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회사와 노동자 사이에 신뢰가 없다면 회사의 경영이 원만할 수 없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다.

특히 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진 자동차산업 특성상 완성차기업의 노사관계가 부품업체 등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쌍용차도 이미 ‘쌍용차 사태’라는 격한 노사갈등을 경험했고, 이번 KG그룹의 인수와 함께 앞으로의 노사관계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뉴스락>은 ‘쌍용차 사태’를 비롯한 노사간 질곡의 역사를 살펴보고,  KG그룹이 이를 반면교사 삼아 원만한 노사관계를 쌓을 수 있을지 내다본다.

KG그룹 곽재선 회장 [뉴스락 편집]
곽재선 KG그룹 회장. 사진 KG그룹 제공 [뉴스락 편집]

‘쌍용차 사태’ 왜 일어났나... “지속적인 악재로 쌓여간 노사 불신”

쌍용자동차 사태 이후 쌍용차 금속노조 지부 내부 모습.  국회도서관 자료 열람 [뉴스락]
쌍용차 사태 당시 쌍용차 금속노조 지부 사무실 내부 모습. 국회도서관 열람 [뉴스락]

쌍용차 사태는 2009년 4월 8일 사측이 대규모 정리해고안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정리해고의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쌍용차는 하동환 한원그룹 회장이 재정난으로 쌍용그룹에 동아자동차를 매각하면서 탄생했다. 쌍용으로 넘어오게 된 계기부터가 자금난이었고 쌍용그룹에 인수되고 나서는 더욱 악화했다.

결정적으로 1997년 IMF로 인해 쌍용그룹이 해체되고 대우그룹에 인수됐었지만, 대우도 1년만에 유동성 위기를 맞고 해체된다.

이후 약 5년의 워크아웃 시절을 보내며 중국의 상하이자동차그룹에 매각되게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도 노조측의 반대가 거셌다. 2003년 12월 당시 노조의 ‘쌍용차 독자생존 관철과 현장조직력 강화를 위한 특별비상대책위원회’는 채권단의 회사 매각에 반대하며 ‘4단계 투쟁계획’을 마련할 정도였다.

당시 상하이차 매각에 대해 기술유출의 우려와 헐값 매각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뉴스락>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기술유출 안건을 직접 다뤘다. 충분히 가능하다. (상하이차)오너가 자기 회사(쌍용차) 기술을 못 받았겠냐”며 “특히 상하이차가 중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전에 없던 SUV를 내놓은 것만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상하이차의 약 5년간의 경영 기간 동안 인수 당시 약속된 투자는 제대로 받지 못했고, 기술유출마저 벌어진 상태에 노조측은 사측의 경영 불신이 쌓여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상하이차는 두 손을 들었다. 쌍용차는 경영권을 포기한데 이어 2009년 4월 8일, 사측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2646명의 대규모 정리해고안을 발표했다.

이에 노조는 5월 22일 평택 공장을 점거하고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77일간의 파업기간 동안 노조와 사측 및 경찰의 격한 사투가 오갔고, 경찰특공대 투입으로 사태는 깊은 상처만 남긴채 마무리됐다.

쌍용차 사태로 인해 2018년 6월까지 해고자 30명의 사망자를 내며 노사관계는 극에 치달았다.

쌍용차 사태 이후 인도 자동차기업 마힌드라에 인수될 당시에도 노조는 해외 자본에 의한 기술 먹튀가 계속될 것이라며 즉각 (해외 매각)반대에 나섰다.

2010년 11월 15일 노조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쌍용차 졸속 매각 저지를 위한 2646인 선언 발표와 쌍용자동차지부 집중 농성 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가졌다.

마힌드라 시절에 대해 김필수 교수는 “제대로 된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은채 직접 벌어서 직접 투자하라는 식이었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쌍용차는 재무 위기를 바탕으로 여러차례에 걸친 매각과 인수, 그때마다 쌓여가는 노사 간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쌍용차 사태’관련 손실 3903억, 협력사 고용 4148명 줄어

최종식(오른쪽) 쌍용자동차 대표와 홍봉석 쌍용차 노조위원장이 9일 경기도 평택 공장에서 ‘2017년 임금교섭 조인식’을 갖고 합의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쌍용차 노사는 올해 임협에서 기본급 5만3,000원 인상과 생산장려금 250만원 지급, 우리사주 출연 100만원(150주 상당) 등에 합의하고 8년 연속 무분규로 협상을 타결지었다. (사진제공=쌍용차)
최종식(오른쪽) 전 쌍용자동차 대표와 홍봉석 전 쌍용차 노조위원장이 2017년 8월 9일 경기도 평택 공장에서 ‘2017년 임금교섭 조인식’을 갖고 합의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쌍용차 제공

쌍용차 사태로 인한 피해의 여파는 노사 간은 물론이고 협력업체까지 미쳤다.

쌍용차 사태 당시 경영진은 2009년 상반기 영업적자 1532억 가운데 구조조정과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약 1000억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2009년 금융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쌍용차 사태로 인해 1·2차 부품업체의 손실이 2903억 원으로 집계됐다.

