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발발로 크나큰 타격을 입었던 국내 산업계는 이를 교훈삼아 2021년을 반등의 해로 삼고 달려왔다.

여전한 글로벌 팬데믹과 보호무역주의 기조, 갈등으로 인해 어지러운 국제 정세, 이로 인한 원가 상승까지.

이른바 ‘사업하기 힘든 환경’이었음에도 위기를 기회삼아 산업 곳곳에선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호재가 전해졌다.

건설업계는 얼어붙은 해외 건설 수주 대신 활황인 국내 주택시장으로 눈을 돌려 팬데믹 속 원가 부담 등 위기를 극복하고 실적 반등을 이뤄냈다.

<뉴스락>은 건설업계의 2021년을 주요 사건 및 이슈를 통해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2019년 말 GS건설 개포프레지던스자이 견본주택의 모습.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는 대부분의 건설사가 사이버 견본주택을 통해 예비입주자들을 맞았다. 사진 GS건설 제공 [뉴스락]
2019년 말 GS건설 개포프레지던스자이 견본주택의 모습.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는 대부분의 건설사가 사이버 견본주택을 통해 예비입주자들을 맞았다. 사진 GS건설 제공 [뉴스락]

 불타는 국내 분양시장, 건설업 실적 이끌다

2021년 건설업계는 2019년부터 정부의 공급 확대 기조 등으로 상승세를 달리는 국내 주택시장의 힘을 받아 주택 수주·분양 부문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27만여 세대를 분양했던 국내 분양시장은 올해 41만 세대가 계획되며 역대급 흥행을 예고했다. 분양가상한제 여파, 각종 사업 지연 등 통상적인 시장 특성에 따라 연말인 현재, 실제 분양 수는 30만 세대 후반쯤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전년대비 약 30% 이상 분양 수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까지 전국 83만6000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현 정부와, 여야 차기 대선 후보 모두 5년간 전국 250만호 공급 등 부동산 정책에 공급 확대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향후 국내 주택시장은 활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맞물려 건설사들의 국내 주택사업 수주액 또한 증가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건설·주택경기 전망’에 따르면, 올해 1~8월 주택 수주액은 전년동기 대비 17.9% 증가한 134조3000억원이다.

지난해 건설업계에서 국내 수주액 총 194조1000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에, 업계에선 올해 이를 가볍게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산연은 내년 수주액은 올해보다 높은 214조8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표 부동산114 제공 [뉴스락]
표 부동산114 제공 [뉴스락]

국내 수주·분양 호조를 등에 업은 건설사들은 3분기 기준 대부분의 건설사가 전체 매출액 중 절반 이상을 주택사업으로 벌어들였다.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3분기 누적 매출의 70% 이상을 주택사업으로 벌어들였으며, 이들의 영업이익률 또한 10.1%, 14%로 양질의 수익성을 창출했다.

GS건설, DL이앤씨 역시 주택사업 매출 비중이 전체의 각각 67%, 65%를,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 역시 50% 이상의 주택사업 실적 비중을 보였다.

이를 토대로 국내 건설업계는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평균 22% 성장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주택사업에 쏠린 매출 비중을 신사업 등으로 확대·개선하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위축된 해외건설현장 수주 비중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도 존재한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표한 ‘2021 하반기 해외건설 산업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1월 해외건설 수주액은 213억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29.7% 줄었다. 12월 실적이 합산돼야 하나, 당초 목표로 했던 300억 달러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유가 하락 등 여파로 국내 건설사들이 강세를 보였던 중동, 아시아 지역 수주액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44.6%, 23.1% 줄어든 게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최근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선 유가가 내년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중동 국가들의 재정상황에 여유가 생기게 되면 국내 건설사들에게 수주 러브콜을 보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이 또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추이를 지켜봐야 해 건설사들의 입장에선 수주 준비를 갖춘 채 동향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DL이앤씨가 북가좌6구역 재건축 사업에 제안해 수주에 성공한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드레브 372' 투시도. 사진 DL이앤씨 제공 [뉴스락]
DL이앤씨가 북가좌6구역 재건축 사업에 제안해 수주에 성공한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드레브 372' 투시도. 사진 DL이앤씨 제공 [뉴스락]

프리미엄·고급화 경쟁 심화, 건설·부동산 시장에 부는 ‘하이엔드’ 바람

국내 주택시장 호조에 따라 건설업계는 국내 소비자(예비입주자)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정책을 강화했다. 최고급 주거 브랜드 ‘하이엔드’를 통한 고급화 경쟁이 특히 치열했다.

대형건설사 중심의 특화 전략이었던 하이엔드 브랜드는 약 3~4년 전부터 한강변이나 강남, 서초, 송파 등에 한정적으로 적용돼 왔다. 삼성물산 ‘래미안 원베일리’, 현대건설 ‘디에이치’, DL이앤씨 ‘아크로’, 롯데건설 ‘르엘’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분양시장 상승세로 인한 수주 과열로 최근에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6월 서울 서초구에서 분양한 ‘래미안 원베일리’는 1순위 청약에 3만6116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61.2대 1을 기록했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해외설계사와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외관 디자인을 적용하고, 한강 조망이 가능한 스카이브릿지와 북카페 등을 강조한 하이엔드 브랜드다.

