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클린수주·정도경영'을 슬로건으로 내건 GS건설에게 대한 동종업계의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앞서 2017년 당시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클린수주·정도경영’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대외적으로 선포했다. GS건설이 뛰어든 대규모 재건축 수주전에서는 자체 신고센터를 운영해 경쟁사의 금품·향응 제공 정황을 포착하고 사정당국에 신고까지 했다.

그로부터 3여년이 흘렀다. 과연 GS건설은 이로 인한 이미지 쇄신 등 간접효과가 있었을까.

실제 결과로만 본다면 GS건설은 2018년 사상 첫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GS건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한남3구역 재건축 사업에서 각종 불법행위가 포착되는 등 대규모 수주전에서 각종 비위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왼쪽), 허윤홍 GS건설 사장(오른쪽). 사진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조감도. 서울시 제공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왼쪽), 허윤홍 GS건설 사장(오른쪽). 사진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조감도. 서울시 제공

◆ 숱한 수주·입찰 불법행위 논란, 칼 빼든 임병용 부회장

GS건설은 앞서도 여러 수주·입찰경쟁에서 각종 불법행위로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단순한 의혹에서부터 사정당국의 수사를 통해 적발된 사례까지 다양했다. 

2003년 GS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바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선, GS건설 소속 김모 상무가 설계업체 A사로부터 일감을 따도록 조합 집행부에 힘쓰겠다며 1억원 가량의 뒷돈을 받았다가 2018년 초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황현덕)로부터 구속됐다.

2006년 시공사 선정이 이뤄진 4300세대 규모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가재울4구역 재개발 사업에선 뇌물공여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에 따르면, GS건설은 8000억원 규모의 이 구역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조합 측인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정비업자) 박모씨에게 50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았다.

2011년 경찰이 최초 수사에 돌입했으나 당시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고 검찰에 넘기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2018년 4월부터 재수사가 진행됐다.

불법행위는 관급공사에서도 있었다. 2014년 GS건설은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한 ‘낙동강하굿둑 배수문 증설공사’ 입찰에서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과 함께 담합했던 사실이 드러나 34억4500만원(GS건설 해당)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같은 해 자사가 직접 발주한 인터컨티넨탈호텔 증축 및 파르나스타워 신축 1차 통신공사 지명경쟁 입찰과, 2015년 7월 발주한 파르나스타워 신축 2차 통신공사 지명경쟁 입찰에서 계열사 GS네오텍이 낙찰 받을 수 있도록 담합을 주도해 2018년 10월 공정위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각종 수주 및 입찰경쟁에서 불법행위가 이어지자, 당시 임병용 사장(現 부회장)은 칼을 빼들었다.

◆ ‘클린수주·정도경영’ 선포, 매출↑·브랜드 1위 등 긍정효과

2017년 9월 임병용 당시 사장은 과열된 도시정비사업의 질서 회복을 위해 ‘클린 선언문’을 발표하고, ‘클린수주·정도경영’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클린 선언문에는 ▲단돈 5000원의 사소한 식사나 선물 제공 금지 ▲호텔 등 비용이 순수한 홍보목적에 맞지 않는 과다한 장소 금지 ▲과도한 방문·전화 금지 ▲사회적 상식에 반하는 마케팅 및 음성적 조건 제시 금지 등 담겨있었다.

GS건설은 이 같은 선언문을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서울 종로구 본사 앞에 현수막으로 달아뒀다.

현수막에는 “앞으로 GS건설은 수주전에서 실패하는 일이 있더라도, 다음의 사항을 비롯한 위법사례가 없도록, 당사 임직원은 물론 홍보대행사나 그 홍보요원들에게 대해서도 지금 진행 중인 모든 재건축 영업에 대해서도 오늘부터 다음의 사항을 이행하고 지도와 단속을 철저히 이행하겠습니다”라는 각오도 적혀있었다.

동시에 진행 중이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전에서는 자체 신고센터를 운영해 경쟁사 롯데건설의 금품·향응 제공 사례 25건을 적발,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건설업계에서 이처럼 클린수주를 대외적으로 선포한 사례가 많지 않았기에 GS건설의 이 같은 행보는 긍정적인 관심을 받았다.

실적 상승세에서 이미지 쇄신 효과까지 얻게 된 GS건설은 2018년 창사 이래 첫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1조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아파트 브랜드 순위에서도 부동의 1위를 지켰다.

◆ 한남3구역 등 잇따른 불법행위 의혹 여전…최근 수주 행보 ‘눈총’

그러나 최근 GS건설의 수주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각종 수주전에서 불법 행위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상 공사비만 약 1조8800억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이라 불리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 GS건설의 외주 홍보대행사(OS업체) 직원들이 돈다발 등 향응을 제공했다며 서울서부지검에 같은 달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고소 및 신고 내용에 따르면, 조합원 A씨는 지난해 11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투표를 앞두고 GS건설 측 관계자에게 받은 홍보책자에서 300만원이 든 봉투를 발견했다.

A씨가 불법 행위에 대해 따지자 관계자는 “해야 할 걸 마땅히 한 것이며, 10만원이든 100만원이든 얼마든 간에 간단하게 주사라도 맞으시고, 그냥 받아 넣으시라”는 식으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자녀가 결국 관계자에게 돈을 다시 돌려줬지만, 관계자들은 이밖에도 다른 조합원들에게 고가의 식사나 과일 바구니 선물을 꾸준히 제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YTN의 추가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한남3구역 조합원인 B씨는 GS건설 측 관계자에게 조합원 계정을 빌려줬는데, 원치 않은 글이 게시되는 등 명의도용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GS건설 측 관계자가 조합원들의 분위기만 보겠다며 한남3구역 공식 카페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빌려갔는데, 자신의 명의로 ‘GS건설이 좋다’, ‘단연코 GS건설’ 등 GS건설을 노골적으로 밀어주는 글을 게시했다”며 “이 직원은 내가 가입하지 않았던 한남3구역 정보공유 SNS 단체 대화방에도 가입해 이 같은 글을 게시했고, 이 때문에 다른 조합원들로부터 비난을 받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YTN이 공개한 SNS 단체 대화방에는 B씨 명의로 된 작성자가 ‘GS건설이 단독시공의 최강’, ‘경쟁사는 단독 시공 경험이 없다’ 등 편향된 글을 올린 정황이 있다.

이 같은 행위들에 대해 GS건설은 대행사 직원이 한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앞서 클린 선언문에서 ‘임직원은 물론 홍보대행사나 그 홍보요원까지 클린수주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2018년 10월 2일 신설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시행령에서는, 건설업자 또는 건설사와 계약한 홍보대행사가 금품 등을 살포한 경우, 해당 시공권이 박탈되고 공사비의 20%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되며, 2년간 입찰 참가자격이 제한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용역업체가 한 일이라 하더라도 건설사가 동일한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특히 한남3구역은 앞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GS건설, 현대건설, 대림산업 3사가 과열 수주경쟁을 하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로부터 입찰 중단 조치를 받은 구역이다.

그 뒤 국토부·서울시 의뢰에 따라 검찰 수사에 나섰으나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시공사 재입찰 과정이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다.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재입찰에 다시 참여한 기존 건설사 3사는 공정 경쟁을 강조하며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뒤늦게 향응 제공으로 인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에 다시 한 번 긴장감이 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한남3구역 외에도 도시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 횡령·배임 등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천안 백석5지구 前 조합장이 ‘GS건설이 시켰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클린수주 선언 이후 대중들이 사실상 크게 변화한 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이미지 쇄신을 위한 선언이 아닌, 자체적으로 강한 지침을 마련해 수주전에서 더 이상 유사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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