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국내 내로라하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산업 전반이 온라인으로 재편되고 있고, 제약 관련 주들이 일제히 상승하고 있어 제약·바이오 업체들로서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호조에 힘입어 사업 영역을 넓히는 등 포스트 코로나를 향한 발걸음을 더욱 빠르게 옮기고 있는 모양새다.

그래선지 이들 업체들은 최근 지속가능 경영, 새로운 먹거리, 혁신 등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그런 움직임중 하나가 바로 CEO 교체와 이를 통한 신사업 발굴이다. 

<뉴스락>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왼쪽부터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박대창 일동홀딩스 대표이사,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진=각 사 [편집/뉴스락]
◆ 셀트리온, 기우성 대표 단독 전문경영 체제 박차...건기식·의료기기·제네릭 확대

셀트리온 창업주 서정진 명예회장이 결국 셀트리온을 떠났다.

서정진 명예회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직 제외로 셀트리온과 완전히 작별하게 됐다. 지난 2019년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 말, 은퇴하겠다"는 자신의 발언을 지킨셈이다.

서 명예회장의 퇴진으로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이 회사를 단독으로 이끌어갈 예정이다.

기우성 대표는 지난 2015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선임된 이후 3년만인 2018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동안 셀트리온 경영에 줄곧 참여 해왔으나 전문 경영인으로서 회사를 단독으로 이끄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새로운 셀트리온은 서 명예회장의 말처럼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완전히 분리됐다고 볼 수 있는 첫해로, 기우성 대표가 실질적으로 회사 전반을 이끌어 가게 될 첫 해이기도 하다. 서 명예회장의 아들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은 이사회에 합류한다.

우선 기우성 대표는 서 명예회장이 남겨놓은 과제들이 아직 산재해 있기 때문에 이를 먼저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내부거래로 인해 발생한 270억 원가량의 증여세 환급 항소심에서 패소했고, 현재 영업권 익금산입 누락 등을 사유로 역삼세무서와 100억 원대의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또, 셀트리온은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주사로 셀트리온헬스케어 홀딩스를 설립하고 3개의 그룹 주요 계열사 합병을 추진중이다. 서 명예회장이 퇴진하면서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3사 합병에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이는 과거 셀트리온 계열사간 높은 내부거래 비중으로 일감 몰아주기 관련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3사 합병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관련 문제를 해소함과 동시에 분식회계 의혹 등 과대 평가 받고 있던 재무구조도 깔끔해지게 되는 것이다.

신사업으로는 화장품 및 건기식, 의료기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에서 '플루옥세틴'(우울증치료제) 등 제네릭(케미컬의약품의 복제약)으로의 확대가 예상된다.

기우성 대표는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의 제조 및 수출, 관련한 연구 개발 등 사업목적을 추가한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건강기능식품 관련 사업에서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진단키트 개발 업무 진행에 따라 의료기기 관련 연구 및 개발업, 의료기기등의 제조, 수출, 도매 및 판매업 등을 추가하면서 의약품을 비롯 의료용품, 제품 등 개발에도 적지 않은 투자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알츠하이머병, 치매 등에 적응증을 가지고 있는 도네페질 패취(품목명, 도네리온패취)의 식약처 품목허가 신청을 공식화 하면서 새로운 의료 품목 개발과 상용화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양새다.

신규 사업목적에 따른 수탁가공, 물류, 수출입업, 기술용역 등 유통망 확대를 위한 투자금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 등 오너 2세들은 회사 내 이사회를 통해 의사결정에 주로 참여할 계획이다.

기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전문경영인이 많을수록 회사 내 살림살이가 좋아진다고 하면, 투자행위를 하는 것에도 전문가가 많을수록 건전하고 투명해진다"라며 "여기에 서 명예회장의 은퇴 이후 적기 투자를 위해 이사회를 보강하는 것도 좋은 판단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 일동홀딩스, 주가조작 혐의에 주주 달래기 나서...신사업은 항암제 이어 '헬스케어' 주목

일동제약 지주사 일동홀딩스 이정치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정치 일동홀딩스 회장은 지난 1967년 입사한 이래 일동제약에서만 50년을 근무한 '일동맨'으로, 전문 경영인 출신이면서 최장수 최고경영자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03년 처음 일동제약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지난 2016년 일동제약이 일동홀딩스, 일동바이오사이언스로 기업분할하면서 일동홀딩스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일동홀딩스는 이 전 대표 임기만료에 따라 박대창 신임 대표이사 사장이 회사를 이끌어 나갈 계획이다.

