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창업 2·3세대로 넘어온 재계 주요 기업들이 이달 주주총회 준비로 분주하다. 

지난해 국내외 불안정한 정세 속에서 좀처럼 날개를 펴지 못했던 대다수 기업들은 올해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자세로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만 한다.

때문에 이번 주총이 갖는 의미는 그 어느때보다 특별하다. 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기업들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에 <뉴스락>은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오는 주총 현장을 핵심 키워드를 선정해 미리 살펴본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뉴스락DB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뉴스락DB
키워드 Ⅰ: 간신(諫臣)과 가신(家臣) 등용(登用)

 

재계 1위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 고위 임원들의 재판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하고 이번 주총을 맞게 됐다. 때문에 이번 주총을 이끌 오너 측근 수뇌부가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0월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았다.

이 부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고위 임원들의 상황은 더욱 좋지 못하다.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전·현직 임원들은 지난해 12월 노조 와해 혐의 등으로 1심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줄줄이 구속됐다.

이상훈 전 의장의 구속으로 인해 약 두 달간 공석이었던 의장직은 삼성전자 사외이사인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게 됐다.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직에 선임하는 형태는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한 대표이사-의장 분리 체제 흐름에 따른 것이지만, 삼성전자에선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외부인사인 박재완 의장은 이사회에 상정할 안건을 결정하고 이사회를 소집하는 등 권한을 갖게 된다.

때문에 재계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여기면서도, 급격한 이사회 구성 변경 및 외부인사의 의장 선임이 자칫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영전략 수립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2년 만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음에 따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를 이어받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오너 일가가 아닌 수뇌부 중에선 그룹 내 저변이 있는 이원희 현대차 사장이 의장 후보자로 유력 거론되고 있다. 최근 트렌드가 이사회 독립성을 위한 오너-의장 분리 추세이기 때문이다.

반면,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으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데 있어 정 부회장의 역할이 큰 만큼 이사회를 직접 이끌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아버지 정몽구 회장의 ‘럭비공 인사(비정기 인사)’ 체제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정 부회장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22년간 아버지가 맡았던 의장직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의장직 수행이 경영 승계 확대의 상징적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특히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20조원을 투자할 장기 계획을 밝혔는데, 이를 위해 이번 주총에서 정관 변경 안건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의 의장 역임 여부가 중요한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다.

SK그룹은 이번 주총에서 장동현 SK㈜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 승인이 주요 안건이 될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이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제1의 우선순위로 두고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각각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장동현 사장),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에너지·화학위원장(김준 사장)에 임명된 두 사람의 역할이 막중하다.

최태원 회장을 주축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도 주주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슈 중 하나다.

지난해 10월 SK지주사는 전체 발행주식 수의 5%, 7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이에 SK지주사의 자사주는 25.7%로 늘어났다. 당시 그룹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이라고 이유를 밝혔으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움직임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두 달 뒤인 지난해 12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 회장을 상대로 위자료 3억원 및 최 회장이 가진 SK지주사 주식에 대한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이 가시화됐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지주사 지분(18.84%)에 대해 42.29%의 재산분할을 청구했다. 노 관장이 승소할 경우 최대주주 최 회장은 지분 10.64%로 내려가고, 노 관장이 기존 0.01%에서 7.81%로 크게 뛰어 2대주주가 된다.

최 회장 입장에선 2대주주가 우호 지분이 아니게 되므로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때문에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SK가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LG그룹은 올해를 구광모 회장 체제 원년으로 삼고  지난해 연말 임원인사에 이어 ‘젊은 LG’로의 변화를 이번 주총에서도 굳히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구 회장 체제에서의 발빠른 신사업 확장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다. 

구광모 회장은 권영수 LG㈜ 부회장을 LG화학 등기이사에 선임할 예정이다. LG화학 정기 주총(20일) 이후 권 부회장은 LG화학 이사회 의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구 회장의 최측근인 권 부회장은 지난해 LG유플러스, LG전자, LG디스플레이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뒤 각 사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때문에 권 부회장이 이번에 LG화학 이사회 의장까지 될 경우 LG그룹의 4개 주력 계열사 의장직을 모두 맡게 된다.

이러한 행보는 구 회장의 지배력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뿐만 아니라 구 회장은 지난해 조성진 전 LG전자 부회장의 뒤를 이어 LG전자 MC사업본부장 겸 HE사업본부장 사장이 된 권봉석 사장을 LG전자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권 사장은 50대의 젊은 나이로, 업계에선 ‘통신판매 및 전자상거래 관련 사업’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하는 구 회장이 ‘젊은 LG’ 구성을 토대로 신사업 확장에 나설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뇌물공여 등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신동빈 회장 체제에서 최근 가장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임원인사를 통해 ‘뉴롯데’ 재건을 선언한 신 회장은 일본 불매운동 등 직접적인 타격을 맞은 롯데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전면 구조조정을 지시했다.

