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유력후보 애경그룹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안용찬 전 제주항공 부회장이 컴백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매각주간사 크레디트스위스(CS) 증권은 지난 3일 오후 2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예비입찰을 마감했다.

총 매각대금 약 2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역대급’ M&A 매물에 애경그룹, KCGI(강성부 펀드),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등이 뛰어들었다. 이중 애경그룹은 초지일관 적극적으로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

애경그룹은 이미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1위인 제주항공을 보유하고 있다. 통매각으로 진행되는 이번 인수전에서 애경은 아시아나와 함께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3개 항공사를 가져옴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다만 막대한 인수자금이 걸림돌이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0%, 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인데, 구주 인수대금은 약 4500억원으로 신주 발행액·경영 프리미엄까지 붙으면 인수대금만 1조원이 넘는다.

향후 투자금액과 KDB산업은행(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투자한 5000억원 등까지 감안하면 총 인수자금은 약 2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재계순위 58위이자 자산총액 5조원 돌파로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은 애경그룹에게 큰 부담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애경그룹이 단독 입찰이 아닌 재무적투자자(FI)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아울러 기존 보유하고 있던 제주항공보다 몸집이 큰 국내 전체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높은 부채 해소 등 중대한 해결과제가 많아 국내 항공기업 전문가 중에서도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최근 재계 일각에선 지난해 사퇴한 안용찬 전 제주항공 부회장의 ‘컴백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애경 제공.
사진=애경 및 아시아나항공 제공.

◆ ‘토사구팽’인 줄 알았던 애경 사위 안용찬 전 부회장, 아시아나로 '금의환향'? 

시간을 9개월 전으로 돌려 지난해 12월, 안용찬 전 제주항공 부회장은 당초 예정돼 있던 2021년 3월까지의 임기를 앞두고 돌연 사의를 표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사위이자 전 애경산업 대표까지 맡았던 안 전 부회장은 회사 출범 초기부터 오너 일가와 동고동락해왔다.

특히 제주항공을 LCC업계 1위, 국내 3위 항공사 규모로 키우고 단일 기종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항공기 구입 계약을 보잉사와 체결하는 등 호실적을 이어온 안 전 부회장이었기에 갑작스런 사퇴가 더욱 의문이었다.

업계에선 당시 안 전 부회장이 애경그룹의 오너 일가 경영 승계로 인해 용퇴를 결정한 것이며, 나아가 ‘토사구팽’을 당한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실제로 안 전 부회장은 23년간 애경그룹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을 맡아오면서도 지주사 AK홀딩스의 지분이 없었다. 자신이 키운 제주항공 주식조차 15만6000주(0.59%)만 보유해 경영 승계에서 사실상 배제돼 왔다.

당시 시점으로 준대기업집단 지정(올해 5월 지정)을 앞둔 애경그룹이 장남 채형석 애경산업 총괄부회장, 차남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 삼남 채승석 애경개발 사장, 장녀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안용찬 전 부회장의 부인)으로 줄기를 나눠 경영 승계·지배구조 개편 등 작업에 착수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소위 ‘바깥 손님’ 안 전 부회장이 밀려났다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앞서 안 전 부회장에 대한 장 회장의 조치가 미래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성공시 사장직을 염두한 ‘큰 그림’이었다는 분석과 함께 항공업계 베테랑인 그가 복귀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이달 말까지 쇼트리스트 를 추린 후 11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올 연말까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애경그룹은 현재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방법 모색에 집중한 상태다. 그러나 실제로 인수에 성공했을 때 중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사장직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유력하게 거론된 후보가 없다.

현재 제주항공을 맡고 있는 이석주 사장이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으나, M&A 시장 역대급 매물과 더불어 그룹 사상 최대 이슈로 불리는 아시아나항공의 대표직을 오너 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기엔 재계 잔다르크로 불리는 장영신 회장으로서는 마음이 놓이지 않을 수 있다.

오너 일가를 포함한 애경그룹 내에서도 항공업계 내 풍부한 경험을 가진 대표는 안 전 부회장 밖에 없다. 장 회장 일가의 사람이지만 지분 문제 역시 없다. 때문에 향후 애경 산하 아시아나항공 출범 때 안 전 부회장이 전격 복귀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장 회장 입장에선 그래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식구인 안 전 부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을 맡기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면서 “만약 인수에 성공하게 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그룹 항공계열사 최상위에 놓고 그 밑에 제주항공을 두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관계자는 "이는 어디까지나 애경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했을 때의 전망"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가습기 살균제 논란, 눈앞의 적임자 두고 고민하는 애경

하지만 제주항공 호실적으로 능력을 이미 증명해보인 안 전 부회장에게도 엄연히 리스크가 존재한다.

안 전 부회장은 제주항공에 앞서 애경산업 대표를 맡은 바 있다. 그가 애경산업 대표를 맡았던 시점에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두고 검찰은 8개월간의 재수사 끝에 지난 7월 수사를 마무리한 뒤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이로 인해 안 전 부회장은 홍지호 SK케미칼 대표 등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안 전 부회장과 애경산업 전직 임원, 홍지호 SK케미칼 대표 등 관계자 7명을 대상으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들은 각각 제조자(SK케미칼)와 판매자(애경산업) 입장으로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C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와 MIT(메칠이소티아졸리논)의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수백 명의 인명피해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안 전 부회장 측은 재판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판매·유통했을 뿐인데 검찰이 제조자와 판매자를 모두 과실범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하는 것은 법리적 문제가 있다”며 “애경 제품이 폐질환 발생과 인과관계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알려진 뒤 약 8년 만에 처음으로 청문회가 열리고, 검찰 수사 과정에서 기업들의 조직적인 증거인멸과 은닉 행위, 피해자 사찰 등 혐의가 추가로 대거 발견됨에 따라 안 전 부회장 입장에선 쉽지 않은 재판이 될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애경그룹 차원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논란은 국민적 이슈인 만큼, 이 문제로 재판이 진행 중인 안 전 부회장을 복귀시켰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론의 강한 비판과 향후 경영진 리스크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성공으로 마무리해 국내 최대 규모의 항공사로 거듭나고자 하는 애경그룹에게 안 전 부회장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면서 “다만 안 전 부회장이 가습기 살균제 논란으로 직접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애경그룹은 유력 카드를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쉽게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안 전 부회장의 복귀 이슈와 관련해 애경그룹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예비입찰 단계에서 대금마련방안이나 추후 인사 등 방향성에 대해선 비공개라 말씀드릴 수가 없다”면서도 제주항공과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