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관대함과 자비를 뜻하는 리니언시(Leniency;자진신고자 제재 감면)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로 20년을 넘었다. 지난 1997년 첫 도입된 이 제도는 담합 사건 등을 단속하기 위해 등장했다. 초창기만해도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자는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감경 또는 면제해줄 수 있다’는 단순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사례가 늘고 사건 자체도 복잡해지면서 현재는 2순위 신고자 과징금 50% 감경과 1순위 신고자 고발 면제 등으로 혜택이 강력해졌다. 적발이 어려운 사건에 적합한 제도로 인식돼 부동산 실거래가 단속에 이용되고 있으며 일명 ‘사무장병원’ 단속에도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리니언시 제도를 이용해 담합 주도자가 제재를 감경받아 단순 가담자만 ‘뒤통수’를 맞는 부작용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뉴스락>이 리니언시 제도에 대한 명과 암을 3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 "상습 부정당업체 제재 등 대책마련 시급"

담합 규제·제재는 공정위의 오래된 숙제다. 감경요건이 많고 자의적인 판단이 가능하다는 게 대표적인 지적이다.

올 초 감사원이 발표한 ‘공정거래 조사업무 등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서는 총 15건의 위법ㆍ부당사항 및 제도개선 사항이 적발됐다.

감사원은 공정위가 고발 기준점수가 넘었음에도 임의사유를 적용해 법인ㆍ개인을 고발하지 않는 등 고발 여부를 불합리하게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감사 결과 공정위는 2014년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과징금을 부과한 담합사건 148건(673개 업체) 가운데 40.5%인 60건(163개 업체)은 고발 지침상 기준점수를 넘었는데도 임의적인 사유 등을 이유로 고발하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한 건설사는 이 기간 동안 총 16차례에 걸쳐 입찰담합으로 적발됐지만 ‘조사에 협조적이고 수사권 발동이 필요없다’는 이유로 고발이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

공정위는 또 입찰 담합이 적발되더라도 대상 회사의 재무 사정이 좋지 않으면 과징금을 깎아준다. 입찰담합 과징금은 해당 매출의 10분의 1로 제한돼 있지만 이마저도 감면시켜준다는 얘기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는 2010년부터 5년간 담합에 적발되고도 기업회생 절차 등을 사유로 과징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기업이 43개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로 인해 담합에 여러차례 적발되는 상습범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곳은 효성이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효성이 조달청으로부터 입찰참가제한을 받고 있는 기간에 한전으로부터 776억원(102건)의 계약을 수주했다고 지적했다.

효성은 2014년 조달청이 발주한 인조잔디 입찰에서 담합행위가 적발되어 공정위로부터 검찰에 고발을 당했다. 이에 조달청으로부터 2015년 3월 11일부터 2017년 3월 10일까지 2년간 부정당업자로 입찰참가제한을 받았다.

그러나 효성은 가처분소송을 제기해서 2015년 8월6일부터 입찰참가제한 조치를 면제 받았으나 가처분 효력이 발생하기 전인 2015년 3월 11일부터 8월5일까지 약 5개월간 입찰제한을 받았다.

효성은 올해 2월에도 LS산전과 담합해 한국수력원자력이 발주한 원전설비 구매입찰에서 부당하게 낙찰받은 것으로 드러나 고발됐다.

김병관 의원은 “단독 공급자라는 이유로 입찰참가제한 조치를 면제받는 예외조항 때문에 일부 업체들이 상습적으로 담합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최근 5년간 입찰제한 제제를 받은 일부 협력업체들과 2조원이 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김정재 의원은 “한전KPS와 두산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25개 업체는 법원에 입찰참가제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 최종 판결까지 6개월~1년간 제재 효력이 정지되는 것을 이용해 총 2조1천555억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김정재 의원은 “부정행위로 입찰 참가제한을 받고도 법을 악용해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공정한 입찰과 경쟁을 위해 상습 부정당업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공정위, 공정거래법 대수술..."공정거래 확립 필요"

이에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대한 대수술을 추진한다.

‘신군부’ 시절인 1980년 제정돼 38년이나 지난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지난 16일 1차 회의를 열어 경쟁·기업집단·절차법제 분야 논의과제 17개를 선정했다.

이중 담합과 관련된 것은 ‘알고리즘’ 담합이다.

항공권 예약이나 온라인 쇼핑몰의 실시간 최적 가격 설정 등 사업자가 동일한 가격책정 알고리즘을 사용하거나 알고리즘을 경쟁사와 유사하게 책정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에 대한 담합여부 판단기준을 경쟁법에 담는다.

우버의 경우 법원이 “묵시적인 담합이 있었다”며 유죄를 인정했지만 통상 알고리즘 담합은 사업자 간 합의가 없어 현행법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했다.

또 행정소송과정에서 성실협조의무 위반 시 리니언시 혜택을 박탈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리니언시를 이용해 제재를 감경받고도 법원에 과징금 취소소송을 내는 이중적인 행태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에 공정위는 담합 분야에서도 집단소송제를 도입한다. 또 손해배상소송에서 피해자의 증거확보를 돕기 위해 법원의 자료제출 요구시 기업의 자료제출의무를 부여한다.

기업은 영업비밀이라 하더라도 침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반드시 필요한 때에는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 19일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대기업 중심의 낙수효과에 의존한 기존 성장모델의 한계 봉착, 저성장.양극화 현상 고착, 재벌 갑질 근절 등 공정경제 확립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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