이와 동시에 신 회장은 지난해 말 롯데쇼핑 사내이사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는 신 회장이 2000년 롯데쇼핑 등기임원에 오른 지 20년 만으로, 롯데쇼핑은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를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롯데쇼핑 외에도 롯데칠성음료 사내이사직과 호텔롯데 대표직, 롯데건설 대표직에서 줄줄이 물러났다.

일각에서는 올해 IPO(기업공개)가 예상되고 있는 호텔롯데의 오너 사법 리스크를 미리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본다.

건설업계에서도 등기임원의 사법 리스크가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거시적으로는 신 회장이 유통·건설·관광 등 주력 계열사 임원들에게 책임경영·전문경영을 주문하는 형태다.

특히 신 회장의 롯데쇼핑 사내이사 사임으로 인해,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부회장 승진 후 유통BU부문을 맡게 된 강희태 부회장의 권한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강 부회장은 창업주 고(故) 신격호 회장의 오른팔이었던 고(故) 이인원 부회장처럼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포스트 이인원'인 셈이다.  

한편, 이번 주총에서 롯데쇼핑 사외이사 5명 중 3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사외이사 신규 선임에도 주주들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임기 만료 사외이사에는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 박재완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장(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재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등 3명이다.

 

◆ 키워드 Ⅱ : 실적악화(實績惡化) , 조직개편(組織改編), 합종연횡(合從連橫)

 

삼성그룹 내 주력 계열사 중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거둔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지난 1월, 삼성화재를 제외하고 CEO들을 전원 50대로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특히 업계 1위 삼성생명이 지난해 3분기(1월 인사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 976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1조7267억원보다 43.4%(7499억원)나 감소하는 등 삼성그룹 내 금융계열사의 위상이 곤두박질 쳤다.

이에 현성철 전 삼성생명 사장과 원기찬 전 삼성카드 사장이 1월 인사에 앞서 용퇴했다. 삼성생명 사장직에는 56세의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대표가, 삼성카드 사장직에는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장을 맡았던 김대환 부사장(57)이 결정됐다.

전영묵 대표가 이동하면서 공석이 된 삼성자산운용 대표는 삼성생명 심종극 FC영업본부장(57)이 맡는다. 2018년 7월 배당사고 이후 갑작스레 자리를 맡은 삼성증권 장석훈 사장(57)과, 삼성화재 최영무 사장(57)은 유임됐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실적 또한 좋지 못해 최영무 사장이 물러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업황 자체가 좋지 못한 손해보험업계에서 수장을 쉽게 교체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또다른 주력 계열사인 삼성물산은 최근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과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3주구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현장설명회에 참여하면서 약 5년 만에 정비사업 복귀를 예고했다.

업계에선 건설부문 실적 악화가 수주전 참여를 불가피하게 만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매출액 30조7615억원, 영업이익 8667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대비 1.3%, 21.5% 감소했다.

이 중 건설부문 매출액은 11조6520억원으로 전년보다 3.9 감소%(4670억원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5400억원으로 30.1% 감소(2330억원 감소)했다. 패션부문 등 삼성물산 5개 사업부문 가운데 가장 감소 폭이 컸다.

정비사업에 복귀한 삼성물산이지만, 과거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대해 검찰이 주요 임원을 줄줄이 소환해 조사하고 있어 대외적으로 ‘삼성물산’이라는 이름을 적극 홍보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내 계열사는 지배구조 개편 및 상장을 위한 M&A가 강하게 점쳐지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취임 이후 오랜 숙원사업인 지배구조 개편을 아직 단행하지 못했다.

앞서 2018년 3월,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이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고리(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를 해소하겠다고 밝혔으나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주주들의 반대로 자진 철회해야 했다.

그러나 엘리엇이 지난해 12월, 보유 중이던 현대차그룹 지분(현대차 2.9%, 기아차 2.1%, 현대모비스 2.6%)을 모두 처분하고 손을 떼면서, 정 부회장이 이번 주총을 계기로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에 다시 한 번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지배구조 개편에 앞서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정 부회장이 상속세 등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갖고 있어 개인 최대주주다.

때문에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의 속도와 확률을 높일 수 있는 ‘현대건설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설’이 재점화됐다.

