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최근 전국 곳곳에서 입주 연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으로부터 받은 ‘공공주택 입주 지연 현황’에 따르면 올해 입주연기 된 공공주택은 전국 19곳에 달한다.

총 5435가구 규모로 공공분양이 4곳(1484가구), 공공임대가 15곳(3951가구)를 차지했다.

민간 공동주택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힐스테이트 포항(1717가구)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452가구) ▲KTX오송역 대광로제비앙(1516가구) ▲대치푸르지오 써밋(489가구) ▲천안 봉명동 이앙그랑센텀(816가구) ▲양산 청년가 더힐(625가구)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320가구) 등 총 5935가구에 이른다.

지난해 악재들의 후유증이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신축 입주 물량은 지난해 보다 7.3% 증가한 35만6704가구다. 입주연기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뉴스락>은 입주연기에 시달리는 건설업계와 입주민들의 첨예한 갈등을 2편에 긴급진단해본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 입주예정자들 40여명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이윤석 기자 [뉴스락]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 입주예정자들 40여명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이윤석 기자 [뉴스락]

중대재해법·파업·레고랜드사태·미분양... 건설업계 첩첩산중

입주연기 사태 현황. 자료 = KICT 및 김학용 의원실 제공. [뉴스락 편집]
입주연기 사태 현황. 자료 = KICT 및 김학용 의원실 제공. [뉴스락 편집]

건설업계는 지난해 첫 발부터 가시밭길이었다.

연초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산업재해 비중이 가장 높은 건설업계는 부담감을 안고 한 해를 시작했다.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자재 수급난을 버텨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더 심화되고, 레미콘·화물연대 파업으로 공사현장 중단 등의 사태도 벌어졌다.

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이 끼면서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고통을 온몸으로 체감 중이다.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인해 부동산 시장 한파에서 신축 미분양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의 건설자금의 회수가 불투명해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 1월 기준 7만5359가구에 달한다.

2021년 12월 기준 1만7710가구 대비 약 1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고기록인 16만5641가구(2009년)의 절반에 근접한 수치다.

최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미분양 10만 가구까지 각오하고 있다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시황 개선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공사기간 동안 증가한 공사비에 대한 요청이 쉽지 않다는 것도 건설사들의 근심으로 작용한다.

공사비가 3%이상 증가하는 경우 계약금을 조정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션 규정이 있으나, 최근과 같이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를 상정하지는 않아 조정이 완전히 이루어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1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50.87로 지난 2020년 1월 118.30에서 2년 만에 27.53% 상승했다.

더욱이 래고랜드 사태로 부동산PF 시장마저 얼어붙으며 자금조달 난항과 PF사업장들의 유동성 충격에 중소건설사 줄도산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건설업계 "공기 맞추기 위해 최선 다하지만 대외변수에 어쩔 도리 없어"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지난 1월 12일 부산시 명문초등학교 건립 현장 찾아 학부모 고충을 청취했다. 명문초등학교는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준공이 늦어졌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지난 1월 12일, 화물연대 파업으로 준공이 늦어진 부산시 명문초등학교 건립 현장 찾아 학부모 고충을 청취했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뉴스락]

이런 상황에서 올해 입주 연기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지체보상금 등에 대한 부담도 떠안게 될 처지에 놓였다.

주택공급에관한 규칙 61조에 따르면 사업주체는 입주자모집공고에서 정한 입주예정일 내 입주를 시키지 못한 경우 실입주개시일 이전에 납부한 입주금에 대해 입주시부터 연체료율을 적용한 금액을 지체상금으로 지급하거나 주택잔금에서 해당액을 공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아파트 한 가구에 수억 원에 이르기 때문에 대단지일수록 부담은 커진다.

건설업계는 글로벌 원자재값 상승과 파업 등의 불가피한 대외변수에 의한 입주연기 사태라며 지체보상금을 전부 다 떠안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최근 늘어나고 있는 입주연기 사태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여러 악재로 인한 건자재 수급난과 파업같은 건설사에서 어쩔 도리 없는 대외변수에 의한 것”이라며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건설사는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계약상 지체보상금을 지급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에 자잿값 인상 부담에도 최선을 다하는 상황에서 온전히 건설사들이 지체보상금을 떠안게 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말했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레미콘 타설 등의 전(前)공정에서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공정 70%부터의 후공정에서 단축하기에는 요구되는 인력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이번 레미콘·화물연대파업에 따라 건설사들의 공사기간 단축의 기회를 빼앗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파업으로 인한 건설사들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현행법상 수급인(시공사)이 공사기간의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사유를 유권해석해, 파업으로 인한 공사중단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고 건설사들에 안내했다.

다만 이도 기간 연장을 요구할 수 있을 뿐이지, 결국은 입주자나 조합 측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지난 2일에는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입주 지연 보상금의 예외 조항을 두는 법안을 대표발의 했다.

화물연대와 건설노조 파업 등으로 입주가 지연됐을 때는 지체보상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토록 하는 법안이다. 면제 대상은 천재지변과 경제 사정 변동, 파업 등 국토부 장관이 정한 사유로 한다.

“건설사와 입주민 사이 원만한 협의 필요... 정부도 조율 나서야”

입주 연기 사태는 건설사와 입주민 모두의 피해로 이어진다.

앞서 건설사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법안 발의나 정부의 공사기간 연장에 대한 유권해석 등 피해들을 최소화 시키기 위한 노력 등도 이어지지만,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체보상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정부 기준이 모호하고, 실제 예외 조항들을 입증하기 위한 과정과 선례들이 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건설사와 입주민 사이 원만한 협의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조율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태까지 파업으로 인한 것을 천재지변으로 인정해 준 케이스가 있는지, 건설사의 책임을 얼마만큼 인정해 줄 것인지, 이런 것들을 기준으로 정확하게 세워 놓는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며 "입주자들의 피해와 어려움도 이해하지만 서로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입주지연이 오히려 입주민들에게 좋은 결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입주연기에 따라 입주민들의 전세금, 기존주택 처분, 이사 등 일정들이 틀어지면서 금전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하반기에 부동산 시황 개선이나 금리 등의 경기 상황이 좀 더 호전적으로 변한다면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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