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희대의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전화방 여성과 출장마사지사를 범행대상으로 삼으면서 윤락녀와 보도방에 사회적 관심이 쏠린 적이 있다. 당시 매스컴은 연일 보도방의 불법실태를 다뤘다. 결국 경찰은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되지 않은 불법 보도방 집중단속계획을 발표했다. 보도방이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후폭풍을 맞게 된 것이다. 그 뒤 보도방은 모두 종적을 감춘 듯 했다. 하지만 완전히 없어진 게 아니었다. 보도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줄자 다시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진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지금의 보도방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을까. 

“보도방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단속하나. 내가 보기엔 제대로 된 보도방 에 다녔으면 그런 일을 당하지도 않는다. 한 푼 더 벌려고 전화발이(전화로 매매춘을 연결시켜주는 행위)만 해주는 곳에서 일했으니까 불상사가 일어난 것이다.”

룸살롱 웨이터를 거쳐 카페 등을 운영했다는 김성호(41·가명)씨가 긴 한숨을 내뱉으며 한 말이다.

그가 보도방을 운영한 지는 올해로 6년째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원래 보도방은 유흥업소 부담을 덜기 위해 자연적으로 생겨난 곳이다. 단란주점,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이나 손님들 수가 일정치 않아 아가씨가 부족할 경우 그때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보조 장치가 있어야 한다. 보도방은 이럴 때 아가씨를 대어주는 곳을 말한다. 그렇다고 보도방이 유흥업소에 아가씨만 대어주는 건 아니다. 성을 파는 곳도 있다. 매춘업을 한다는 얘기다.

보도방 아가씨들 개인영업 ‘대박’

김씨는 “지금은 보도방이 예전과 많이 다르다. 도우미, 출장마사지, 전화방, 룸살롱 등 이일 저일 닥치는 대로 다 한다고 보면 된다. 사실 보도방의 성격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전화방이 등장하면서부터다”라며 “유흥가나 나와야 몸을 팔 수 있던 애들이 전화방에서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전화 통화나 해주는 알바(아르바이트)를 하고 ‘2차’까지 유혹해 돈을 벌고 그런 식이었다”라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무엇보다 전통적인 보도방에 결정적 타격을 준 것은 출장마사지의 등장이다.

이때를 이용, 급부상한 게 증기탕서비스를 접목시킨 안마시술소. 하지만 이런 곳을 들락거리길 꺼리는 남성과 유흥업소의 ‘2차’ 문화에 익숙한 남성들에겐 아무래도 불편함이 있었다. 이 틈새를 파고 든 게 바로 출장마사지다. 출장마사지가 대박이 나면서 유흥업소 보도방은 대거 출장마사지 보도방으로 바뀌거나 겸업을 하는 곳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김씨의 소개로 다른 아가씨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도 들어 봤다. 두 여성에게 ‘남자들을 상대하기 무섭지 않느냐’고 슬쩍 물었다. 

그러자 한 여성이 “무섭다고 굶어 죽을 순 없지 않나. 여기 오빠가 다 알아서 해주니까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번엔 수입에 대해 물었다. 또 다른 한 아가씨는 “이 일은 정말 자기하기 나름이다. 잠 좀 덜 자고 부지런히 뛰면 많이 벌고 남들보다 한 번 두 번 쉬면 그만큼 못 번다”면서 “이 일하는 아가씨들 대부분은 악착같이 뛰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보도방 사무실엔 의외로 아가씨들이 없다. 한 명이 있긴 하나 그 아가씨는 사무경리일 뿐 보도방 업무와는 관계없었다.

김씨는 “보도방 하면 대기하는 아가씨들이 북적일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다들 집이나 다른 곳에서 대기하다 콜이 떨어지면 바로 그곳으로 달려간다. 우리도 그곳에 가서 기다렸다 일이 끝나면 집으로 다시 데려다준다. 이런 시스템이다 보니 별로 사고 날 일이 없다”고 말했다.

"몸 팔아야 먹고사는 여자 많다”

사무실 두 곳에서 김씨가 관리하는 여성은 80명 정도. 출장마사지에 등록한 여성이 50명쯤 되고 유흥업소에서 뛰는 여성들이 30명 선이다. 하지만 간혹 아르바이트 삼아 나오는 여성들이 많아 실제론 이중 절반쯤만 일이 돌아간다.