대우건설 역시 동작구 ‘노량진 5구역’, ‘흑석 11구역’ 재개발 사업에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을 제안해 시공권을 획득했으며, 경기 ‘과천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선 써밋 브랜드를 통해 도급순위가 더 높은 GS건설을 제치고 시공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 강북 최대 수주어로 꼽혔던 ‘북가좌6구역’ 재건축 사업에서도 DL이앤씨 하이엔드 ‘아크로’와 롯데건설 하이엔드 ‘르엘’이 맞붙었다. 당초 하이엔드가 아닌 ‘드레브 372’라는 단지명을 제안했던 DL이앤씨는, 롯데건설 르엘에 맞대응하기 위해 아크로를 공사비 인상 없이 추가 제안했고 수주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하이엔드 열풍은 아파트를 넘어 오피스텔, 생활숙박시설, 도시형 생활주택 등으로도 옮겨갔다. 집값 폭등으로 아파트 외 주거유형의 수요 또한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하이엔드 도시형 생활주택 ‘원에디션 강남’은 평당 분양가가 7128만원에 달했음에도 234가구 모집에 청약 1540건이 몰려 최고 10.42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건영의 생활숙박시설 ‘라포르테 블랑 여의도’는 평균 경쟁률 26대 1을, 롯데건설의 하이엔드 생활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평균 6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모두 완판됐다.

이들은 프리미엄 조망권은 물론, 프라이빗 테라스, 컨시어지 서비스, 조식 서비스 등 차별화된 하이엔드 전략을 통해 높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내년에도 분양시장이 활황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 같은 프리미엄 전략의 수요와 공급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려도 상존한다. 하이엔드 브랜드가 남발되고 있어 차별화가 퇴색되는 데다, 당초 높아져 있는 분양가가 더욱 높아져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미 시공사를 정한 재개발·재건축 지역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로의 교체를 요구하며 시공사 교체 등 갈등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국민 소득 수준 향상으로 더 많은 비용을 내더라도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아파트 상품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짙어졌고, 집값 상승 기대 심리로 하이엔드에 대한 수요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건설사 입장에선 하이엔드 브랜드의 희소성을 지키면서도 수주를 따내기 위한 전략으로 이를 활용해야 하는 만큼, 더 고급스러운 하이엔드 브랜드 탄생 등 향후 고급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픽사베이 제공 [뉴스락]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픽사베이 제공 [뉴스락]

“올해도 많았다” 건설현장 사망사고…중대재해처벌법 앞두고 업계 ‘긴장’

각각의 건설사에서 안전경영에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올해 역시 건설현장 사망사고 발생률이 예년과 유사했다. 사망사고 발생시 기업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코앞에 두고 건설업계가 긴장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분기 누적 100대 건설사 건설현장 사망 노동자는 46명으로, 3분기 중엔 8개사 건설현장에서 12명이 사고로 숨졌다. 이 중 한양이 7월과 8월에 걸쳐 3개 현장에서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가장 많았다.

세부적으로 2분기 100대 건설사 건설현장에선 20명의 사고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지난 6월 광주광역시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 공사현장에서 건물이 도로로 붕괴돼 버스 승객 9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던 현장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1분기에는 100대 건설사 건설현장에서 총 14명의 근로자가 사고로 숨졌다. 당시 1,2,3월 연속으로 사고가 발생해 총 3명의 근로자가 숨진 태영건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특별감독을 받기도 했다.

3분기 누적 전국 건설현장 사고 사망자 수(100대 건설사 등 모두 포함)는 총 181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사망자 수(184명)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각 기업에서 안전경영 선포 및 특별조직을 설립하고, 국토교통부 등 정부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특별·불시점검을 꾸준히 하고 있음에도 건설현장 안전사고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내년 1월 27일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등에 관한 법률)과도 맞물려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망자가 발생했을 경우 현장관리자가 제재를 받았던 것(현행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책임자가 1년 이상의 징역형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또, 해당 기업에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도 담겨 있다.

이에 기업들은 안전사고 발생 ‘제로(0)’를 목표로 분주하다. 롯데건설은 안전보건부분을 대표 직속 안전보건경영실로 격상했으며, 쌍용건설 역시 안전보건조직을 팀 단위에서 실 단위로 확대했다.

삼성물산은 업계 최초로 근로자가 위험한 상황 발생시 직접 판단해 작업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을 도입했고, 최근 안전보건 담당조직 확대 및 안전연구소를 신설했다. 고용부 근로감독을 받았던 태영건설 역시 올 초 안전보건위원회를 신설하고 안전 관련 예산을 확대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하청 관계로 일을 하는 건설업 특성상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대상과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규제를 강화해 사망사고를 막자는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선 업계에서 대체로 공감하는 모습”이라며 “각 기업의 철저한 대비를 통해 그간 숱한 감시와 처벌에도 줄지 않았던 건설현장 사망사고가 내년에는 꼭 줄어들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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