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강조했다. 사진=청와대

[뉴스락] 국민연금이 지난 1일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올해도 재벌개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공정경제추진전략 회의에서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투자규모는 국내 증시 투자자 중 1위다. 지난해 9월 기준 국민연금의 투자금액은 124조원 가량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 기준이 되는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회사는 300곳이다.

이러한 지분구조와 정부의 여전한 재벌개혁 기조에 재계에서는 비상이 걸린 모양새다. 재계를 넘어 야권에서도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삼성전자 서초 사옥,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대한항공 공항동 본사, 포스코 서울 사무소. 사진=서종규 기자

◇재계 기업 지분 다수 보유…‘주주가치 훼손’, ‘오너리스크’ 제동

현재 국민연금은 삼성전자(8.97%)를 비롯해 현대차(8.7%), SK하이닉스(9.1%) 등 재계 순위 상위에 랭크된 기업과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또한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포스코·KT(12.19%), 풍산(13.55%), 신세계(13.49%), 대림산업(13.25%), 대한항공(11.56%), KT&G(10%), 네이버(10%) 등이 있다. 이중 포스코, KT, KT&G, 네이버는 국민연금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은 대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면서도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에도 합병 비율과 관련해 반대와 뒷말이 무성했지만 국민연금은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지 않았다.

이에 지난해부터 국민연금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비롯해 박병대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 대우건설 이사 보수한도액 등에서 반대표를 던지며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한편, 국민연금은 ‘법령 위반 등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사안’을 스튜어드십코드 적용 기준으로 제시했다.

오너리스크를 비롯 각종 범법행위로 주가를 훼손한 기업들에 대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단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는 대통령이 강조한 내용과도 일치한다.

◇과도한 기업 옥죄기…野 “연금, 정권의 집사 노릇 될 수 있다”

정재계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첫 적용 사례가 과도한 기업 옥죄기의 신호탄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재계에서 볼멘소리가 적잖다. 과거 국민연금의 개입이 다소 적었던 만큼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성토다.

아울러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만나 고용안정과 혁신을 강조했지만 결국 재벌에 대한 압박의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재계의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서 오는 불안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면서도 "재계 대주주의 인식 또한 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지난달 문 대통령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 관련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공적연금의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는 정권의 집사 노릇이 될 수 있다”며 “국민연금의 독립성 보장도 없이 갑자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꺼낸 것 자체가 정권의 집사 노릇 가능성을 크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업의 잘못을 바로잡는게 아니라 기업을 때려잡을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채이배 바른미대랑 의원은 “대통령의 입에서 재벌개혁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국민연금이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독립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주주권 행사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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