파업손실액 1000억 원까지 더해지면 쌍용차 사태로 인한 총 손실비용은 3903억에 이른다.

쌍용차 사태로 인해 1차 협력사 16%인 5개사가 부도를 맞았고 2차 협력사 가운데 9개 업체가 부도가 났다. 폐업한 협력업체는 10개사에 달했다. 또한 고용의 경우 1차 협력업체 752명, 2차 협력업체의 경우 같은 기간 3396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완성차기업의 노사갈등에 따라 부품업체들의 연쇄적인 피해 우려가 크기 때문에 원만한 노사관계가 절실한 상황이다.

쌍용차 노사갈등의 상흔... KG그룹이 해결해야 할 1등 과제

쌍용차는 그동안 쌓인 불신과 ‘쌍용차 사태’로 인한 깊은 상흔이 아직 남아있다. 때문에 KG그룹도 노사관계 회복을 위한 고민이 많다.

특히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직접 쌍용차 노사관계 회복을 위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 회장은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할 당시부터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를 반영해 지난 7월 KG컨소시엄과 노조 및 사측 3자 특별협약을 통해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한 내용이 담겨졌다.

특별협약서의 고용 및 노동조건 부문을 확인해 보면 ▲재직 중인 전 직원의 총 고용보장 ▲노동조합을 교섭단체로 인정 및 모든 단체협약 승계 ▲3자는 노사간 기체결 각종 노사합의서 준수 및 이행 ▲미지급 임금 포함 공익채권 변제 차질 없이 이행(일정 및 방안 세부합의) 등에 합의했다.

KG그룹은 M&A로 덩치를 키워온 회사다. 부실기업을 인수해 정상화를 이뤄내는 환골탈태 전문가라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2003년 법정관리 중이던 경기화학(현 KG케미칼)을 인수해 6개월 만에 흑자 전환했다.

또, 만년 적자기업이었던 동부제철(현 KG스틸)을 2019년 인수해 2020년 668억의 순이익을 내고 지난해에는 1907억을 기록했다.

이러한 KG그룹의 경영 능력이 쌍용차에서도 과연 발휘될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KG그룹이 동부제철을 인수하는 당시 3년간 고용보장을 약속했지만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노사갈등을 겪은 바 있다. 물론 이후 2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을 타결하면서 노사신뢰를 되찾은 모양새다. 

고용보장은 노조의 생존권이 달린 첨예한 문제일뿐만 아니라, 쌍용차 사태라는 대규모 정리해고를 이미 겪은 바 있는 노조 입장에서는 KG그룹의 협의 내용이 미이행될 경우 노사관계가 파국에 달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김필수 교수는 “원만한 노사관계 형성이 KG그룹의 중요한 과제”라며 “외부의 긍정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을 만한 노사의 모범이 되는 것이 앞으로 쌍용차가 걸어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뉴스락 미니인터뷰]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겸 전기자동차협회 회장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겸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 사진 본인 제공 [뉴스락]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겸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 

Q 쌍용차 사태 어떻게 바라보나.

있어서는 안 될 비극이다. 노사 간 서로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지만 한국의 노사 간 관계는 특히 강성으로 꼽히는 자동차산업군 노조와의 관행이 잘못됐다.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은 바뀌어 나가야 할 부분이다. 작업환경 등 노동에 관련된 부분에서만 힘을 발휘해야 함에도 물자 수급량 조절과 같은 경영적인 부분까지 노사합의사항으로 굳혀진 것이 오래다. 올바른 관계추구를 위해서라도 관계개선에 나서야 한다.

Q 쌍용차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쌍용차가 당면한 과제들은 많다. 노사관계를 비롯해 평택공장의 노후화, 차 종류의 다각화 그리고 미래성장동력의 확보다. 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해결해 나가야만 한다.

상용차(트럭 등)를 제외한 승용차 시장에서 SUV와 세단 둘 다 노려야 한다. 지금은 시장의 절반을 포기하고 있는 상태다. 하다못해 SUV안에서라도 주력차종을 늘려야 한다.

노후화된 평택공장도 이전해야 한다. 기존의 공장에 돈을 쏟는 것보다 지자체 등과 협력해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는 것이 금전적으로나 지역 상생에 있어서도 맞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대의 흐름인 전동화를 따라잡아야 한다. 지금 쌍용차는 현대·기아보다 기술력에 있어 2단계 아래인 상황이다. 전기차 플랫폼을 사든 MOU를 맺든 전동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여야 할 때다. 전기차 자체 기술개발도 잊어선 안 된다.

Q KG그룹의 인수 후 전망은.

지금은 인수와 기업회생절차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 노사 간에 서로 긍정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정말로 주목해야 할 것은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후의 움직임이다.

쌍용차가 당면한 과제는 오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KG그룹이 쌍용차의 정상화를 위해 앞으로 인수대금을 제외한 투자비가 1조는 필요하고, 앞으로 10년은 더 소요될 것으로 본다.

또 KG가 완성차기업을 인수한 것이 처음인 부분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결자해지의 각오가 필요하다.

특히 투자가 절실한 상황인 지금, KG그룹의 자금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쌍용차의 정상화를 이끌어내는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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