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최근 건설업계에 신사업 바람이 불고 있다.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상으로 건설업의 근간인 주택시장에 먹구름이 끼면서 건설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미래 먹거리와 성장동력 찾기에 여념이 없다.

건설업이 갖고 있는 불확실성 자체의 해소도 한몫한다. 건설사들이 공사비용을 먼저 부담하고 이후 공사비를 회수하는 수익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10대 건설사 대부분 건축·주택 부문 수익에 의존하고 있어 언제 올지 모르는 시장 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뉴스락>은 건설업계에 분 신사업 바람의 이유를 조명한다.

평택 자연앤자이 공사현장 모습 (사진=자이 홈페이지 제공)
평택 자연앤자이 공사현장 모습 (사진=자이 홈페이지 제공)

 

1년 3개월 만에 미청구 공사비 4조 4000억 증가... 미수금 증가세는 주춤

10대 건설사 공사 미청구 미수금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뉴스락 편집]

10대 건설사의 받아야할 돈이 25조가 넘어섰다.

그중에서도 미청구 공사비 증가 추이가 심상치 않다. 다만 미수금 증가세는 올 1분기 기준 꺾이는 모습이다.

미청구 공사비는 약속된 공사 진행률에 도달하지 못해 비용 청구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금액이다. 공사미수금은 완공했거나 공정률에 문제가 없음에도 아직 받지 못한 공사비를 말한다.

둘 다 수익으로 이어지는 지표지만 동시에 회수하지 못할 위험성을 내포하는 ‘양날의 검’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매출 대비 25% 이하를 안전하다고 본다.

<뉴스락>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지난 202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10대 건설사의 미청구·미수금을 취합 분석해보니, 미청구 금액의 합이 2021년 10조6660억원에서 지난해 12조8612억원으로 20.6% 늘었다.

특히 3개월만인 올해 1분기엔 16.7%(2조1442억) 증가한 15조56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연결기준 미청구 금액은 현대건설이 4조6688억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뒤를 이어 ▲삼성물산 1조8988억원 ▲롯데건설 1조6565억원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 1조5616억원 ▲대우건설 1조2680억원 ▲SK에코플랜트 1조646억원 ▲HDC현대산업개발 9792억원 ▲GS건설 9542억원 ▲DL이앤씨 9539억원 순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물산과 DL이앤씨를 제외한 건설사들 모두 전년 대비 금액이 증가했다. GS건설이 83.7% SK에코플랜트가 72.4% 대폭 상승했다.

올해 1분기에는 GS건설을 제외한 모든 건설사가 증가세다. 삼성물산 65.1%, 현대건설 25% 늘었다.

매출 대비 미청구금액은 10대 건설사 대부분이 20% 이하를 기록했다. 안전기준인 25%를 넘는 곳은 HDC현대산업개발(27.73%)이 유일하다.

지난해 유동성 위기를 맞아 그룹에서 자금수혈을 받은 롯데건설도 2021년 23.62%, 2022년 24.7%로 집계돼 비교적 높은 수치를 보였다.

10대 건설사의 올해 1분기 기준 공사 미수금 합은 10조3007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12조5800억원) 18.1% 줄었지만, 2021년 9조7947억보다 아직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자잿값 상승과 파업 등이 공사 기간 지연과 공사비 상승을 불러와 미수금은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을 두고 건설사와 건축주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주택 비중 줄이고 올해 분양 미뤄... "미분양 공포 확산"

10대 건설사 건축 주택 비중 및 원가율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뉴스락 편집]

10대 건설사들 대부분 건축·주택 부문 비중이 줄고 있다.

지난 2021년 10대 건설사 건축·주택 부문 매출 비중의 평균은 68.69%다. 지난해 66.34%로 감소하고 올해 1분기 기준으로도 66.22%를 기록하면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분양과 착공 시기를 미루는 것도 눈에 띈다. 10대 건설사들의 올해 1~4월 분양물량이 계획의 29% 수준에 불과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분양 물량은 민영아파트(분양, 임대) 27만8958가구로 이 중 10대 건설사 물량은 14만6382가구(52%)를 차지한다.

연초 예정된 분양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고 지난해 말 계획됐던 5만4687가구 대비 71% 감소한 1만5949가구에 그쳤다.

올해 주택 착공 역시 급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월 누적 5만3666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2% 감소했다.

건설사들의 이러한 움직임 저변에는 ‘미분양 공포’가 깔려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미분양 주택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7만2104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전월(7만5438가구) 대비 4.4%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높다.

특히 개선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 건설업계는 울상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청약수요가 일부 유망 지역 및 단지에만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미분양 소진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분양가는 물론, 브랜드 및 규모 등을 고려한 선별청약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청약에 적극 나서기 보다 대기하려는 수요자가 늘어날 수 있어 전반적인 청약시장 분위기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장기간 자잿값 상승, 금리 인상으로 높은 이자와 인건비까지 오르면서 원가관리가 쉽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분양 사태가 좀처럼 풀리지 않아 분양이나 착공을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착찹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래도 1Q 선방... '건설' 탈피, '신사업 진출' 활발

10대 건설사.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10대 건설사.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어려운 여건에도 대부분의 10대 건설사가 올해 1분기 선방했다. 신사업에 몰두하거나 성과를 내는 모습들도 눈에 띈다.

삼성물산(대표 오세철)이 가장 두드러지는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 4조5994억원, 영업이익 29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52.4%, 88.4% 큰폭 증가했다.

