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됨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각국에서 자국 보호주의 무역 형태인 리쇼어링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내 외교 상황 역시 남북 갈등 심화, 중국·일본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내 외교 다툼 등으로 녹록치 않다.

혼돈의 국제 정세 속 방위산업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우리나라 방위산업을 이끌고 있는 대표 방산 기업들은 세대교체라는 격동기를 맞고 있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국가기간산업에 해당하는 만큼 이들의 세대교체는 단순히 방산업계를 넘어 국가적 중차대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때문에 자연스레 이들의 국적과 병역 문제에도 관심이 쏠린다. 

향후 대한민국 국력 강화에 일조할 방산 등 국가기간산업 기업 오너 2~3세들의 병역·국적 상태는 어떨까. <뉴스락>이 살펴봤다.

T-50고등훈련기, K-2흑표전차, 충무공이순신함과 천지함 / 사진 한국우주항공산업, 현대로템, 해군 제공.
T-50고등훈련기, K-2흑표전차, 충무공이순신함과 천지함 / 사진 한국우주항공산업, 현대로템, 해군 제공.
◆ ‘공군 장교’ 한화 장남 김동관, 방산·신사업 두 마리 토끼 잡나

항공기 엔진 제작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기동무기·장갑차 등 방산기업 한화디펜스를 토대로 방산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한화의 승계 후보로는 김승연 회장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이 유력하다.

김동관 부사장은 아버지 김승연 회장과 동일한 공군 장교로 복무, 통역 역할을 맡았다.

2006년 8월 대한민국 공군사관후보생 11기로 입대해 3년 4개월간의 병역의무를 마치고 지난 2009년 12월 31일자로 전역, 바로 다음날인 2010년 1월 1일부로 한화그룹에 차장 직급으로 입사했다.

현재는 태양광 부문을 주력으로 맡고 있는 김 부사장이지만, 2014년 삼성의 방산 계열사였던 삼성테크윈(현 삼성에어로스페이스) 등의 인수 작업을 주도하면서 한화 방산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는 호평가를 받아왔다.

전방위적 능력을 인정받은 김 부사장은 전역 후 정확히 10년 만에 계열사 한화솔루션 부사장직과 한화그룹의 전략부문장을 겸직하게 됐다.

김 부사장은 기존 화약·방산, 무역, 기계 등 사업과 더불어 태양광 등 미래 먹거리 신사업 찾기·중장기 투자계획을 설정하는 전천후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의 능력은 코로나19 여파를 뚫고 어느 정도 증명됐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1조41억원, 영업이익 5013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14.0%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이 37.9% 증가했다.

이중 방산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만 전년 동기 대비 21.6% 증가한 142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화 전체 2분기 영업이익의 28.4%이며, 주요 사업부문 중 이익기여도가 가장 크다.

세부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조1927억원(전년 동기 대비 14.7%↓), 영업이익 702억원(전년 동기 대비 10.9%↓) 감소했다.

글로벌 항공산업 수요 감소가 매출 감소에 영향을 줬지만, 엔진 부문의 경쟁력 개선 노력으로 장기 공급 계약(Long Term Agreement·LTA)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6.3%를 기록하며 전년 수준(64.5)을 유지했다.

한화디펜스는 노르웨이형 K-9 자주포 수출 증가로 2분기 매출 3771억원, 영업이익 52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3% 증가하며 2분기 전체 실적 방어를 견인했다.

◆ ‘ROTC 출신’ 현대중공업 정기선, 코로나 뚫고 닻 올려야

국가기간산업이자 군 함정 등 방산 조선업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유력 승계자로는 정기선 부사장이 꼽힌다.

정기선 부사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현대중공업지주 최대주주)의 장남으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ROTC(학생군사교육단) 육군 특공연대 중위로 복무했다.

아버지 정 이사장의 영향이 컸다. 서울대학교 ROTC 출신인 정 이사장은 정 부사장에게 “기업 경영을 위해선 경제 전반을 통찰할 수 있는 탄탄한 이론적 이해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ROTC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역 이후 동아일보 기자 생활을 하다 2008년 현대중공업 재무팀에 입사한 뒤 유학길에 오른 정 부사장은, 2013년 다시 그룹에 복귀해 현재 현대중공업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을 겸하고 있다.

현 시점이 사실상 정 부사장의 승계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당장 조선 업황 자체는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녹록치 않은 모양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상반기(1~2분기) 누계 매출액 9조7221억원, 영업이익 –3829억원, 당기순이익 –338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2분기 영업이익이 1043억원으로 전분기인 1분기 –4872억원 대비 반등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나섰지만, 코로나19發 글로벌 경기침체, 유가하락, 환율하락의 여파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다만 약 2~3년 전 정체돼 있었던 정부發 방산 수주는 서서히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10월 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청과 6766억원대 ‘광개토-Ⅲ Batch-Ⅱ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방위사업청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3척 발주 계획 중 첫 번째 선박이다.

앞서 수주한 2800톤(t)급 신형 호위함(FFG-II, 7·8번함) 2척(서울함·동해함)의 진수식을 각각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진행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올해 3월에는 방위사업청과 4000억원대 ‘울산급 배치(Batch)-III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대한민국 해군이 도입하는 총 6척의 3500톤급 신형 호위함 건조 사업 중 첫 번째 함정이다.

가장 최근에는 국산첨단 전투체계·레이더·소나(음향탐지장비)·무장 등을 갖춘 차세대전투함 사업(KDDX) 수주에 뛰어들어 대우조선해양과 격돌했다. 이 사업은 총 사업비 7조8000억원을 투입해 한국해군 최초의 국산 6000톤급 스텔스구축함 6척을 확보하는 프로젝트다.