건설업계 침체 국면과 더불어 올해도 정부가 부동산 규제 강화 기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소요되는 단독 상장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업계 내 경쟁을 최소화해 사업 효율성을 높인다는 관점에서다.

당장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상장설에 대해 부인하고 있으나, 그룹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거시적인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업계에선 충분히 가능성 있는 분석으로 보고 있다.

SK그룹 주력 계열사 SK텔레콤은 5G시장 설비 투자, 인수합병을 통한 유료방송업계 확대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매출액 17조7437억원으로 전년 대비 5.2% 상승하며 사상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다. 미디어, 보안 등 신사업 영역과 5G 시장 내 입지 등으로 인한 효과였다.

마케팅 비용 투입 등으로 영업이익이 1조110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7.6% 감소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자회사 SK브로드밴드가 케이블TV 2위 티브로드를 인수하는 등 통신 시장 내 SK텔레콤의 행보는 고무적이다.

SK브로드밴드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티브로드 인수합병 사전동의 심사결과 합병을 의결받은 상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합병 최종통보를 하면 오는 4월 합병법인이 출범될 예정이어서 유료방송업계 내 SK의 입지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다른 주력 계열사 SK이노베이션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영업이익이 2018년보다 40% 감소하는 아픔을 맛봤다.

아울러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의 영업비밀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 판결을 내려 올해 사업 방향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미래 먹거리로 배터리 사업을 꼽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던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주총에서 주주들에게 난관을 헤쳐 나갈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LG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은 전반적으로 실적 악화의 쓴맛을 봤다.

LG화학은 잇따른 화재로 발생한 ESS(에너지저장장치) 관련 일회성 비용 영향 등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1% 줄어든 8956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LG화학의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6년 이후 13년 만이다.

LG전자는 가전사업 영향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3년 연속 60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9% 감소한 2조436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LG전자의 자회사 LG디스플레이는 주력 제품인 대형 LCD가 중국발 공급과잉 등 영향으로 손실이 지속되면서 고난의 시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만 1조3593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LG디스플레이는 11년 만에 이사진 보수를 삭감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번 주총에서 LG디스플레이는 이사 보수한도를 최고한도액 85억원에서 45억원으로 47.1% 낮추는 안건을 상정하고 의결할 계획이다.

또다른 계열사 중에선 LG생활건강이 눈에 띈다. LG생건은 지난해 매출 7조6854억원, 영업이익 1조1764억원을 달성하며 각각 전년 대비 13.9%, 13.2% 상승했다.

통신 계열에선 LG유플러스가 지난해 말 종합유선방송사업을 영위하는 LG헬로비전 지분 50%를 CJ ENM으로부터 인수하는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유무선 전체 사업분야에서 서비스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롯데그룹의 주력 사업인 유통부문 계열사들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온라인 마켓 성장, 일본 불매운동 등 영향으로 실적 하락 폭탄을 맞았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액 17조6328억원, 영업이익 4279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대비 1.1%, 28.3% 감소했다.

올해 초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 여파로 유통업계 전망이 어둡다. 이에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화장품) 등 총 700여개 오프라인 점포 중 비효율 점포 200여개를 3~5년에 걸쳐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다.

유통과 더불어 백화점, 호텔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롯데그룹 특성상, 업황 불황에 따른 실적 고저의 차이가 매우 클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롯데는 그룹의 미래 캐시카우로 화학부문의 롯데케미칼을 꼽고 있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액 15조1235억원, 영업이익 1조1076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대비 5.9%, 43.1% 감소했으나,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426억원을 기록(전년 동기 대비 42.2% 증가)하면서 가능성을 봤다.

그러나 지난 4일 충남 서산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폭발 사고로 31명이 중경상을 입고 공장이 중단되면서 악재가 드리웠다.

대산공장이 롯데케미칼 전체 매출액의 21.8%를 차지하고 있는데다가, 내부 공정 설비를 다시 설치하는 데까지 약 6개월이란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은 대산공장의 올해 상반기 실적 타격이 매우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및 각 사 제공. [뉴스락]
사진 픽사베이 및 각 사 제공. [뉴스락]
◆ 키워드 Ⅲ : 혁신(革新), 본격화(本格化)

 

