업들은 투명한 제조 및 경영으로 공정한 경쟁을, 소비자는 무조건 명품·대기업 제품만을 쫓는 것이 아닌 현명한 소비행태를 보이는 등 전 구성원의 자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총괄과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정부 시각의 입장을 밝혔다. 관계자는 “유통업계 전반의 위기인 것은 맞지만 요식업계, 화장품 업계 등 업종별로도 하락 국면의 사유가 각자 다르고 여러 이유가 복합돼 있어 단면적으로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정권 들어 유통시장 상생 정책 등 많은 제도가 실행되고 있고 발의안도 많이 제출된 상태인데, 자유시장경제 속 정부가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간 양보를 통해 상생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관계기관 및 부처에서는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 및 보완, 가맹점과 본사간 상생협약 권고 및 혜택제공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불공정거래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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