왜 보도방을 운영할까 궁금했다.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배운 거 없고 돈 없는 사람들이 솔직히 가장 하기 쉬운 게 보도방이다”. 전화, 인터넷, 자동차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그는 “유흥가 보도방은 업소를 뚫어야 하므로 마케팅능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출장마사지는 명함만 인쇄해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에게 뿌리는 일만 맡기면 끝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아가씨들은 왜 이일을 할까. 김씨는 “나도 이 일을 하면서 손쉽게 몸을 파는 여자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하지만 처녀는 카드빚에, 이혼녀는 생활고에 다 그만한 사연들이 있다. 물론 쉽게 돈을 벌어 쉽게 쓰려는 여성들도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여성들은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한다. 남자도 못 배우고 기술이 없으면 먹고살기 힘들듯 여자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 만해도 보도방에서 여성을 모집하기 위해 주로 광고했던 곳은 생활신문.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으로 대부분 해결한다. D포털사이트의 인터넷카페를 검색하자 보도방 실장들 모임부터 시작해 노래방 도우미 모집까지 20여 개가 넘는다. 

쉽지 않은 보도방 운영

전화번호와 이메일까지 공개하며 여성을 끌어 모으고 있는 한 보도방 카페의 홍보문구는 달콤한 유혹 그 자체다.

‘돈 급하신 언니들 당일 결제. 20~35세 주부, 직장인, 학생, 아르바이트 당연히 초보도 가능, 경력자면 OK. 하루에 보통 일하는 시간은 4~7시간+@. 출·퇴근, 휴무 자유. 혼자라도 걱정 마시고 언제든지 오세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늘 일할 수 있음.’

사무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김씨 말에 따르면 보도방은 여성의 수입중 약 20%를 알선 및 관리명목으로 챙긴다. 김씨는 2교대로 출장마사지 전화를 받는 아가씨 2명과 여성들 운전과 안전을 책임지는 남자직원 3명 등을 쓰고 있다고 했다.

차가 없는 여성은 귀가까지 신경 써야 되므로 수수료를 약간 더 받기도 한단다.

그러나 김씨 설명에 따르면 아가씨들은 수입이 많지만 업주는 손에 쥐는 돈이 빠듯하단다. 김씨는 “전엔 출장마사지도 안마 좀 적당히 해주고 13만~15만원씩 받았다. 그런데 요즘엔 아예 안마를 빼고 8만원에 성매매만 한다”면서 “계산해보면 우린 2만원도 못 먹는다. 룸을 뛰는 애들이 좀 낫긴 한데 봉사료하고 ‘2차’까지 30만원이라고 치면 6만원쯤 먹는다. 하지만 여기서 콜해준 마담하고 웨이터들 좀 챙겨 주면 남는 게 없다. 게다가 사무실유지비에 인건비, 자동차유지비까지 합치면 적자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와 대화를 나누는 중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처럼 보이는 여성 한 명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김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 여성은 출장마사지를 한지 8개월 됐다는 이혼녀였다.

이 여성은 “변태성욕자와 폭행이 가장 두렵다”며 일하는데 따르는 고충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 여성은 “휴대폰 단축번호 1번은 무조건 오빠번호다. 15분쯤 되면 확인전화도 밖에서 꼭 해준다”며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많은 일이 벌어진다. 숙박업소는 그래도 괜찮은데 오피스텔 같은데 들어간 뒤 손님이 문을 잠그면 그 순간이 제일 두렵다. 한 번은 섹스를 하는데 가슴을 다 쥐어 뜯어놔서 울면서 나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나도 남자지만 열 받게 하는 놈들 많다. 폭행 같은 경우는 우리가 들어가서 겁이라도 주거나 약값을 타내기도 하지만 매매춘이 불법이니까 그걸 꼬투리 잡아서 경찰서 가서 해결하자는 이들도 많다” 며 여성의 말을 거들었다.

[미니인터뷰] 업주와 아가씨는 ‘공생관계’

-보도방에 대한 이미지가 나쁜데. 
▲ 예전처럼 아가씨들을 착취하고 때리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지금은 업주와 아가씨 관계가 철저히 수평구조다. 말하자면 공생관계인 셈이다. 우리는 일을 만들어 주고 출·퇴근과 잡일을 도운 만큼 아가씨들은 적당한 수수료를 내는 것이다.

-보도방에서 일하려는 아가씨들이 느는 이유는?
▲ 보도방은 인신매매시절의 직업소개소와 다르다. 창녀촌에 발을 담그면 인생이 그대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도방은 다르다. 어떤 면에선 정말 곤란한 위기에 빠진 여성들에게 수입원이 돼 주는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수입을 이어가면서 다른 길을 찾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 보도방 집중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 보도방을 성매매의 근원으로 본다면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보도방이 없다고 출장마사지나 매춘이 줄거나 사라지는 건 아니다. 보도방이 없다면 매춘관련 범죄는 더 많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런 업종들을 공식적으로 하게 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경찰의 실적 채우기에 희생양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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