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민 산업팀 기자.
이지민 산업팀 기자.

[뉴스락] 2021년 서울 한복판에서 독극물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8일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소재 풍력발전 전문기업 A사 서울사무실에서 남녀 직원 2명이 책상에 놓인 생수병의 물을 마시고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물을 마신 이들은 병원으로 이송됐고 한 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경찰은 사고 다음 날 무단결근한 같은 회사 직원 B씨를 용의자로 추정하고 범행 동기 파악에 나섰지만 B씨 역시 자택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숨진 채 발견돼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경찰은 지난 10일 또 다른 직원이 사무실에 있던 탄산음료를 마셨다가 같은 증세를 호소한 것을 확인하고 현재 두 사건 모두 수사 중이다.

책상에 놓인 물을 마신 직원과 그 물에서 발견된 독극물. 끔찍한 사고 소식에 경찰은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최근 서울경찰청은 B씨가 최근 자신의 지방 발령 가능성에 대해 불만을 품었을 수 있다는 동료 직원의 진술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또한 B씨가 독극물을 구매한 이력을 확보해 사망한 B씨에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한편 일명 '강남 생수병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사측이 아닌 병원의 신고로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측이 아닌 병원의 신고에 수사를 착수하게 된 경위가 무엇일까.

취재 과정에서 <뉴스락>은 A사 관계자와 연락이 닿았고 예상치 못한 A사 측 태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A사는 <뉴스락>에 "이런 사건이 터지면 기업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자사도 어떻게 보면 사건의 '피해자'"라고 답했다.

직원이 사경을 헤매는 중에도 기업의 주가와 이미지만 걱정하며 모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A사였다.

경찰 추정에 따라 B씨와 다른 직원들 간에 지방 발령을 문제로 마찰이 발생했다면, 사측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이견 조율에 나서는 등 불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

그러나 A사는 '피해자'라는 단어를 운운하며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을 묻는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또한 모든 언론사에 대응하지 말라고 지시를 받았다는 A사 관계자의 말에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논란이 됐다.

특히 ESG 경영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A사는 퇴행하는 경영 전략을 추구한다는 조롱까지 등장했다.

A사는 기업 이미지를 챙기기 위해 첫 독극물 사건 발생 당시 경찰 신고를 하지 않았다.

직원의 안위보다 기업이 중요했던 A사의 방관으로 추가 피해자가 등장하게 됐음에도 회사가 피해자라는 A사.

과연 A사에게 직원은 어떤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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