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지음|(주)민음사 펴냄|115x205|반양장|292쪽|2019년 2월 28일|값 12,000원ISBN 978-89-374-3969-8(03810)

[뉴스락] 한때의 갈망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는 당신의 외계였을까.”

만일 당신이 한때는 유일했지만 지금은 희미해진 꿈과 사랑에 괴로워하고 있다면, 이 소설집이 상실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태도를 일러 줄 것이다. 

수록된 여덟 편의 작품에는 킬러, 열쇠공, 연주자, 드라이버 등 일정한 대상에 몰두해야 하는 ‘기능인’이 등장한다. 킬러가 라이플을 통해 대상을 조준하고 열쇠공이 열쇠 표면의 섬세한 홈들을 살피듯이, 이들은 무심코 흘러가 버린 시간을 독자 앞에 낱낱이 펼쳐 보인다. 그들의 태도는 집요하지만 결코 절박하지 않다. 

잃어버린 마음과 대상 들을 되찾겠다는 각오 없이 그저 흐르는 시간 속의 모든 순간을 포착하여 기록하는데 집중한다. 

『여우의 빛』이 보여주는 집요한 관조의 태도는 상실 이후에도 삶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계속되는 삶 속에서 생생하게 감각할 것들이 이토록 많이 남아 있음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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