박대창 신임 대표는 지난 1978년 일동제약에 입사해 생산, 기획, 구매, 전략 등 일동제약 내에서 주요 업무를 맡아왔다. 안성공장장, 상무이사, 생산본부장, 부사장 등 보직을 거쳤다.

우선 박대창 대표는 일동제약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대두된 주가조작 의혹 대응에 우선순위를 두고있다.

최근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 등 경영진은 지분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시세 조작 혐의로 관련 조사를 받고 있다. 최근 해당 혐의로 검찰로부터 압수수색까지 받은 상태다.

일동제약은 지난 2016~2017년 지주회사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으로 인적분할하면서 동시에 일동바이오사이언스, 일동히알테크(일동홀딩스의 자회사)를 물적분할 설립했다. 

문제는 윤웅섭 사장 등 경영진이 지분확보 과정에서 공개 매수 시점과 시세조종 구간을 계획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공개 매수 가격을 의도적으로 높여 일반 주주들의 참여를 막은 정황이 확인된 것. 

결국 박대창 대표로서는 현재 일동제약과 일동홀딩스 오너일가에 대한 주가조작 의혹으로 주주들의 마음을 확보하는게 여느때보다 중요해진 셈이다. 주주총회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반복적으로 언급한 이유기도 하다.

이 외에 박대창 대표는 기존 일동제약이 진행하던 기존 바이오 항암제, 안질환 치료제,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높이는 한편, 헬스케어 사업 확대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특히 일동제약은 올해 당뇨병 치료제의 임상 진입이 예상되고 있고, 비임상 단계에 있는 차세대 바이오 항암신약이 연구성과를 인정받은 상태다. 오는 2022년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이 이뤄질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헬스케어 제품중 하나인 화장품의 대중국 수출 실적이 크게 늘면서 중국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마케팅도 활발해지고 있다.

실제 중국내 SNS에서 인플루언서로 일컫는 '왕홍'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고 화장품·건기식의 중국 온라인몰 입점을 늘려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주요 계열사의 매출 신장 및 실적 개선을 이뤘고 신약 프로젝트의 순항과 함께 투자 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라며 "창립 80주년인 올해의 경우 일동제약 그룹 내 계열사들이 목표를 달성하고 기업가치, 주주가치 재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등 불확실성 여전..."ESG투자 확대에 백신까지 영역 넓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김태한 대표이사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전 대표는 지난 1979년 제일합섬에 입사해 삼성그룹 비서실, 삼성토탈 기획담당,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부사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20년 1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직을 연임하면서 내년까지 연임한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결국 임기를 2년 남겨놓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사를 이끌 신임 대표이사에 존림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선임했다.

존림 신임 대표는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화학공학 석사 이후 노스웨스턴에서 MBA를 마쳤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제네틱 사에서 개발 총괄 및 CFO 등을 역임하고 지난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처음 합류했다.

존림 대표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분야 전문가로, 그동안 겪은 경험을 토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세계 일류 회사로 만들고 안정적인 실적 속에서 혁신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존림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재판이 끝나지 않은 만큼 주주들의 신뢰 확보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실적이 급등하면서 주가가 폭등했음에도 ESG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5년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돌연 종속기업(단독지배)에서 관계기업(공동지배, 바이오젠社)으로 분류해 지분법 처리를 했다.

지분법 처리는 지배력이 있든 없든 시장가치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기업으로 바꾸면서 기업가치의 재측정 이익(평가이익)을 신고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4621억 원(장부가액)에서 4조 8085억 원(공정가액)의 가치로 평가한 것이다. 분식회계 의혹이 나오게 된 이유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 가지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 승계를 위해(삼성물산 지분 확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바의 가치를 고의로 높였냐, 혹은 그저 '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고의로 가치를 높였냐다.

증선위는 지난 2018년 11월 이를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내렸다. 또, 검찰은 분식회계에 대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고의 분식회계에 무게를 두고 있어 이 부회장으로서는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분식회계를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태한 전 사장이 용퇴하는 이유에 대해 이 부회장의 불법승계 관련 재판에서 역할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로서는 분식회계와 관련 없는 존림 대표가 회사를 이끌게 되면서 신사업 진행 등에 있어 한시름 덜게 된 상황이다. 

존림 대표는 설립 10년을 맞아 기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지고 있던 의약품 중심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에서 세포 유전자 치료제, 백신 등 신약 개발 영역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ESG 투자비용 확대도 예고된다.

존림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큰 위기 속에서도 성장을 통해 기존에 목표한 생산량을 초과 달성했다"라며 "항체 의약품 중심 CDMO 사업 영역에서 백신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ESG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경영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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