국내 주택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10% 수준으로,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이 빗겨나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그린수소·암모니아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7일 미쓰비시 상사 산하 에너지 기업 DGA와 손을 잡고 호주 그린수소·암모니아 프로젝트에 참여해 공동개발과 운영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건설(대표 윤영준)은 연결기준 1분기 매출 6조310억원, 영업이익 17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5%, 1.2% 늘었다.

현대건설의 경우 원전 시공 분야 강자로 평가받고 있다. SMR(소헝모듈원전), 태양광 발전, 신산업 플랜트 등의 사업부문 비중이 평균 23~5%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주총에서 ‘재생에너지전기공급 사업 및 소규모전력중개사업’을 정관에 추가하고 신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DL이앤씨(대표 마창민)는 1분기 매출 1조8500억원, 영업이익 90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22.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8.3% 하락했다.

DL이앤씨는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저장설비)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설립한 자회사 카본코를 통해 CCUS를 비롯한 수소 암모니아 등 신사업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올해 사명을 변경하고 새 출발에 나선 포스코이앤씨(대표 한성희)는 1분기 매출 2조3638억원, 영업이익 55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31.% 증가, 41.4% 감소를 기록했다.

포스코이앤씨는 SMR·수소·친환경 건설자재 및 공법 개발 등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건설에서 사명을 이앤씨(Eco & Chaellenge)로 바꾼 것도 친환경 사업을 강화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GS건설(대표 임병용)은 1분기 매출 2조3637억원, 영업이익 15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0.5% 감소, 3.8% 증가했다.

GS건설도 친환경에 몰두 중이다. 자회사 GS이니마를 통해 수처리시장에서 입지를 견고히 하고 있다. 또한 자회사 에네르마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모듈러 주택 사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우건설(대표 백정완)은 1분기 매출 2조6081억원, 영업이익 17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5.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0.2% 줄었다.

대우건설은 SMR과 UAM(도심항공모빌리티)에 집중한다. SMART 표준설계인가 획득사업에 한국전력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SMR모델을 통한 사업 진출시 우선공급권을 확보했다. UAM의 경우 지난 2020년 드론 제조 기업 아스트로엑스와 휴맥스EV 지분을 확보하면서 항공교통부문 사업을 본격화했다.

롯데건설(대표 박현철)은 1분기 매출 1조 4212억원, 영업이익 44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8.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4.4% 감소했다.

롯데건설은 UAM과 인구 고령화를 대비한 실버타운에 집중하고 있다. 친환경 콘트리트·수소연료전지주택·스마트팜 등 친환경 기술 연구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롯데정보통신, 롯데렌탈 등 9개사와 롯데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K-UAM 국가 실증사업에 참여했다.

이화의료원과 협약을 맺고 의료서비스를 갖춘 실버타운 ‘VL르웨스트’도 선보였다.

SK에코플랜트(대표 박경일)는 1분기 매출 1조232억원, 영업이익 3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5%, 31.7% 감소했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신사업 부문의 성장이 눈에 띈다. 2021년 SK건설에서 사명을 변경하고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2년 만에 12개의 폐기물 처리, 수처리 등 리사이클링 기업을 인수·투자했다. 환경·에너지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2021년 신사업 매출 비중 7.09%에서 올해 1분기 18.04%까지 성장했다.

HDC현대산업개발(대표 최익훈)은 1분기 매출 1조 749억원, 영업이익 5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56.8% 증가했고 941억원의 영업손실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지난해 도·소매업, 물류업, 운수업 등의 유통 사업을 신규사업으로 추가하고 사업다각화에 나선 모습이다.

"신사업·해외시장 '리스크'" 우려...철저한 준비 필요

일각에서 국내 주택시장 침체 터널을 돌파한 위한 전략으로 ‘신사업 확장’이나 ‘해외시장 진출’을 꼽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특히 건설사들의 신사업을 좇는 움직임은 세계적인 산업트렌드의 변화이며, 해외건설 시장은 국내보다 리스크가 더 크다고 지적한다.

손태홍 건선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락>과 통화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앞으로 전통적인 건설업의 정의 자체가 계속해서 모호해질 것이며, 기존의 건설사들이 전환의 필요성이나 변화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며 “단지 국내 주택 부동산 경기침체에 대한 돌파구로 해외시장 진출을 이야기하기에는 해외건설 시장 역시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손 연구위원은 “해외시장 수주를 보면 90%가량을 10대 건설사가 차지하고 있고, 국내보다 해외건설이 관리해야 할 리스크가 많다”며 “규모가 작은 사업장들이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국내 주택시장을 두고 해외로 눈을 돌릴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더욱이 지난 2013년 일부 대형건설사들의 해외사업 부실사태 등을 통해 해외건설 시장의 위험성도 학습했고, 이후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수주’라는 교훈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사업도 전보다 꼼꼼히 따져보고 단독 수주할 것을 공동 수주하는 등 자연스럽게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시장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손 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이 신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애플이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나 테슬라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테슬라가 전기자동차를 생산하지만 CEO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를 자동차 회사가 아니고 스마트 팩토리 회사라고 얘기한다.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무엇이든 넣으면 스마트하게 만들 수 있다’라는 시스템을 가진 회사로 선전한다”며 “그럼 이 기업들이 건설사들이 짓고 있는 시설물이나 건축물을 봤을 때 사람의 손이 필요한 현장 중심에서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건설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기존의 건설사들 역시 ‘변화’를 요구받고 있고, 이 변화가 ‘신사업’의 형태를 띄고 있단 것.

손 연구위원은 “경영 환경은 계속 바뀌고 있고 산업의 트렌드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신사업 역시 해외건설 시장 만큼이나 리스크를 동반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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