글로벌 시장 침체 및 코로나19 질병 등의 영향으로 업계를 막론하고 침체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이번 주총을 통해 경영전략 본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위기상황 속에서도 혁신은 필수라는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해 “지금 어렵다고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25년까지 차세대 QD(퀀텀닷) 디스플레이 개발에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경기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를 가장 먼저 찾아 2030년까지 총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로 올라서겠다고 밝혔던 과거 계획을 되새겼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R&D) 투자가 사상 처음으로 20조원대를 돌파(20조1929억원)했다. 지난해 주요 수익원인 메모리반도체 불황으로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QD(퀀텀닷)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먹거리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올해 이 부회장을 대신해 신년사를 발표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부회장은 올해 세계 경제가 녹록치 않다는 점을 열거하며 “2020년 한 해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면서도 “현재 사업 기반을 굳건히 하고 과거 성과를 발판으로,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의 실현’을 이루자”고 포부를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본격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의 전환’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앞서 이사회를 통해 사업목적을 ‘각종차량과 동 부분품의 제조판매업’에서 ‘각종차량 및 기타 이동수단과 동 부분품의 제조판매업’으로 변경하고, ‘전동화 차량 등 각종 차량 충전 사업 및 기타 관련 사업’을 새롭게 추가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래 모빌리티 신규 사업과 전동화 차량 충전소 사업 등을 염두에 둔 행보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차는 이러한 장기 계획을 위해 2025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부회장의 강한 의지는 인터뷰에서도 드러난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2020)’에서도 인류를 위한 진보를 이어나가겠다며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의 긴밀한 연결을 통해 끊김없는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SK그룹은 2016년부터 이어온 그룹 고유 경영철학인 ‘사회적가치 창출’을 본격화한다.

SK는 이번 주총에서 ‘구성원의 행복 추구’를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정관에 담는다. 2017년 각 계열사 정관에 ‘이윤 추구’를 지우고 ‘사회적가치 창출’을 넣은 데 이은 또 한 차례의 변화다.

바뀌는 정관에서 ‘회사는 급변하는 환경 하에서 생존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진화·발전하여 주주의 장기적 이익을 보존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지우고 ‘경영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구성원의 행복이며, 이해관계자의 행복도 함께 키워나감으로써 지속적인 행복을 추구한다’는 내용을 추가한다.

무형적 가치인 ‘행복’을 위한 사회적가치의 의미도 구체화한다. 사회적가치 측정 시스템을 주관하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경제간섭 기여성과(고용, 납세 등), 비즈니스 사회성과(환경, 사회, 거버넌스), 사회공헌 사회성과(사회활동)로 이뤄진 시스템을 올해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최태원 SK 회장 대신 신년사를 발표한 장동현 SK 사장은 “지난해 바이오·제약, 소재, 신에너지 등 신성장영역에서 투자 성과를 가시화했듯 올해도 ‘New financial Story’ 기반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일을 통한 사회적가치 창출을 통해 구성원 주도의 행복 디자인을 그려나가자”고 말했다.

LG그룹의 구광모 회장은 전 계열사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New LG’로의 변화를 주문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첫 사장단 워크숍 및 올해 신년사를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며 “사장단이 몸소 주체가 돼 실행 속도를 높여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구 회장은 작년 연말 임원인사에서 사장단의 연령대를 50대로 대폭 낮춰 발빠른 변화를 예고했다. LG는 자사 융·복합 연구단지인 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AI(인공지능)담당’ 조직을 신설하는 등 AI 기술 개발과 투자에 본격 나서는 모습이다.

동시에 중국 거점 중 하나인 ‘LG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1조3707억원에 매각하고, LG전자의 연료전지 사업을 청산하는 등 부진 사업 정리를 통한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특히 이번 주총에선 사업목적에 ‘통신판매 및 전자상거래 관련 사업’을 추가할 예정이어서 온라인 시장에 대응하는 신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게임 체인저가 돼 뉴롯데를 재건하겠다는 입장이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초 임원과의 자리에서 “기존의 것은 모두 버리고 새로운 시장의 판을 짜는 게임 체인저가 되자”면서 “뉴롯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그룹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유통업계 변화를 주안점으로 두고 있다. 롯데 오프라인 유통업체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200여개 점포를 올해 안에 정리하면서, 자회사들이 개별로 운영해온 인터넷 쇼핑을 하나로 통합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5개년 계획의 ‘자원 선순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룹 차원으로 이뤄지는 이 프로젝트는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 친환경 패키징 확대, 식품 폐기량 감축 등 주요 과제를 실천해 친환경 포장제품을 50% 확대하고 식품 폐기물을 30% 감축하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호텔 사업은 오는 6월 예정된 미국 시애틀 내 고급 호텔 오픈을 시작으로 영국, 도쿄 등 글로벌 신규 개업에 주력한다. M&A를 포함해 향후 5년간 현재의 2배인 전세계 객실 3만개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석유·화학부문에선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셰일 가스를 활용한 에틸렌 공장에 새로 10억 달러를 투자해 생산량을 40% 증가시킨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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