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2019년 하반기 M&A시장의 최대어로 손꼽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막오른 가운데 HDC그룹(회장 정몽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호텔사업부문의 면세점 사업과 리조트 사업 그리고 항공업 간의 시너지를 발생시켜 ‘레저 체인벨트’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매각주간사 크레디트스위스(CS) 증권은 지난 3일 오후 2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예비입찰을 마감했다.

총 매각대금 약 2조원으로 예상되고 있는 ‘역대급’ M&A 매물에 애경그룹, KCGI(강성부 펀드), 미래에셋대우,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예비입찰 했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0%, 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구주 인수대금은 약 4500억원이며 여기에 신주 발행액과 경영 프리미엄까지 붙으면 인수대금만 1조원이 넘는다.

향후 투자금액과 KDB산업은행(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투자한 5000억원 등까지 감안하면 총 인수자금은 약 2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입찰 후보 중 재계 순위 33위의 HDC현대산업개발은 자산총액 10조6000억원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해 있으며, 특히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조성해 이번 후보군 중에서도 가장 탄탄한 자본력을 갖춰 유력후보로 평가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단순히 항공업을 영위하기 위한 것뿐만 아닌 최근 확장하고 있는 리조트 사업과 면세점 사업 3자간의 시너지를 발생시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진=현대산업개발 제공.
사진=현대산업개발 제공.

◆ ‘항공업은 처음이라’, 면세점-리조트 사업과 시너지 노린다

HDC그룹의 주력 계열사에 해당하는 종합건설업체 HDC현대산업개발은 호텔사업부문을 영위하는 호텔HDC와, PCE사업부문을 영위하는 HDC현대PCE를 인적분할 형태의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 시기부터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사업 다각화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고 있다.

이미 지난 2015년부터 호텔신라와 50대50의 비율로 용산에 HDC신라면세점(합작법인)을 설립해 면세점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오랜 기간 공들여온 리조트 사업 역시 항공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HDC는 지난 2017년 계열사 아이서비스를 통해 금호리조트가 보유하고 있던 충남 아산에 위치한 금호산업 소유의 ‘아산스파비스’를 400억원대에 인수하는 데 이어, 올해는 한솔오크밸리를 전격 인수해 HDC리조트로 탈바꿈하는 등 꾸준히 레저 사업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까지 업계에선 HDC의 이러한 움직임들이 단순히 호텔·리조트사업 범위 확장의 일환으로 만 여겨왔다.

그러나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깜짝 등장하면서 호텔·리조트사업과 면세점업, 나아가 항공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본격적으로 하늘길을 열겠다는 시도에 업계 모두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면세점 사업은 안정적인 국면에 접어들어 준비가 돼 있다. 용산 HDC신라면세점은 개점 2년 만인 2017년부터 흑자로 전환했으며 지난해 판매액 1조878억원, 매출은 6516억원을 기록했다.

이미 수도권 중심부인 서울 용산에 안정된 면세점을 보유하고 있는 HDC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될 경우 공항 내 입점까지 용이하게 돼, 최적의 입지로 면세점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호텔·리조트사업 역시 순항 중이다. 아산스파비스와 오크밸리를 인수한 데 이어, 호텔HDC는 9월 중 글로벌 그룹 하얏트의 럭셔리 브랜드 ‘안다즈 서울 강남’을 압구정동에 위탁운영 형태로 오픈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부터 면세점업을 이어오던 정몽규 회장에게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물은 최적의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의 한 수”라며 “높은 부채비율을 해소하고 신사업이라는 초행길에 대한 리스크만 줄인다면 정몽규 회장의 큰 그림이 제대로 통할 수 있는 매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아직 예비입찰 단계이기 때문에 정해진 바 없어 현 시점에서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으며, 입찰 준비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 ‘초대형 빚덩이’ 아시아나, 주력사업 주택시장 침체까지 더해 자칫 '승자의 저주' 우려 목소리도

하지만 정몽규 회장의 거침없는 레저 사업 확장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는 적잖다.

HDC그룹 자체가 항공업을 처음 해보는데다가, 그 대상이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는 소위 ‘빚 덩어리’인 아시아나항공이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2분기 기준 현금성자산 1조6000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부채비율도 114.6%로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상태는 다르다. 예상되는 총 인수대금 약 2조원과 더불어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 7조원, 부채비율 658.5%라는 높은 빚을 해소해야 한다. HDC그룹이 재무상태가 안정적인 대기업에 속하면서도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주택시장이 침체 상태인 부분도 그룹의 주요 수익원 역할을 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의 도전에 발목을 잡는 요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7월 공시를 통해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4491억원, 영업이익 1957억원, 당기순이익 150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통 아이파크 캐슬 1단지, 청주가경 아이파크 1단지 등 굵직한 단지 준공에 힘입어 매출이 전기 대비 64.5% 상승했다.

영업이익률도 13.5%로 전기 11.5%보다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도 전기(855억원) 대비 76%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가 하반기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이미 침체 상태에 있는 주택시장이 더욱 수축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캐시카우인 주택사업 역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

주력사업이 흔들리는 이같은 시점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다소 모험적인 시도를 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사업 침체 때문에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올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업황이 불황인 상황에서 본업보다 규모가 큰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우려된다”면서 “HDC그룹 자체가 항공과 관련된 계열사가 없고, 오너 일가 및 전문경영인 중에서도 항공 관련 전문가가 없어 적임자가 아직까지 거론되지 않고 있는 부분도 부정적 여론에 힘을 더한다”고 말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인수전 참여는 기존 HDC의 사업 다각화 방향성과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운송업 특성상 실적 변동성이 높을뿐더러, 개발 사업과의 연관성도 적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주택사업 전망이 어두워져 사업 다각화가 필요한 시점이기는 하나, 사회간접자본(SOC) 민간투자 사업, 리츠, 물류센터 등 부동산 관련 투자기회가 아직 풍부하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이 HDC신라면세점과 사업 시너지가 있을 수 있으나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부채, 불안정한 현금흐름(FCF) 등을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불안감을 대변하듯 9일 오전 11시 52분 기준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직전일(6일) 대비 –0.16% 하락한 3만2150원을 기록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에 참여한 지난 3일, 전날보다 9.43% 하락한 뒤 꾸준히 하락세를 잇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