지난달 마감된 기본설계 입찰 평가에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소수점 차이로 앞선 것으로 전해져 6척 중 첫 수주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 같은 수주 흐름은 최근 대한민국 육·해·공군 전반에 걸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군사력 고도화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됨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2016년 전체 조선 매출의 5%대를 차지했던 현대중공업의 특수선사업부 매출은 차츰 성장하는 모양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현 시점 특수선사업부 매출은 전체 조선의 8~10% 전후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정부 발주 외에도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기술력을 토대로 뉴질랜드(2만6000톤급 최신예 군수지원함 ‘아오테아로아함’)나 필리핀(호세 리잘급 미사일호위함(FFG) 선도함 ‘호세리잘함’) 등에 인도하는 등 해외로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 위부터) 김승연 한화 회장-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최태원 SK 회장-최민정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조현민 한진칼 전무, 류진 풍산그룹 회장, 최평규 S&T그룹 회장.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 ‘해군 복무’ SK 최태원 차녀 최민정, 재벌가 딸 첫 장교 ‘이목’

방산은 아니지만 SK해운 등 계열사들을 통해 국가기간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SK그룹의 오너 3세에서 병역 행보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는 2014년 해군사관후보생으로 입대해 같은 해 12월 소위로 임관한 뒤 2017년 11월까지 해군으로 복무했다.

병역 의무가 없는데다가 재벌가 딸 중에선 처음으로 군 장교로 입대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2015년 4월 한국형 구축함인 4400톤급 충무공이순신함에 배치돼 작전관을 보좌하는 전투정보보좌관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최씨는 전역 후 2018년 7월 중국 투자회사 ‘홍이투자’에 입사해 글로벌 M&A(인수합병) 팀에서 근무했다.

2019년 9월 SK하이닉스에 입사해 미국 워싱턴 DC에 사무소가 있는 대외협력총괄 산하 INTRA(International Trade & Regulatory Affairs) 조직에서 대리 직급으로 일하다가, 미국 대표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잇따르는 기간산업 오너 2,3세 병역·국적 논란…"투명성 갖춰야"

오너 일가의 국적 또는 병역 문제는 방산 등 관련업계를 넘어 국가적 중요 관심사다.

특히 국가 근간이 되는 업무 한축을 담당하는 기간산업 오너 일가의 관련 문제는 도의적인 점뿐만 아니라 일부 법령에 따라 불법행위로 간주될 수 있어 더욱 관심이 모인다.

이른바 ‘물컵 갑질’ 논란으로 화제가 됐던 대한항공 오너 3세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지난 2018년 LCC항공사 진에어 부사장 재직 당시 6년간 등기임원을 맡아왔다는 사실이 적발됐다.

현행 항공사업법·항공안전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는 국적항공사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다. 그러나 미국 국적인 조 전무가 2010년 3월 26일부터 2016년 3월 28일까지 진에어 등기임원(기타비상무이사·사내이사)을 지낸 사실이 확인됐다.

진에어의 항공운송사업 면허 취소를 검토하던 국토교통부는 진에어의 ‘항공법령 위반 재발방지 및 경영문화 자구계획’이 충분히 이행될 때까지 신규노선 허가, 신규 항공기 등록, 부정기편 운항허가 등에 대한 제재를 가했다.

진에어는 이사회 독립성 강화, 준법지원 기능 강화 등 경영문화 개선계획을 마련했고, 이것이 수용돼 지난 3월 말 국토부 제재 해제 결정을 받았다.

국내 대표 방산기업인 S&T그룹과 풍산그룹은 회장 아들의 병역회피 의혹이 한 차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방위산업진흥회 회장사로 방위산업제품을 생산(S&T중공업)하고 군 소화기·복합형소총을 생산(S&T모티브)하는 등 방산업계 대표 기업 S&T그룹은, 지난 2018년 최평규 회장의 장남 최진욱 씨의 국적이 미국으로 변경된 사실이 알려져 세간의 눈총을 받았다.

2016년 금감원 전자공시에 최씨의 국적이 한국이었음을 감안하면 2년 사이 국적을 변경한 셈인데, 최씨가 통상 군 복무를 수행하는 나이인 21~22세 되는 시점에 국적을 변경함으로써 병역기피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샀다. 

특히 최씨가 최 회장의 장남인데다가 S&T홀딩스 지분 1.47%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유력 승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 또한 국적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당시 S&T 측은 “최씨가 6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초중고를 마치고 올해 퍼듀 공과대를 졸업했으며 관련법 절차를 거쳐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대한민국 방산 대표 기업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있는 자녀가 미국 국적이라는 점에서 도의적 측면의 지적이 나왔다.

탄약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풍산그룹 역시 S&T그룹과 유사한 논란이 제기됐다.

2014년 5월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자신이 보유 중인 풍산 주식 8만6800주를 각각 가족인 헬렌 노(Helen Lho), 류성왜, 로이스 류(royce Ryu) 등에게 증여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이었던 류 회장의 장남 류성곤 씨가 로이스 류로 이름을 바꾸고 국적도 미국으로 변경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그의 나이가 입대 적령기인 22세였기에 여론에서는 “방산 대표 기업의 유력 후계자가 병역기피를 위해 국적을 바꿨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로이스 류 씨는 현재 풍산홀딩스 지분 1.98%를 보유하고 있다.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국가 방위산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증여 형태로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는 당분간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전문가는 “방산업을 포함한 국가기간산업은 막대한 국민의 혈세로 국력을 성장시키는 데 그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공기업에 준하는 투명성을 띠고 있어야 한다”면서 “무역분쟁, 코로나19 등 여파로 국제 정세가 어지러운 가운데 기간산업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각 기업이 책임감을 갖고 내실을 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